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과 삶이 분리되지 않은 교육

by 청블리쌤
32455954845.20240314071000.jpg?type=w300

존경하는 수석쌤께 책 선물을 받았다.

이런 메모도 끼워주셨다. 손편지와 같은 낭만과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초대도 담아주셨다.

KakaoTalk_20240901_191744437.jpg?type=w773

그런 진심으로인해 교육학 전공도서 같은 첫인상을 넘어설 수 있었다.

교육현장에 나와보니 대학시절 교육학은 정말 더 이론과 이상주의 같았다. 이룰 수 없는 이상적인 목표라기보다는 현실을 담지 못한 학문을 위한 학문인 느낌마저 들었다.

그건 석사과정으로 영어학을 하면서도 느꼈다.

심층적인 지식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표층으로 드러나기 위한 준비를 위한 깊이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조금씩 짐작할 수 있었을 뿐, 그 당시 배우는 것이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무슨 도움이나 영감을 줄 수 있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선물히신 분의 안목에 대한 믿음도 있었지만 이 책은 뭔가 달랐다.

책도 매우 크고 두꺼웠다는 표면적인 차이말고도... 저자인 교육학과 교수님의 진심이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교육에 대한 애정과 교사들에 대한 따뜻한 권유의 말씀이, 분명 강의처럼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차 한잔을 나누는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추구하는 교육 방향, 교육관과 닮아 있어 너무 기뻤다.

전문적인 이론에 입각한 깊이있는 강의를 읽으면서...

교만에 가까운 자신감이긴 하지만, 난 이미 그 내용을 교육현장에서 삶으로 구현하고 있다고 느꼈다. 단지 전문용어로 풀어서 얘기하지 못했을 뿐.

그리고 이제까지의 내 교육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격려와 특별한 응원을 받는 느낌까지 선물 받은 것 같았다.

"아는 것과 사는 것... 삶과 앎이 구별되지 않는 교육"

삶으로 가르치고, 가르치는대로 산다는 나의 생각과 맞닿아 있었다.

물론 배울 점도 너무 많았고 고민하게 만드는 깊은 내용이 있어서 그 가르침을 한두번의 읽기로 다 담아낼 수는 없었지만.


교수님은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과 주희의 성리학까지도 언급하면서 교육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

명문대 진학, 취업, 돈, 명예, 권력 등 사회경제적 지위를 얻는 것은 교육 본연의 목표는 아니다. 그저 교육을 통해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결과일 뿐...

그러나 교육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공교육이 그걸 외면할수록, 소원을 이뤄줄 것처럼 가시적인 성공과 성취를 보장하는 듯한 사교육으로 몰려갈 것이고, 이미 그런 현상은 문화처럼 고착화되는 중이다.

나는 성적과 결과를 강요하는 그런 트렌드와 시스템에서 행복교육을 외치고 있다. 딸들과 학생들에게 그런 교육관을 교육현장에서 삶으로 말하고 있으며, 세상이 외치는 것과 달라서 오히려 마음의 위로와 힐링이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것은 교육본질에 대한 사람들의 갈구함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 같았다.

책에서 교수님이 주장하는 교육의 본질이 일관되게 논리적으로 증명되며 전체 메시지를 관통하고 있다.

교과 교육을 통해 교과의 원리를 깨우치고 세상과 현상을 보는 시각을 갖게 하는 것...

아는 것만큼 보이는 것이니까...

나의 영어 티칭과 코칭의 목표는 “영어 문장이 보이게 해주는 것”이다.

영어 문장이 보이면 그 이후에, 그 시각으로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니...

그래서 나의 티칭과 코칭은 무한책임이 아니라 무책임에 가깝다. 하루 빨리 기본기와 습관을 장착시켜 자립시키는 목표를 가지기 때문이다.

누구든 내민 손을 절대 놓지 않지만 결국 나를 필요로하지 않는 손을 놓을 그 순간을 위해 교육한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성적이 오르고 그 덕분에 대학을 잘 가기도 한다.

그런 가시적 성과조차 없었다면 나의 교육관은 이론과 이상에 머물렀을 것이다.

물론 기다림과 긴 인내의 과정에 나의 멘탈코칭과 학습코칭이 지속적으로 필요하지만...

성적으로 보상받지 않아도 과정의 한 걸음에서 사소한 성취를 느끼고... 진정 알아가는 것의 즐거움만 느끼게 해주어도, 공부 자립으로 가는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이왕이면 재미있는 수업내용으로 학생들의 흥미와 동기유발도 함께 설계한다.

그리고 영어만이 아니라 인생과 사랑을 영어문장과 교과 내용에 더해서 가르친다.

