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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진학 희망 학생과 상담

by 청블리쌤

과학고 원서접수를 앞두고, 여름방학 자기주도학습에도 참여했던 이 학생은 마지막 날에 이런 댓글을 달았다.


나도 정말 과고가 나한테 맞는 건가 많이 고민했지만 선생님이 마지막 부분에 하신 말씀처럼 완벽한 결정은 없는 거고, 내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해나가면 되는 거다. 그렇게 하기 위해 고등학교 가기 전에 기본기를 충실하게 쌓아나가야겠다.


내가 과학고를 가라는 권유를 한 적은 없지만, 내가 링크한 글에 대한 이런 반응이라면, 우리 반 학생이 아니라도 상담을 해주어야겠다는 명분이 생긴 듯했다.


물론 담임 학생이라도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니 조심스럽게 아래의 방향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수학, 과학에 대한 적성과 흥미가 확실한지. 다른 적성으로 진로를 바꿀 가능성은 전혀 없는지.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도전하려 하는지. 혹 합격할 줄 몰랐는데 괜히 지원했다는 말을 안 할 정도의 확신인지.

중학교 내신 외에 객관적으로 실력을 평가받는 기회가 있었는지.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는지.

치열한 경쟁과 '그들만의 리그' 같은 분위기에서 멘탈 관리가 가능한지.

원리와 이해 중심의 학습을 해왔는지. 그저 내신 고득점을 위한 공부를 했는지.

평소 혼공과 순공의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하며 학교공부 외에도 자기주도학습을 했었는지.

진학하려는 과학고의 교육과정을 살펴보았는지. 그에 맞는 준비를 얼마나 했으며 또 어떻게 할 예정인지.




<과학고 교육과정에 따른 학습 방향>

일단 과학고마다 교육과정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구일과학고 2024년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살펴서 학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업을 따라갈 정도의 준비도와 내신 경쟁에서 적어도 평균 이상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현실적으로 따져보고, 합격여부와 상관없이 남은 기간 어떻게 학습방향을 잡아야 할지도 명확하게 해두었다.

(2024년 중3은 2022개정교육 과정이 적용되어 과목이름이나 내용이 달라지니 감안해서 보시길)


1. 수학

1학년 1학기 : 공통수학

1학년 2학기 : 심화수학1(수1, 수2 1-2단원, 미적분 1-2단원)

2학년 1학기 : 심화수학2(수2 3단원, 미적분 3단원, 기하 1,3단원, 확통)

심화수학은 대개 과학고나 자사고 학생들을 위해 수1, 수2, 미적분, 확통, 기하 과목을 압축한 과목

2학년 2학기 : 고급수학1

3학년 : 고급수학 2

고급수학은 대학에서 배우는 수학과 공업수학과도 연관성이 깊은 심화수준으로 구성됨.

고급수학의 미적분학은 다변수 미적분학으로, 선형대수학은 벡터 공간, 행렬 이론 등의 공업수학으로, 확률과 통계는 데이터 분석 및 연구로 확장되는 등 거의 대학 수학에 준하는 수준.


2. 과학

1학년 1, 2학기 : 통합과학

1학년 1학기 : 물1, 화1, 지1, 생2

1학년 2학기부터 고급 과학 및 실험이 2학년 때까지 이어짐

3학년 때는 AP과목도 개설되어 선택 가능

AP(Advanced Placement) 과목 : 대학 수준의 과목을 미리 학습하고, 학점을 취득 기회 제공.


3. 국어, 영어, 사회...

국어, 영어는 일반고와 동일한 가장 기본적인 교과로 매 학기 개설됨. 전문교과는 없으며, 언매, 화작 중 택 1외에는 선택과목조차 없음.

공통사회는 1학년이 아닌 2학년에 개설됨. 3학년이 되어 사회와 제2외국어 한 과목씩 선택 수강.


