작년 화이트데이 글을 보고 이제야 깨달았다. 작년의 실패를 잊고 작년과 똑같은 포장지로 실패를 되풀이했다ㅠㅠ
https://blog.naver.com/chungvelysam/223044630285
이번에도 반 학생들, 학년 담임쌤들을 위한 화이트데이 봉지를 준비했다.
올해 동학년으로 함께 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흩어진 작년 학년 담임쌤 다섯 분 것도 함께...
물론 아내의 섬세한 도움이 없었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일이다. 이번엔 나의 팔과 손의 통증으로 아내가 더 큰 짐을 부담해야 했다.
작년도 올해도 학년 담임쌤 중에 유일한 남자쌤이라는 이유로 나 홀로 화이트데이를 준비하는 정당성을 부여받았다고 믿으며, 눈치도 안 보고 망설임 없이 추진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아 다소 당황하는 반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주의를 주었다.
스토리에 사진 찍어 자랑해도 되지만...
다른 반 학생들에게 "나는 있는데 넌 없지"라는 어감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주지 않도록 해라.
유일한 남자담임쌤이라서 우리반만 받은 거고, 평소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11개 반 중에서 유일하게 남자 담임쌤이 걸렸다는 것이 적어도 이번만큼은 운이 좋았던 것뿐이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설렜다.
그 설렘으로 실수로 평소보다 한 타임 빠른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도착해서, 담임쌤들 자리에 하나씩 올려드리니, 작년에 함께 하셨던 한 분은 작년처럼 이번에도 내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하셔서 모두 웃었다.
사소한 마음의 표현이었는데, 모두들 하찮다고 하지 않으셨고 기꺼이 받아주셨다.
집에 가져가서 완전체 포장 그대로 남편에게 보이고, 뭐 느껴지는 게 없냐고 묻고 나서 먹을 거라고 하신 쌤도 있었다.
올해는 학년을 달리했지만, 작년 3학년 부장님께 직접 가서 전달드렸다. 놀라시면서 너무 고마워하셨다. 사소한 선물에 특별한 의미를 더하는 것은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셨다.
그러고는 아직도 폭파하지 않은 작년 3학년 담임 단톡방에 사진과 글을 바로 남기셨다.
"넘 기분좋은 하루네요~^^ 따뜻하신 3부장님!!!"
그런데 아직 전달해 드리지 못한 다른 분들께 그 메시지가 의도치 않은 스포일러가 되었다ㅋㅋㅋ
"부탁이 있는데... 직접 뵙고서야 드릴 수 있는 부탁이어서... 죄송하지만 오늘 중으로 제 자리로 꼭 와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드렸는데...
올라오신 쌤들은 어떤 부탁인지 궁금해하시거나 긴장하지 않으시고 바로 손을 내미셨다.
"사탕 주세요"
그렇게 그냥 서로 웃었다. 누님 쌤은 이미 뽀록 났는데도 아닌 척 애쓰며 보냈던 메시지에 귀엽다는 반응도 보이셨다ㅋㅋㅋ
화이트데이를 명분으로 당연한 듯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작년 사람들도 챙겨주고..흐억..감사합니다!!"
"ㅠ.ㅠ감동입니다.."
이렇게 단톡방에 남겨주신 메시지에서, 사탕, 초콜릿과 함께 포장해 넣었던 그리움이 봉인 해제 되었다ㅠㅠ
학생들에게도 쌤들께도 나의 진심의 일부라도 가닿았다면, 그 고백 같은 진심이 평소 행복교육 과정에서 시각화되고, 구체화되길 소망한다.
화이트데이 이벤트는 평소 행복교육의 거창한 목표에 비해, 사소하고 하찮은 나의 노력이 전해질 뿐인데도 더 큰 감동을 주는 평소의 학생들과 쌤들의 반응 그대로였다.
나의 수업과 영어멘토링 등의 프로그램 만남에서 몰입하며 감사함을 전하는 학생들, 내 자료 챙기면서 다른 선생님들 자료도 함께 챙겼을 뿐인데 그 사소한 몸짓 하나에도 감탄과 감사를 전해주시면서, 학년부장으로 1년 유예를 더 하라는 말씀을 서슴지 않으시는 선생님들의 환대와 같은 반응...
난 이렇게 그들의 행복한 기억의 일부가 되고 싶은 욕심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화이트데이 이벤트로 "교육현장은 주는 이가 더 크게 받는 감동의 현장"이라는 걸 상징적으로 확인했다.
받으려 하지 않는다면 모든 교육은 공허한 메아리로 허공을 울릴 것이다.
그런 교육현장을 순수한 열정의 학생들과 나의 부족함까지 다 포용하시고 존중하시면서 학생들을 위해 같은 방향을 바라보시는 동료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
어제 화이트데이는 결국 나를 위한 날이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