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서 저의 상처와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이야기 했습니다.
얼마전에 용기를 내어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사실 오랜 시간동안 아버지와의 대화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전화를 할때마다 별일없냐, 애는 잘크냐, 등등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는 정서적 교감이 하나도 없는 그런 의미없는 대화가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애증의 감정이 뱀처럼 저의 마음 깊은곳에 또아리를 틀고 있어서 쉽게 저의 마음을 열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아버지를 바꾸어 달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약간의 정적이 흘렀습니다. 무슨말을 하지, 마음속에서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내용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전화를 하게 된 것은 전에는 상상도 할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제가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신앙적인 변화가 있고 공부를 하면서 저의 마음이 아버지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만큼 건강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두분의 형님들과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형제들끼리 우리 집안에 대한 정서적인 분위기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화를 했다는 경험 자체가 저에게는 엄청난 변화였습니다. 저는 형님들과 어렸을때 저의 감정적 어려움과 집안 분위기 등에 대해서 제법 오랜시간 이야기를 했고, 솔직한 감정을 나눌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쉽게 이야기 할수 있었는데 어쩌면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이야기하지 못하고 살았었지 하는 질문이 저의 마음에 몰려왔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경험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할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버지에게 어린 시절 저의 아픈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제가 집에 가면 몸이 얼어붙고 말이 안나온다는 이야기를 하니 아버지는 몰랐다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의 아픈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때는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셨고, 당신이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할수 있겠냐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도 할아버지에게 맞으면서 컸기 때문에 본인에게 그런 부분은 어려움이 있었을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더 이야기 할것이 있으면 올해 한국에 들어왔을때 이야기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고 모처럼만에 성사된 부자간의 대화는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별 내용없는 전화통화였지만, 저에게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수 있는 디딤돌이 된 중요한 대화였습니다. 그리고 실체없는 감정속의 두려움의 대상을 실제의 삶에서 마주했던 경험은, 이제 더이상 감정속의 두려움의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 나의 기억속의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해준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저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것일까요?
무엇이 그토록 저에게 분노를 느끼게 했을까요?
무엇이 그토록 저를 동굴속에 숨어있게 만들었을까요?
무엇이 그토록 저를 옭아매는 족쇄였을까요?
저는 저의 마음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네가 그토록 무서워하고 분노했던 존재는 세상에 없어, 단지 몸의 기억속에 존재하던 것이었어, 너도 들었잖아 아버지의 이야기를, 이제 아버지는 나이드신 할아버지일 뿐이야.
마음 깊숙하게 숨겨놓았던 두려움과 분노를 끄집어 내어서 하늘로 날려보냈습니다.
더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을수 없습니다. 앞으로 살아야 할 삶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그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억눌러 놓으려고 사용했던 에너지를 미래를 위해서 사용합니다.
두려움에서 도망가는 삶이 아니라 희망과 소망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삶
그러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