물론 국어, 영어의 실력이 확고해야 매 학기 개설되는 과목의 내신성적을 확보할 것이니 소홀히 할 수는 없겠지만, 수학과 과학의 높은 비중과 수준에 대한 대비가 절대적임.




<과학과 진학과 대입 방향>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높은 수준의 과목을 치열하게 학습하니, 과학고에서는 중간 이상만 해도 일반고보다 훨씬 더 상위권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 서울대, KAIST, 포항공대 등이 대부분 학생들의 목표지만, GIST(광주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성균관대, 한양대 등의 진학도 성공 케이스로 여겨진다.


과학고는 빠른 속도로 문제를 푸는 것에 특화되어 있지 않다. 내신시험이 대개 서논술형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능을 치는 기본과목을 스킵해서 심화와 고급과목을 진행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능 대비가 어렵다.

그리고 수학, 과학에 관심과 능력이 특화된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교육과정도 편중되어 있어서 국어, 영어의 적응력이 어떤지도 변수다.


정시는 수능만으로 응시하게 되니 오히려 입시 문턱이 높다. 과학고를 진학해서 정시로 간다는 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일 것이다.


과학고 학생들은 대개 수시로 대학 진학을 해야 하는데 수시 중 교과전형은 내신 경쟁이 치열하고, 목표대학들은 대부분 수능최저가 있기 때문에 진학이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수능최저가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주로 진학한다.

블라인드 전형도 넉넉하게 뚫어낼 차별화된 교육과정과 수학, 과학에 특화된 학교생활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생기부의 경쟁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고라도 내신도 어느 정도는 받쳐줘야 경쟁력이 있다.


논술 전형도 가능하다. 수능최저 없는 학교를 노리는 경우가 많지만, 수능최저는 주로 3개 영역만 반영하니, 한 과목은 버리고 대비하면 되어서, 정시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전략일 수도 있다.




<과학고 진학 시 추가로 주의할 점>

과학고나 외고에서 중간 이하 성적의 학생들은 오히려 더 애매한 상황일 수도 있으니 합격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진학 후 평균 이상을 할 수 있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 필요하다.


과학고 합격 여부는 오히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과학고 불합격해도 일반고에 가면 되니까. 과학고 떨어졌다는 상실감으로 멘탈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그리고 어설프게 선행한 부작용으로 오히려 일반고에서 세밀한 내신대비가 안 되는 부작용만 없다면...


오히려 불합격한 것보다 합격했을 때가 더 걱정이다. 입학 전 철저한 준비와 확실한 학업역량, 자기주도 학습습관형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자에게 추가로 강조했던 이야기>

옳은 선택은 없고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는 과정만 남았다는 것은, 충분히 고민 후 선택했을 때의 이야기다. 물리적인 대비 시간이 절대 부족한데 열심만으로 다 채울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은 버리고 현실에 기반한 고민과 선택 후에 명확한 방향성에 따른 치열한 자기주도학습이 숙명처럼 뒤따라야 한다.


여름방학 자기주도학습의 일련의 글에서 강조한 자기주도학습은 사교육에 너무 의지하는 다른 친구들을 타켓으로 한 것이니, 너가 자습만 해왔다면 오히려 효율적인 인강 수강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잘 고민해 보길.


내가 해 준 이야기가 과학고를 말리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현실이며, 과학고 가서 얼마나 잘 해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고, 잘 적응하더라도 여전히 치열하고 어려운 과정이 운명처럼 예정되어 있으므로, 정말 수학과 과학에 대한 흥미와 적성, 그 진로의 확실성이 있는지, 남은 기간 철저하게 준비해야겠다는 실행으로 이어지는 결심을 할 수 있는지를 돌아보면서, 나의 현실적인 조언에도 흔들리지 않는 확신이 든다면, 그제서야 너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일만 남았을 거란다.




<과학고 참고 영상> 교육대기자 TV

https://youtu.be/0Q5JmZrAtVw?si=5JzGRrMlkr_NSHNu

https://youtu.be/kY208qo6RGs?si=cOz4pE6y3IylXKK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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