삶을 나누는 것이고 삶을 함께 가르치는 것이다.

그게 성적 오르기 전부터 이미 아이들이 느끼는 보상이며 노력의 결실이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잘 나오게 된 성적으로 자신의 꿈을 이룰 발판이 된다면... 실은 그게 아이와 학부모님들이 바라는 점이고, 나조차도 그것이 현실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주장하는 교육의 시작과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은 결과보다 과정 중 매순간의 행복에 있다.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그 교육의 본질에 맞는 가치가 학생들에게도 전해질 것이고, 그 본질적인 가치를 전수받은 학생들이 우선순위로 교사를 하게 될 거라는.. 그것이 교사로서 가르치는 것에 대한 최고의 보상과 보람이라는 교수님의 반복되는 메시지가 특히 교권이 무너지고 교직을 기피하는 현세대에, 무모해보이기까지 한 그 논리가 너무도 특별한 위로로 다가왔다.

매 순간 진심을 다하고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공감능력이 좋은 제자들을 향해서, 그리고 둘째 딸을 향해서, 성적 좋은 것만 강조하며 성적으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성공과 성취보다, 교사로의 초대를 많이 했다. 그길이 장미빛 길이기 때문은 아니다. 감정노동과 힘겨운 관문을 수시로 넘어서야 하는 길이지만, 교육의 가치를 믿기 때문에 전쟁같은 그 현실로 초대를 하는 것이었다.

의대를 노리다가 여의치 않아서 교대를 가게 된 제자에게도 큰 축하와 기쁨의 인사를 건넸다. 학생의 목표가 있어서 그냥 지켜보았지만, 교직 선배로서 너 같은 후배를 교직계에 스카웃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면서...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나의 강연도 그런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사명, 눈에 보이지 않은 교사의 가치와 교육효과의 기적같은 놀라움들을 포함하고 있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교사에 대한 시각과 성공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교육현실에서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닌 교사들에게 전하는 진정한 가치... 특별한 헌신.... 꼭 자신을 희생하는 가시적 노력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사소한 교감과 영향만으로도 거대한 열매를 맺는 것이 약속된 씨를 뿌리는 특별한 과정일 것이니...

교수님의 말씀대로 자신의 뒤를 따르는 교사 제자를 두게 되는 가장 이상적인 결실이 아니라도 교사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교육의 효과를 제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분명 교사는 매순간 기적을 일으키는 자리에 있다는 자긍심을 지켜야 한다.

사교육에 대한 무력감과 학부모 민원, 학생들의 비존중의 현실에서도 교사의 품위는 지켜질 수 있다.

노력없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결국 노력하면 되는 일이다.


이 방대한 책의 내용을 조금씩 옮겨 담아 시리즈로 블로그에 올릴 생각도 했었지만 너무 방대하고 깊은 내용이라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저작권에 대한 걱정은 핑계일 수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이기도 했다.


수석쌤은 이 책으로 스터디를 권유하셨다.

난 일대일 대화는 누구라도 가능하지만, 세 명이 넘어서는 순간 침묵모드가 된다는 나의 한계와 약점을 거절처럼 얘기했다.

이 선물은 내게 너무 특별했다. 이제까지 나의 교육의 길이 발전과 성장을 하고 있었고, 그 방향이 틀리지는 않았으며, 어떻게 더 교육의 본질에 더 다가서면서 끝까지 교육자로서 사명을 완수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권위자로부터 인정을 받고 지지를 받은 듯한 뿌듯함과 감격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휘몰아치며 더 힘을 얻게 하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중에 몇 구절만 몇 번에 걸쳐 나눠보려 한다.

이 책은 중요한 이야기가 챕터마다 반복되지만, 몇 번을 읽다보면 앞뒤 내용이 유기적으로 퍼즐처럼 맞춰지는 신기한 체험도 하게 된다.

교사로서의 교육관을 확인하고 보다 이상적인 성장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 줄 거라 믿는다.

내가 언급하는 건 몇 구절이지만, 언급하지 않은 내용과 그외의 여백은 책의 전체 내용을 통해서 교사 각각의 삶으로 채워가면 좋을 것 같다.

수석선생님의 메시지처럼... 앎과 삶은 분리되지 않는 것이니...

이 책은 그렇게 교사로서의 삶이 되고, 학생들의 삶에도 영향을 주는 하나의 교본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나의 메시지도 이후 책 내용 정리하면서 반복되겠지만 최대한 나의 침묵으로 드리는 각자의 해석의 기회로 교육의 대한 가치를 품으시길... 기회가 되시면 일독해보시기를 기대하며...

keyword
작가의 이전글딸 친구들 환대에 더해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