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입시 vs 미국입시(Feat. 인생의 특별한 관문)

by 청블리쌤

<인생의 특별한 관문>

"아이비리그의 치열한 입시 전쟁과 미국 사회의 불평등"

미국의 유명한 저널리스트가 발로 뛰어서 작성한 미국 대학입시에 대한 보고서 같은 책이다. 우리나라 입시에 대해서 어느 정도 관심과 이해도가 있으면 비교하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생생한 다큐멘터리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명문대를 가기 위한 사교육이 팽창하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우리나라 입시는 여건이 많이 다름에도 미국의 입시제도를 모방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계속 언급되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우리나라 “금수저 전형”이라는 말과 통하는 말이었다.

대입 표준화 시험이 학력고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전환된 것은 미국의 SAT의 모방 여부를 떠나서 의미 있는 일이긴 하다. 암기 위주에서 이해와 응용의 방향으로의 전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 암기의 틀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이상적인 교육의 과정이나 공평한 시험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SAT(Scholastic Aptitude Test, 학업적성시험)의 원래 처음 취지는 학업과 상관없이 학생의 타고난 지적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었다. 그러나 SAT가 확대 시행되면서 백인과 상류층의 성적이 뚜렷하게 높게 나오자, 1990년 미국 칼리지보드에서는 aptitude라는 용어를 버리고, SAT를 Scholastic Assessment Test(학업평가시험)라고 선언했다. 적성을 테스트하는 것은 아니라 학력을 평가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지금 SAT는 공식적으로 그 어떤 말의 약자도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 요즈음에는 SAT가 Student Affluence Test(학생 재력 테스트)라고도 하는 건 실제로 통계자료가 명확하게 증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현실과도 닿아있다.

미국에서 SAT보다 더 많이 활용되는 표준화시험으로 ACT(American College Testing)도 있다.

미국에서는 1900년대 초반에 단순노동을 넘어서 상대적으로 좀 더 고급인력의 수요를 충족시킬 고등학교 교육의 확대가 산업적 차원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업 발전에 맞춰 표준화된 내용을 주입식으로 빨리 가르쳐서 기술발전에 부응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가 교육과정에도 유의미하게 반영되었다.

그런데 그 표준화된 교육 상황이 부의 불균등과 엄청난 속도의 기술발전이라는 변화에 적응하기는 어려웠다.

우리나라처럼 어떻게든 대학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미국에서도 연봉이나 지위로 평가되는 신분 상승의 유일한 통로가 대학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우리로 치면 신분 상승의 사다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명문대 진학이 신분 상승의 관문인 것도 맞고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신분 유지의 방법이 되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실제로 아이비리그로 대표되는 미국명문대학을 기준으로, 신분이나 소득수준이 다른 학생들과 같은 캠퍼스를 다니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을 자료로 제시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소득수준 상위권 가정의 학생들이 대다수의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는 입학사정관제도와 같이 학생들 선발할 때 비슷한 성적의 학생 중 대학의 입장에서는 장학금을 지급해야 하는 가난한 학생보다 등록금을 지불할 수 있는 소득수준이 높은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이 책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깜깜이 전형 혹은 금수저전형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여론이 주장하는 바도 그와 비슷한 맥락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수능만으로 선발하는 정시도 금수저전형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사교육이 번창하지 않은 지역의 학교에서는 전국의 수험생과 경쟁해야 하는 수능보다, 학교 내에서의 내신성적으로 우위를 갖춘 학생들에게 수능최저등급을 최소한으로 반영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소위 명문대를 진학하는 유일한 기회인 경우도 많다.

오히려 금수저전형이라고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금수저가 아닌 학생들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들리기도 한다. 이들은 성적 높은 학군에서 낮은 내신을 받은 학생에 비해 수능성적은 더 낮은 경우가 종종 있어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정시전형은 표준화된 시험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학생들을 평가하기 때문에 주관적 요소가 배제되어 완전 공정한 시험은 맞지만, 지역과 소득의 불균형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소외된 지역에서는 기회를 얻기 힘들 수도 있다.

교육특구가 아닌 경우 학습량 투입 대비 입시결과가 훨씬 좋은 것은 교과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인 수시전형이다.

물론 당장의 수능성적은 낮아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은 학교 수준을 떠나서 자신의 학교에서 매 순간 어떤 과정도 소홀함 없이 성실하고 일관된 학습태도를 이어갔던 학생들이어서 대학에서는 이런 학생들은 선발했을 때 만족도가 높다. 실제로 고등학교 내신이 좋았던 학생이 대학 내신도 좋다는 상관관계가 연구결과로 발표되기도 했다.

정시파이터들은 사실 그런 성실함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정 중의 세세한 사항은 신경을 덜 쓰면서 길게 보고 실력을 키워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게 언급한다. 재력이 풍부한 학생들의 경우 당장 내신시험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아도 결국은 원하는 성적을 얻게 된다. 아무리 수학능력시험이라고 해도 답이 나오도록 설계된 시험은 어떻게든 원하는 성과를 자기주도학습이 아닌 외부의 도움으로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SAT, ACT 등의 시험을 학교 수업에서 다뤄주지 않아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하므로 학원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교육과정의 이상적 목표 실현과는 괴리가 있더라도 그나마 수업시간에 수능 대비를 해주고 있다. 미국처럼 수능과 무관하게 수업을 진행한다면 지금보다 더한 사교육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어쨌든 미국 SAT가 재력시험이라고 불리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EBS 수능 연계교재를 펴내고, 교과서 대신 수능대비 문제를 풀면서 2015 개정교육과정의 핵심인 역량강화나 과정중심평가에 적합해 보이지 않는 수업진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교사들은 교육과정을 나름대로 재구성해서 이상적인 교육을 시키기에는 제약이 많다.

