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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Oct 25. 2024

의무연수 분위기를 극복당하다

여기저기 강연을 많이 다니다 보니 모여 있는 청중에 대한 비교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가장 힘든 연수는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의무 연수일 것이다.

분명 몰입해 주시고 경청해 주시는 분들이 많음에도 소수 인원의 거부하는 듯한 분위기에 압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고, 퇴근시간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시간대에 주로 열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체 교직원 연수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그 구성원의 분위기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제를 정해 놓고 희망자를 받는 연수는 오신 분들이 내가 준비한 내용에 맞춰 주실 것이 암묵적으로 어느 정도 동의가 된 것이겠지만...

전체 연수는 참석하신 분들은 희망한 적도 없고, 주제에 맞게 선택하신 것도 아니다. 

그리고 학교에 따라 구성원의 연령, 성별, 관심사와 열정의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타케팅이 어렵다. 반응을 예측할 수가 없으니,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말을 안 해야 할지에 대해 명확한 준비가 어렵다.

함께 근무하면서 내게 큰 친절과 겸손한 섬김과 배움, 아이들을 향한 진심을 전달하며 삶 자체로 훌륭한 교사의 모형을 보여주셨던 선배선생님이 학교를 옮기셔서...

그렇다고 연수를 잘 다니는 분은 아니셨음에도, 나의 꾀임에 넘어가서 3시간짜리 "글쓰기와 행복교육" 연수에도 기꺼이 나의 응원단(?)으로 동행해 주시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옮기신 학교의 전체 교직원 의무 연수 강사로 날 초대해 주셨다. 1학기 때 이미 초대장을 전해주셔서 오랜 기간 동안 설렘을 선물받았다.

교사 전체 수업 나눔의 날 컨셉에 맞춰 주제를 이렇게 잡았다.

교실 수업 개선의 시작

삶을 통과하는 티칭과 코칭

준비하면서, 강의를 시작할 때까지도 걱정이 앞섰다. 강력하게 추천하셔서 강의를 했는데 분위기가 싸하거나 불만이 터져 나온다면 비난의 화살을 선배님도 맞아야 할 것만 같아서.

나는 3시간 강의를 제일 선호하고, 적어도 90분 강의는 해야 어느 정도의 주제를 놓고 여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이번 강의는 시작 시간과 강의 시간에 상관없이 퇴근 시간을 지켜드리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었다.

선배님이 연결해 주신 담당 부장님께 확언을 했다. 언제 시작하든 4시에 정확하게 맞춰 끝내겠다고.

강의 시작할 때도 자신이 없어서... 강의 시작하면서 선배님의 추천으로 왔다는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혹 연수 분위기가 안 좋아져도 선배님 한 분만 바라보고 선배님만을 위한 연수가 되겠다는 다소 낭만적인 선언도 지키지 못했다. 선배님은 연수 후, 단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고 웃으셨다.

선배님은 그런 나에게 연수 후 저녁까지 사주시고 연수 후기와 삶의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선배님이 전달해 주신 주변 선생님들의 연수 반응이 아니라도, 연수 시작하는 순간부터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강제 연수의 부담감과 의무감의 갑옷을 무장해제하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시는 선생님들이 환대와 몰입의 기운을...

강제연수에서 오히려 강사인 내가 위로와 힐링을 얻었다. 

선생님들께서는 앉아계신 등받이 없는 의자로 시종 자세도 불편하셨을 텐데도 격한 웃음과 호응으로도 반응해 주셨고 감동의 표정도 지어주셨다. 정말 마음 따뜻한 겸손한 분들의 모임 같았다.

완결된 한 편의 강의로 마무리하기에는, 애초에 분량을 많이 줄였어도 아쉬움이 있는 시간이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시간 되는 대로 단편적인 내용이라도 온전한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려 애썼고, 약속대로 정각 4시에 마쳤다.

아이들과 단 한순간의 행복도 놓치지 않으시길 응원하면서...

선배님은 기술적인 이야기가 아니어서, 보통 접하게 되는 통상적인 연수 주제에서 벗어나서 실제 삶을 통한 서사라서 오히려 더 좋았고, 선생님들께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 그리고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시간이었을 거라고 격려해 주셨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학교 선생님들의 강의 후 분위기를 내게 이렇게 메시지를 전해주셨다. 선배님의 이런 세심한 친절이 낯설지는 않았다. 차 없는 내 상황을 미리 살피시고 둘째 딸을 수능시험장까지 태워주시겠다고 먼저 제안해 주셨던 감사한 기억은 일상의 숱한 배려와 친절의 일부였을 정도다.

그럼에도 여전히 감동이었다. 

이렇게 행복을 거저 선물로 받아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ㅠㅠ

출근해 보니 다들 어제 강의가 너무 좋았다고 하더군요. 모두들 진심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어제 강의 후 샘과 제가 느낀 그 분위기가 착각(?)은 아닌 듯했어요 ㅎㅎ 강의에 대한 피드백은 해 주는 게 도리인 듯하여 이렇게 몇 자 적어요.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는, 강사의 내공이 느껴지는 수준 높은 강의였슴당~~

여러모로 대단한 후배라고 말하니 다들 그렇게 생각된다고 수긍하더군요~

암튼 어제 수고 넘 많았고 후배님 덕분에 저도 함께 기분 좋아지는 하루였어요. 

강의한 중학교에 막강 인맥을 자랑하는 학교 선생님께서도 이렇게 농담에 더 가까운 메시지를 주셔서 한참동안 웃었다ㅋㅋㅋ

어제 **중에서 너~무 잘하시더라, 좋았다고 난리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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