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이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대학교 2학기 개강을 앞두고 각자의 절친을 집에 데려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두 친구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큰 딸이 일정을 조정했다.
큰 딸 친구는 경주월드에서 하루 종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출발한다는 것이 명분이었는데, 하루를 더 지내고 본가로 내려갔다.
둘째 딸은 서울 인근에 사는 친구 집에 즉흥적으로 갔다가 우리집에 올 것을 제안했는데 친구가 흔쾌히 수락했다고. 둘째 딸 알바 마치고 온다고 금요일 밤늦게 내려와서 이틀 밤을 자기로 계획했다.
둘째 딸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소울푸드, "한우 스테이크와 냉면 콜라보"를 친구에게 소문내서 미리 내게 주문을 받았고, 그 메뉴를 포함해서 첫날 계획을 이렇게 세웠다고 내게 사진을 보내주었다. 내향적인 친구임에도 이런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너무 귀엽고 정겨웠다. 덕분에 나와 아내, 그리고 며칠 더 머물던 언니까지 친구에게 초대받은 심정으로 음식을 나누면서 함께 수다를 떨었다.
딸 친구들이 머물다간 4일간의 감사한 이유를 떠올렸다.
딸들이 집에까지 데려와서 함께 지낼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친구의 존재에 대해...
집에 온다는 것은 공간 제공만이 아니라 엄마 아빠를 소개한다는 의미도 포함되는데, 엄마 아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기꺼이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자신들의 절친이 부모님께 인사드려도 될 정도로 안정적이고 좋은 친구라고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실제로 엄마 아빠도 친구를 좋아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집에 가자는 제안도 안 했을 거라고.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한 딸들도, 그 제안을 부담 없이 받아준 친구들도 신기하고 감사했다. 억지로 데려오라고 한다고 왔었겠는가...
평소에 전화나 문자나 사진, 영상 등으로 그 친구들의 존재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이미 내적 친밀감은 있었고, 실제 만남이 화면에서만 보던 연예인을 만나는 신기한 느낌까지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난 친구들은 둘 다 너무 선하고 아름다운 아이들이었다. 딸들의 친구가 되어준 것이 너무 감사할 정도로.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과 좋은 자극을 주고 있는 건강한 관계로 계속 존중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평소에도 늘 느끼고 있었는데,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서 면접으로 확인한 듯이 그 모든 사실이 확신으로 다가왔다.
우리집에 들렀다 가는 것, 하나도 부담되고 힘들지 않으니 부디 한 번씩 다녀갈 정도로 계속 인연이 이어지길 기도했다.
아내와 나는 일상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환대했다.
비슷한 또래이기도 하니 그저 우리 아이들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그렇게 억지 노력과 애씀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신기했다. 우리 둘 다 극강 내향형인데... 아내는 신혼 때 제자들이 우리집에 온다는 소식에 부끄럽다고 도망가듯 자리를 피해 주기도 했었는데... 부모가 되어 이렇게 다른 집 아이들을, 딸들의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편하게 품어주며 대할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딸들 친구들이 예의를 다하면서도 너무 편안하게 있어주었다는 것도 신기하고 감사했다. 물론 큰딸 친구는 주는 대로 음식을 다 먹고 방에 들어가서 숨을 못 쉬겠다고 했던 부작용도 있었지만ㅋㅋ
우리 부부의 사소한 챙김에도 친구들은 너무도 크게 감사했다.
자주 볼 수 없는 딸들과 함께 지내다가 떠나보내는 아쉬움에, 딸 친구들을 함께 보내는 아쉬움까지 더해져서, 거의 일주일 내내 딸들과 친구들의 온정과 교감을 분주하게 느끼다가 떠난 빈자리가 더 비어 보이는 것 같아 너무 허전했다.
떠난 공간에서...
딸들의 일상에 들어와준 친구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냥 스쳐가는 인연이 아니라 이렇게 대학에 가서도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났다는 것도 너무 감사했다.
만남으로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일상의 한 부분을 딸들의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축복의 한 조각처럼 전해 받은 느낌에 너무 행복했다.
딸들은 물론 친구들의 행복한 일상도 응원하고 기도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