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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그림, 후배 교사의 사진

학교 일상 기록

by 청블리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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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쌤 수업시간 수업 진행 막간을 이용해 학생이 그려준 내 초상화...얼굴 옆 손가락은 수업시간에 들고 다니는 노란색 손가락 지시봉ㅋㅋ

순간 수업시간에 딴짓한다고 야단쳐야 할지 망설였다.

사심 없이 어떤 상황에도 일관되게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걸 융통성이라고 생각하면서 나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기분 좋았다... 젊었을 때도 저렇게 잘 생겨본 적이 없었는데ㅋㅋㅋ


아래 다른 반 학생들의 그림...

배경까지 러블리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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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을 거니는 내 모습을 후배선생님이 허락도 없이ㅋㅋㅋ 찍어서 작년 단톡방에 올렸다.

"멋진 3학년부장님!"이라는 멘트와 함께...

그 멘트를 믿고 싶어졌다. 나도 멋지고 싶다ㅋㅋ


칭찬인지 모를 사진에 대한 댓글

"300메다 떨어져서 봐도 청부장님" ㅋㅋㅋ

연분홍색 옷, 혹은 뒷모습의 쓸쓸함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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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영어멘토링에 진심인 학생 세 명을 불러서 교무실에서 청블리코스북을 선물로 주었다.

책에 사인해 줄까 물으니 의외로 너무 좋아하길래...

사인해 주는 광경을 목격한 주변 쌤들, 흡사 팬싸인회?

옆자리 쌤이 포즈를 취해보라고 사진까지 찍는데 아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싸인한 면을 펼쳐들어 센스 무엇이냐는 찬사를 들었다.

한바탕 소란 후 앞 선생님이 행복해하는 내 표정을 살피시며, 3학년부장 해보니 적성에 맞다는 생각이 들죠? 라고 물으셔서 순간 "넵!"이라고 외칠 뻔했다.

학년부장 아니라도 영어멘토링은 계속되는 거였지만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고, 더 개입할 수 있는 자격 같은 거였다면 진즉에 자원했을지도.

한 쌤은 금방 찍은 사진이 블로그에 곧 올라가겠다고 하셔서... 초상권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래도 사랑스러운 아이들 사이에 행복해하는 내 사진을 공개하고 싶어 학생 세 명의 얼굴과 싸인할 때 적어준 학생들 이름, 주변의 개인정보를 모자이크 처리하니 사진에 남는 게 없었다.

그래서 사진 대신 학생들에게 선물한 청블리코스북 표지.

캐릭터는 20년째 변함이 없는데 캐릭터처럼 손을 가리고 웃는 대신 너무 마음껏 웃고 있는 사진 속 내 모습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낯설음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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