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에 교생선생님들이 나오신다고 예고하며..
학생들에게 부탁했다. 부디 예의를 다하고 진심으로 수업에 참여해달라고..
student-teacher인 교생쌤은 사실 배우러 온 거라고...
여러분들로 인해 꿈을 펼칠 수도 있고, 꿈을 접을 수도 있다고...
우리는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누군가에게 꿈이 되기도 하고, 서로의 꿈을 지켜주기도 한다. 나이와도 상관이 없다.
꿈은 그저 자고 있을 때, 그 낭만 속에서만 아름다운 것은 아닐 것이니, 그저 계속 꿈만 꾸도록 재울 것인가,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꿈을 이루도록 깨울 것인가?
깨운다면 현실에서의 치열한 전쟁 같은 과정을 어떻게 이겨내도록 도와줄 것인가?
나는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게 된 이후 낭만보다는 현실을 더 생각하게 되었다. 만화영화가 시시해지기 시작하던 시기와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 어른이 된 후에는 눈이 오는 낭만보다는 눈 온 후에 출퇴근의 어려움이 먼저 다가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낭만 따위는 없다고 설득하는 꼰대가 되는 것일까?
지극히 현실적인 어른들의 조언이 있어서 아이들은 자신의 이상적인 낭만의 균형을 잡아가는지도 모르지만, 균형을 논하기에 어른들의 입김이 너무 강력하면 과연 아이들이 꿈을 키워갈 자리는 어디란 말인가?
인생의 세 단계를 산타클로스로 비유하면...
산타클로스를 믿는 단계..
더 이상 믿지 않게 된 단계...
그다음 단계는?
자신이 산타클로스가 되어주는 것이다.
현실에 범벅이 된 어른들의 투정으로 아이들의 낭만을 잠식해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딸들은 평범하지 않다.
정말 착실하고 성실한 두 딸을 양육하신 존경하는 선배 선생님과 자주 딸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친하게 지낸 인연으로 각자 큰 딸의 학습코칭과 컨설팅을 해주었기 때문에 서로의 안부를 자주 묻는다.
선생님의 큰 딸은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 영어시험 망한 후에 나를 만나서 컨설팅을 받고 이후 내신과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100점 혹은 1등급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고...
내 큰딸은 좀 더 시간이 소요되긴 했지만 고3 때부터 국어 과목에서 안정적인 백분위 98% 정도의 모의고사, 수능 1등급 성적을 유지했다.
짧은 만남이었고, 현실 속의 스승과 제자로 만난 건 아니었지만, 그 영향력은 엄청났다. 특히 그 선생님의 딸은 아픔으로 인한 절실함이 컸기 때문에 속성으로 자신이 있어야 할 원래 자리를 바로 찾았고, 내 강연이나 학습컨설팅의 좋은 사례가 되었다.
모범생이며 성실함의 아이콘 같은 그 선생님과 두 딸들에 대해 감탄과 존경을 보내면...
그 선생님은 음악과 댄스를 너무 좋아하여 포기할 수 없어 부모의 마음까지 힘들게 하는 내 딸들의 열정에 감탄을 보낸다. 최근에도 큰딸이 공대에서 역주행하듯 물리학을 이중전공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일주일에 4일 댄스 동아리 연습을 가며 즐거워하는 둘째 딸에 대해서도 놀라움과 칭찬의 메시지를 전해주셨다.
그러면서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정으로 몰입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고 이야기해 주신다.
딸들의 열정은 오히려 그 크기만큼 부모의 부담이긴 했지만...
딸들은 어렸을 때부터 돈 잘 버는 일, 안정적인 직업은 아예 꿈도 꾸지 않았다.
음악과 댄스를 평생 행복하게 하려면 전공이나 진로가 아닌 취미로 해야 한다는 아빠의 현실적인 조언의 강도가 크지 않았는지, 아니면 딸들의 열정을 꺾기 힘들었는지... 아이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고 무엇을 할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지냈다.
어른들이 바라는 현실적인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지만 지금 생각하니 부모로서도 가슴 벅찬 기쁨인 것 같다.
거의 교육과정 수준으로 수강과정이 정해진 것 같은 물리학과를 중간에 끼어들어 양자역학에 빠져 있는 큰딸은 최근에 음악보다 물리가 더 재미있다는 얘기를 했다. 물론 당장 성적은 잘 안 나온다면서 좌절하길래.. 결과나 성과로 순수과학을 망치지 말고 그 순수한 흥미와 열정만 생각하라고 했다. 한두해 더 해도 좋으니 재미있으면 계속 몰입해 보라고...
공대생이 물리학과를 이중전공하는 것이 취업 등의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을 포기한지 오래다.
이미 중고등학교 때 음악 전공하겠다고 아빠와 맞섰던 딸의 무모할 정도의 용기와 강한 의지와 열정이 아빠의 마음을 차차 비우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안타까움 중 가장 큰 것 중의 하나는...
학생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역량이 뛰어나거나 학업 준비도가 남다른 학생들은 거의 고민할 것 없이 메디컬 진로로 내몰린다. 심지어 그런 역량이나 준비도가 없는 학생들도 억지로 매달리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아이들이 평생 가슴 설레는 일을 찾을 기회조차 박탈하는 건 아닌지..
결혼할 때 사랑과 조건 중 뭘 선택할 것인가 하는 주제와도 통하는 듯하다. 물론 사랑하는데 조건까지 좋으면 바랄 나위 없겠지만, 분명 비중과 우선순위의 차이는 존재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보수까지 받는다면?
그걸 덕업일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꿈같은 이야기로 그친다면,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탐구하는 평소 노력이 멈추지 않는다면, 적어도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학교에서 중3 아이들에게 부디 지금부터 당장 고민을 시작하라고 부탁한다. 가슴 설레는 일을 찾을 때까지... 그것을 현실로 이룰 때까지... 그러면 전공으로 하지 않아도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라고...
첫사랑이나 짝사랑도 진심이었다면, 그래서 행복했다면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그 당시의 시간이 의미 없었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사랑을 다 이루길 바란다. 낭만과 현실의 완벽한 조합이길 바란다. 그러나 아니라도 너무 아쉬워하지 않으려 애쓰며 여전히 응원할 것이다.
사랑이든 꿈이든...
그 응원은 도달점이 아니라 매 순간의 행복걸음을 향해 있을 것이다.
과정은 "행복할 만큼만"
결과는 "어쩌다 보니"
일 것이라고 외치면서,
마치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가 되어 주는 것처럼 꿈과 낭만을 키워주는 멘탈코치, 진로 및 학습코치 역할을 해주고 싶다.물론 잠자는 꿈이 아닌 잠에서 깨어난 꿈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