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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경험의 중요성

어린시절 감정경험은 세상을 살아갈 기반을 제공해 줍니다. 

여러분은 어렸을적에 다쳐서 울고있는 여러분을 어머니가 꼭 안아주시던 따뜻함을 느끼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다투고 외롭고 힘들어서 집에 왔는데 어머니가 그 마음을 이해해 주면서 격려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시던 감정의 경험이 있으신가요? 여러분들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하루종일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 하면서 같이 웃고 울면서 격려해주고 곰감해주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여러분에게 가정은 싸우고 서로 험담하고 못잡아 먹어서 안달하는 그런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공간이었나요? 아니면 아무런 대화도 없고 싸늘한 분위기와 마음에 있는 것들을 서로 마음편하게 이야기 하지도 못하는 그런 숨이 탁 막히는 공간이었나요?


저의 감정경험에서 가정은 아무 대화가 없는 삭막한 공간이었습니다. 마음 안에 있는 감정경험은 공유할수 없었고 자유롭게 표현하지도 못했습니다. 무엇인가 항상 긴장되어 있었고 서로간의 격려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가정이란 곳은 그저 먹고 자고 학교를 다니는 그런 상당히 감정적으로는 건조한 곳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세상이고 그것이 제가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때 기대할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이루고 자녀가 생기면서 여러가지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것들을 제가 자라왔던 집안에서 경험했던 감정들 안에서 모두 해결해야 했습니다. 아무런 감정적 도움도 없고 무미건조하면 아무런 대화도 없는 그런 기반에서 혼자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했습니다. 회사에서도 동일한 상황을 기대했습니다. 아무런 감정적 도움이나 인간관계를 기대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것은 저의 감정세계에는 적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요? 저의 세계에서는 그런것은 없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결국 저는 혼자 아둥바둥 하다가 쓰러져 버렸습니다. 제가 감내할수 있는 감정의 한계치를 한참 넘겨서 쓰러져 버린 것입니다. 쓰러진 이후에도 저는 저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했습니다. 니가 버티지 못해서 쓰러진거잖아. 결국 네가 약해서 쓰러진거야. 그것도 못넘기냐? 결국 제가 약하고 잘못해서 쓰러진 것이니 결과적으로 모든것이 저의 잘못이라고 자책을 한 것입니다. 


그렇게 인생의 밑바닥을 헤매면서 고통스러워 하다가 페루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어떤 의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의사이면서 빈민촌에서 선교를 하시는 분이셨는데 가난한 사람중에 아픈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돈이 충분하지 않아서 약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정들을 찾아가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관심을 가져주기만 해도 그들의 병이 낫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헤어질때 그분과 허그를 하게 되었는데, 그분의 심장과 저의 심장이 만나면서 따뜻함과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감동의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삶을 살면서 처음 경험해보는 따뜻함이었습니다. 그래서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있었습니다. 


페루에서의 그 따뜻했던 경험은 그때는 잘 알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의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감정의 측면에서는 어렸을때 집에서 경험했던 감정적 경험이 세상의 전부일 것이라는 한계안에서 삶을 살아왔던 것입니다. 삭막하고 자신의 감정을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고, 어른들은 본인들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도 버거워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에 대해서 저를 진심으로 도와줄 마음도 능력도 없다고 생각을 했던것 같습니다. 결국 모든것을 혼자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혼자 살아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따뜻한 마음의 교류를 할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그동안 제가 살았던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어린시절과 집안에 대해서 다시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의 양육환경과 제가 그동안 경험했던 집안에서의 인간관계와 대화형태등이 어떠했는지, 저의 가정이 어떤 가정이었는지에 대해서 책도 읽어보고 공부도 하면서 전면적으로 다시 보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여러가지들을 볼수 있었습니다. 저의 가정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집안이고 가족의 많은 구성원들이 아파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볼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에 가서는 형님들과 숙부님 그리고 부모님과도 약간은 집안의 트라우마에 대해서 이야기 할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이야기 하지도 못했던 내용들인데 명시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 이상의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줄수 없습니다. 특히 감정경험에 있어서는 따뜻한 사랑을 감정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그 따뜻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줄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세계가 있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감정만 중요하고 지적인 부분이나 앎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감정경험과 앎이 동기화 될때 그것은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감정경험을 가지고 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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