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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May 28. 2024

신규 영어 교사,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영어 교사로서 어떻게 공부해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내게 질문한 신규 영어선생님께 드렸던 답변...

 

사실 몰라서 교재연구하는 건 아니지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계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이 교재연구인 거구요, 내가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알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교직 초반에는 완성되지 않고,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르친다는 느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그래서 숲보다는 나무 위주로 가르치게 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선생님의 최선이면 되는 거예요. 

어차피 어떤 교사도 공부를 다해서 완성된 상태에서 가르칠 수 없죠. 오히려 부족한 채로 가르치면서 성장하고 체계가 완성되어 가는 거예요.

 

질문받기 전에는 알고 있다고 착각했다는 말이 있어요. 교사는 자신만의 수업 체계에서 남의 간섭을 잘 안 받기 때문에 그런 착각에 빠질 때가 많아요.

그런데 가르치면서 잘 모른다는 걸 알게 되지요. 장황하고 말이 많아지면 모르고 있다는 거예요. 오히려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압축된 핵심적인 내용을 자신 있게 제시하고 학생들에게 임팩트 있게 이해시킬 수 있거든요. 

애들한테 미안하겠지만 함께 성장하는 거라는 선생님의 진실된 노력으로 이해시키고 양해를 구하면 됩니다. 

내 모습 이대로,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진심이 서로를 성장시키는 거죠.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이 영화 대사에 그런 마음이 담겨 있어요. 선생님 덕분에 학생들도 더 노력하게 되고, 교사도 아이들 덕분에 더 애쓰게 되죠. 

 

더 좋은 선생님 만났으면 아이들에게 더 좋았을 거라는 미안한 마음 가질 이유는 없어요. 지금 이 순간에는 그때만 해줄 수 있는 역할과 모습으로 학생들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교사의 부족함은 아이들이 채워가면서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할 수도 있거든요.

교사가 풀 세팅해 준 음식에 아이들이 수저만 들도록 하는 것도 친절이지만, 밀키트를 주면 아이들 역할이 더 많아지고, 주도성을 갖게 되겠지요.

어떤 경우든 교사는 결국에는 아이들이 시장 봐서 혼자 해먹을 수 있도록 자립시키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정해야 됩니다.

 

의도하지 않았어도 여백이 중요한 거죠. 수업도 교사의 티칭으로 다 채우는 것보다 질문으로 여백을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어요. 

 

그러나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의미를, 준비가 덜 된 채로 가르쳐도 된다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되어요. 수업 고민하며 교재연구 열심인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거든요.

 

하나 더...

가르치는 것을 공적 글쓰기로 펼쳐 갈 것을 권해주고 싶어요. 꾸준한 연구의 플랫폼을 만드는 거죠.

자신의 학습 상황을 정리하면서 글을 올리는 거예요. 물론 어느 정도의 체계와 공부는 필요해요. 더 많이 축적되었을수록 더 빨리 글을 정리할 수 있죠. 그러니 시작은 덜 체계적이어도 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해요. 그렇게 자신만의 지식체계로 축적이 되면 그것이 자신의 컨텐츠가 되고 퍼스널 브랜딩이 될 수 있어요. 영어 예문도 평소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과 재미와 감동의 문장들을 수시로 모아둘수록 큰 도움이 되겠죠. 한 가지 확실한 건 나 자신을 감동시킨 문장이어야 아이들에게 감성이 전해지며 더 큰 교감을 이룰 수 있다는 거예요. 삶을 통과하는 교육인 것이죠.

 

저는 코로나 시국에 컨텐츠형 동영상강의로 정규수업을 진행했어요. 문법의 체계를 완성하는 강의였는데, 그전에 가르치면서 축적한 지식체계가 없었다면 수업일정에 맞춰 컨텐츠를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삶으로 영어에 노출되고 축적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제가 교직 초반에는 도서관에서 영어관련도서를 섭렵했어요. 어떤 분야의 책이든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인을 찾아내고, 다양한 관점을 접목시켜서 나만의 컨텐츠를 만들어 낸 것 같아요. 가르칠 때 그 파편과 흔적만으로도 학생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내용들이 함께 떠오르곤 했어요. 철저하게 교재연구를 했지만, 그 당시에 생각나지 않았던 것들이, 가르치면서 드립 치듯 떠오르기도 했지요. 책이나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노출되면 어느 순간 그렇게 수면 위로 떠올라서 즉흥적인 가르침에 더해 그 다음 의식적인 교재연구에 포함되면서 계속 축적이 된 것 같아요.

 

모든 책과 자료와 매체가 재미있게 가르치는 영감의 소스가 되는 거죠.

 

그리고 스스로 문법체계 완성을 위한 공부를 충분히 할 필요가 있어요. 가급적 영어원서로 활용문법 중심으로 학습하길 권해요. 그러고는 실제 언어로서 적용을 연구하면 되죠.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에 어떻게 문법을 적용해서 학생들에게 제시할지도 늘 고민할 수 있구요.

살아가면서 영어로 된 모든 것이 교재연구가 되니 그 모든 것이 삶으로 이뤄가는 교재연구고, 덕업일치의 삶인 것이죠.

재미있고, 감동이 되고, 감성을 자극하는 모든 문장이나 컨텐츠는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이에요. 아이들에게 수업으로 선물을 하는데 아이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받아드는 그 순간의 전율과 행복감은 이루 다 표현할 수가 없지만,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도 너무 행복해요. 한 번 그 행복을 느끼고 나면 중독된 것처럼 멈출 수가 없게 되죠.

 

우린 그렇게 삶으로 가르쳐요. 가르치는 대로 살게 되구요. 그런 교사들보다 더 행복한 사람들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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