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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교사의 수업과 에듀테크 고민

by 청블리쌤

요즈음 교육대학원 예비 교사 두 분의 멘토를 하고 있다.

최근 내게 질문을 보내주셔서 서면으로 답변을 드렸다.

대학에서 배우는 교육과 현장에서의 교육은 현실이라는 괴리가 있다.

답변을 작성하면서 원론에서 멀어지고, 현실에 타협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지만, 실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는 확신만큼 나만의 교육을 하고 있다면 현실에 타협인 채로 그냥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답변도 나만의 고집으로 가득 차 있으니 주의하시길...



Q1. 지난 학기 교과서를 나눠주시고 현 교육과정에 의거해서 수업을 8차시 정도 계획해 보는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실제로 학교에서 새학기가 시작되면 교육과정에 의거한 차시별 수업 계획을 어떻게 계획하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교육과정에 의거해서 해야 한다는 의식을 하지는 않습니다.

영어는 진도교과가 아니므로 성취기준도 일반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어 평가계획을 수립할 때나 수업을 계획할 때 크게 참고가 되지는 않습니다.

저는 실제로 차시를 미리 구상하고 수업을 계획하지는 않아서.. 지난번 교수님께서 같은 주제로 교육대학원 특강을 제의하셨지만, 바로 거절했습니다. 삶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요.

한 과마다 보통 8차시 정도로 계획해서 진행하지만...

계획보다는 경험에 의지하여 하던 루틴을 반복하며, 그 틀 안에서 컨텐츠 구성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계획하다가 나름의 틀이나 루틴이 형성되면 학생들의 수준과 흥미에 맞추는 교재연구에만 집중하게 되는 거죠.

원리와 이해 중심의 수업구성, 더 발전하면 교육과정이나 교육내용 재구성의 수준에 이르기도 하는데 그러려면 꾸준한 노력의 축적이 필요합니다.

한 번에 완벽한 준비를 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

고등학교는 교과서의 독해 본문만 다루고, 중학교는 듣기와 본문, 어법 및 어휘 정리 차시만 주로 다룹니다. 그 외의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 파트는 수업진도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중학교 4년차로 중3 수업만 계속 하고 있어서 그게 당연하지만 다른 중학교 선생님들은 교과서의 내용을 다 다룰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예시 차시 및 영문 지도안, 그 외의 다양한 자료는 지난번 공유해 드린 사이트를 참고하세요.

저도 지금은 원칙대로 하고 있지는 않아서 정답 같은 대답은 못 드리겠네요.



Q2.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이 필수불가결이 되어버린 만큼 이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 계획을 어떻게 세울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한 차시의 수업 내용이 문법과 관련될 경우, 혹은 리딩과 관련될 경우, 어떤 에듀테크 기술로 학습자의 학습동기와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에듀테크가 있는데 왜 안 써?" 이런 전제를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에듀테크를 안 쓰고도 하는 수업이 가장 좋은 수업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꼰대임을 무릅쓰고 심지어 AI조차도 인간 교사의 경쟁력을 따라 할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배움은 효율이나 즉답이 아니라 낭비 같은 시행착오와 멈춤으로 더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AI 디지털 교과서 시행을 앞두고 저는 걱정이 오히려 더 많아졌습니다. AI가 학생들의 수준을 진단하여 맞춤식으로 교과서를 구성하는 것이 절실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점검하며, 교사의 피드백으로 각자의 속도대로 학습을 이뤄가면서, 기본기를 갖추고 맥락 파악하는 역량을 갖추며 질문할 줄 아는 학생을 만드는 것이 교육의 목표여야 합니다. AI의 현란한 거짓말을 분별하는 맥락적 지식도 갖춰야 하겠죠.

에듀테크가 절실한 지점은 오히려 교실을 벗어날 때입니다. 시공간을 초월한 구글클래스룸과 같은 학습플랫폼, 구글설문 온라인 단어시험이나 클래스카드 단어시험(이건 유료입니다) 등을 각자 활용하여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등의 에듀테크가 그 예입니다.

즉 학습 관리 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 간단히 LMS)의 필요입니다.

교실 수업 내에서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것은 전시용일 가능성도 있고, 그 효과는 보기보다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수업기획 시 에듀테크 활용을 고민할 때도 다음 세 가지 기준으로 고민해보세요.

배움이 일어나는가, 재미있는가, 맥락이 있는가

수업본질에 가까운 깨우침의 재미일수록 좋은데, 수업 상관없는 뜬금없는 재미라면 맥락이 없으니 좋은 수업이 아니겠죠.

개별학습을 위한 에듀테크가 아니라면 디지털 교과서 등의 활용으로 수업의 효율을 높일 수는 있겠지요. 화면에서 바로 영어문장을 원어민이 읽도록 하고 시각적으로 교과서를 보여주는 등의 방법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 각자 아이패드나 태블릿을 미러링해서 학생들 학습지와 동기화된 상황에서 필기를 하는 것도 하나의 예가 되겠구요.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에듀테크라면... 교사의 역할과 주도성은 더 작아집니다. 에듀테크로 동기유발이 되지도 않지만, 학습의 본질에서 멀어진 흥미로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니...

에듀테크를 써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담아 컨텐츠를 구성하면서, 그 한계를 넘어서는 도구로서만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많이 활용하는 에듀테크의 종류를 알고 사용 맥락을 알고 있어야 적용되겠지요.

아래 학교에서 일잘러되기 시리즈를 참고해서 평소에 조금씩 익혀두길 권장합니다.

https://blog.naver.com/chungvelysam/223172451052




Q3. 수업 진도를 계획할 때 한 단원에 해당하는 진도를 어떻게 분배하여 계획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중학교 기준>

1차시 – 듣기 및 주요 표현, 스크립트 해설

2, 3차시 – 어휘 및 문법 포인트

4, 5, 6, 7차시 – 교과서 본문

8차시 - 리뷰

<고등학교 기준>

교과서 본문 차시 최소화

수능 대비형 부교재에 집중




Q4. 교생 나간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했을 때 태블릿을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하시는 걸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걸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학생들의 집중력이 저하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업 내용의 어떤 부분에 있어서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맞아요. 그러니 집중도가 저하됨에도 꼭 필요할 경우만 사용해야 합니다.

교과지식에 기본을 둔 핵심적인 사항은 교사가 수업을 해야 하고, 핵심정리 후 조별 활동이나 협업을 할 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조별로 세부내용을 검색해서 정리하는 식의 방법 등입니다. 혹은 개별 속도를 존중하면서 리서치를 통해 과제를 완성하고 글을 완성하거나, 번역기를 돌려서 영작을 완성하는 등의 개별 활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태블릿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주어진 시간에 가르치고 전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차라리 기계가 아닌 인간들끼리의 협력학습을 더 선호합니다. 서로를 가르쳐 주고 배우는 등의 활동이 개별 리서치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꼭 사용해야겠다는 부담보다 수업계획하면서 한계를 극복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보조기기로 선을 명확하게 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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