일단, 덴마크의 대학진학률은 20%, 미국은 40% 정도 되지만, 우리나라는 70%정도이다. 우수학생들의 마이스터고등학교 진학 등 예전보다 고졸에 대한 인식 변화는 다소 있지만 판세를 바꿀 정도의 유의미한 변화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성화고를 진학한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일반고나 특목고나 모두 대학진학을 목표로 한다.

그렇지 않은 덴마크에서 교육과정을 교사가 개인적으로 구성하여 진행하고, 고등학교 졸업하면 진로를 위해 1년간 여행을 하는 건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처럼 수능 공부는 알아서 개별적으로 준비하고 자유롭게 수업과정을 구성하는 것도 당장은 상상할 수 없다.

우리나라만큼 교육과정, 교과서, 평가기준 등을 너무도 자세하게 지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내신성적도 입시에 포함되기 때문에 평가에서도 소신과 자율을 찾기도 어렵다.

게다가 비교과까지 포함시키는 큰 비중의 학생부종합전형을 무시할 수 없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내신, 수능, 비교과까지 함께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가중된다.

그럼에도 현 상황에서 한 영역의 입시제도 변화는 혼란을 주게 된다. 누군가는 내신, 누군가는 고등학교 수준과 비교과를 갖추어 보정된 내신, 누군가는 수능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수시는 기회균등의 의미가 있고(각 고등학교의 수준 차이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 고등학교의 우수학생들을 선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능을 통한 정시는 동일한 잣대인 표준화된 시험으로 실력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의미가 있다.

누가 어떤 정책으로 어떻게 여론을 모으더라도 결론이 나기 힘들다. 변화는 어떤 영역에 기득권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그룹의 저항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명문대를 합격했어도 엄청난 학비 등의 가정 형편이나 상황으로 인해 진학하지 못하거나 중도포기도 있음을 지적한다. 재력이 좋은 학생들은 고민할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대학은 동질한 소득수준의 학생들끼리 다닌다는 말은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SAT, ACT 점수를 획기적으로 올려준다는 족집게 과외도 성행하고 있다. 물론 수강료는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수업 일정은 이미 꽉 차 있다고 한다.

그중 한 사람과의 취재 내용을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과외 수업도 하지만 대부분의 수업 시간에는 ‘인생’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명문 사립고에 다니면서 받는 스트레스나, 미국 상류층에서도 최상위층에 속하는 명문가 자제로서 가족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것이었다.(실제로 가족 모두가 예일대학교 출신인 경우에는 자신이 간절히 원한 더 낮은 대학보다 예일대학을 진학하기가 훨씬 더 쉬운 옵션이다. 집안 분위기나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기대와 그를 뒷받침하는 재력 때문이다)

그 족집게 과외선생님의 강점은 뛰어난 공감능력이었다. 그런데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를 찾아올 수 있는 학생들이라면 학위를 여러 개 가진 부모 밑에서 명문 사립고를 다니는 부유한 아이들이어서 SAT, ACT 등에서 고득점을 올리는 데 필요한 지식과 학업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것이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공부보다, 수면, 운동, 식습관, 균형 잡힌 일과의 중요성에 대해 더 강조한다. 시험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접근하여 불안감을 해소시키는데, 그 핵심 전략은 시험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SAT, ACT는 누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아내려고 고안된 게 아니라(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과 자기 가치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표준화 시험에 필요한 요령을 누가 얼마나 숙달했는지 알아보는 시험이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시험 자체를 무시하고 웃음거리로 만들면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다. 시험 하나에 인생이 걸려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지나치게 예민한 학생들에게 그저 게임에 참여한다고 생각해버리면 부담 없이 시험에 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험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찍기 요령 등을 말해주기도 하는데, 진짜로 얻어 가는 효과는 심리적 안정이다. 이렇게 어수룩한 요령이 시험에서 통한다는 걸 확인하면 시험이 훨씬 더 만만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과외교사를 만나고 성공한 아이들은 공감하며 긍정적으로 진심을 다해줬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한다.

(사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고 그 과외교사는 공감하며 격려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곁에 있어주었다는 것이, 시험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넘어서, 교사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있다.

그것이 불안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교육의 불평등을 정부 혼자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모두가 합심하여 목소리를 동일하게 내야 한다고 말한다. 변화의 지렛대는 어디에나 있으니 학생이나 학부모나 교육자, 시민으로서 교육의 변화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말하며, 단지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방향만 정하면 된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하며 대략 생각나는 부분만 정리하고 소개했지만, 기자 출신 작가답게 구체적인 사례 위주로, 방대한 취재와 자료 정리를 바탕으로 구성한 이 책의 가치는 직접 읽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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