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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Oct 24. 2024

영어 문법과 입에 붙는 영어

머리로 아는 것과 입에서 나오는 언어는 다르다.

선택형 시험문제를 맞히는 것과 서술형 답을 쓰는 것이 다르 듯..

시험영어의 공부 방향과 말하기, 쓰기와 관련된 실용영어의 체화 과정도 분명히 다르다.

시험영어도 단어가 충분히 문장에서 반복되어 의식하지 않아도 의미가 맥락에서 떠오르고, 문법이 체화되어 문장분석을 통해 정확한 해석이 되려면, 머리로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데, 말과 글로 표현되는 영어구사력은 그 이상의 축적을 필요로 한다.

대한민국에서 10년 넘게 영어를 배워도 영어로 말하지 못하는 것은 시험영어 정도까지만 대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은 실용영어는 배우는 것이라기보다 스스로 체득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 충분히 많은 시간에 많은 언어에 노출되고 스스로 적용하고 활용해 봐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교육교사로서 부끄럽지만 학교에서 주어진 수업시간만으로 실용영어를 익히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실은 수능 대비조차도 교실수업만으로 대비가 되지 않는다. 효율적인 수업이 큰 도움을 주는 건 분명하지만, 독해도 개별 체화의 영역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독해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영어 구사력은 축적된 반복을 통해 입과 손에 새겨지는 것이므로 시험영어 대비 정도로 그 성과를 논할 수 없다.

시험 영어 성적이 꽤 좋은 학생들도 "Are you like me?" 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문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입에 새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Do you like me?"라는 것을 알지만 입에 붙은 "Are you..." 가 먼저 발화되는 것이다.

미국의 아이들도 "I goed"와 같은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른다. 문법원리를 스스로 깨치고 적용하고 있는데 불규칙 동사의 존재를 일일이 지식적으로 나열해 줄 필요는 없다. 생활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I went"를 구사하기 시작한다.

시험영어는 정확성을 생명으로 한다. 3인칭 단수의 오류 하나만으로 서술형을 틀리기도 하고 부분점수만 받기도 한다. 

틀리는 것을 걱정하면 특히 영어말하기 실력이 늘기 어렵다. 발화하려는데 망설임이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시험영어와 실용영어는 큰 차이가 있다. 실용영어는 오히려 자주 많이 실수해 봐야 한다. 

말하기는 인위적인 환경을 만들지 않아도, 틀리는 것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나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영어구사력은 외국에 살다 오거나,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학원에서 영어에 노출되는 환경이 삶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그런 학생들은 보통 발음이나 억양 등으로 시험영어만 공부한 학생들을 압도한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단기간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넘어설 수 없다. 

그렇다고 문장 암기만으로 영어회화에 능통할 수는 없다. 기본 단어와 문장구성에 필요한 활용문법이 필요하다. 특히 자연스럽게 영어환경에 노출되지 않았던 경우라면 특히 더 그러하다.

그러나 문장해석과 문장구성에 적용되지 않는 문법은 필요 없다. 아니 오히려 방해만 된다.

지식 자체의 문법은 머리를 벗어날 일이 없고, 과하면서도 해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법 무용론은 머리에 머무는 문법 때문에 생긴 오해다.

그리고 지식을 넘어서는 반복과 체화의 과정이 있어야 말하기로 표출이 가능하다.

머리로 문장을 구성하면서 더듬더듬 말할 수는 있겠지만, 의식하지 않고도 입으로 나올 수 있도록, 손으로 쓸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언어학습 적령기의 노출이 적극 권장되는 것이니, 재미있게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후 말하기를 잘 하려면?

듣기는 물론이그 읽기를 포함한 지속적인 인풋이 필수다. 기본기가 있어 맥락이 형성되면 아는 것만큼 더 보이고 축적된다. 

그러나 직접 발음해 보는 발화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궁극적으로 의식하지 않고 말하고 쓰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김성우 교수의 <단단한 영어공부>이라는 책에서 나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근거를 찾았다.

비슷한 이야기, 다른 느낌의 전문성을 입힌 글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The buildings are ……’와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발음하면 [zάːr] 발음에 익숙해집니다. 이른바 ‘입에 붙는’ 상황이죠. 이때 형성되는 것은 운동기능에 기반하는 절차적 지식입니다. 이는 ‘3인칭 단수에 s를 붙이라’는 개념적 지식과는 매우 달라서, 뇌와 구강과 혀의 움직임 등이 실시간으로 협응해야만 제대로 작동합니다.

  여기서 ‘글로 배운 문법’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글로 배운 문법은 개념적 지식에만 의존할 뿐 소리를 인지하고 구별해 내는 지각 자원도, ‘몸이 기억하는’ 세밀한 운동기능도 활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글로 배운 문법은 글을 쓸 때는 유용하지만 실제 발화에서 하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문법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글로 배운 문법’을 넘어서야 할 이유입니다.

  결국 3인칭 단수 규칙을 익히는 것을 넘어 3인칭 단수가 들어가 있는 구문을 소리 내어 읽어 보고, be동사의 복수형이 are라는 개념지식을 익히는 것을 넘어 –s+are의 발음인 [zάːr]를 뇌와 얼굴 근육이 기억하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완료를 have+pp로 배우는 것을 넘어 have moved, has moved, has been 등을 발화해 보아야 합니다. 문법규칙을 익히는 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구강과 혀의 움직임으로 변환되지 않는 머릿속 문법은 반쪽 지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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