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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Jul 11. 2024

일기와 공적 글쓰기의 경계에서

블로그 글이 쌓여가니... 신기한 일을 마주한다. 내가 이런 글을 썼다는 게 기억이 안 날 뿐 아니라, 내가 쓴 글인지 눈치 채지 못할 때도 있다.

얼마 전 어떤 주제로 검색을 해서 글을 읽다가.. 나랑 문체가 비슷하다고 신기해하다가, 내가 쓴 것 같기도 한데 누가 내 글을 베꼈나 의심하다가... 확인해 보니 블로그의 내 글을 내가 카카오브런치에 그대로 옮겨놓은 글이었다. 

자신이 쓴 글인 것도 몰라보고 신기해하던 모습이라니... 

글은 순간의 느낌을 담은 영원의 기록이다. 글은 스쳐 지나갔을 생각을 잡아 둔 것이니까. 

그렇다고 그 모든 글이 지금 이 순간 내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늘 의식하지 못해도 글의 기록을 통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맥락을 갖게 된다. 

공적 글쓰기의 매력은 그것이 나만의 글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만의 것은 일기장에 써서 금고에 보관하듯 채워놓은 것일 테니까.

젊은 시절에는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했었는데...

이제는 영어 관련 정보를 올리는 것보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와 느낌을 부쩍 더 많이 올린다. 독자나 이웃분들과 더 소통하고 싶은 느낌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때로 공개와 비공개의 경계에서 헤매기도 한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나 민감한 이야기는 글로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족들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모든 삶의 이야기를 내 임의로 다 기록할 수는 없다. 사진과 영상에만 초상권이 있는 건 아닌 것이니...

때로는 글의 시작은 내 마음대로였지만, 의도와 계획을 벗어난 글의 방향과 결말에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완성을 미리 계획하지 않고 발길 가는 대로 글을 이어가는 것은 부담감 없이 글을 시작할 수 있는 동기가 되고 용기로 작용한다. 

글의 끝에서 만나게 될 예상치 못한 도달점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의 시작은 설렘이 된다. 

나의 이러한 고민과 애씀의 끝에, 무엇보다 신기하고 놀라운 건,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봐주시는 분들의 존재다. 

감사한 느낌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덕분에 나는 사는 대로 글을 쓰고, 글을 쓰는 대로 성장한다.

독자분들은 나의 성장을 목격하는 분들이라기보다 글로 이뤄가는 삶의 성장을 도와주시는 고마운 님들이다. 나의 글이 님들께 어쩌다 한 번씩이라도 사소한 위로와 응원의 진심으로 가닿기를 감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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