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감정경험을 다른 사람이 깊이 이해해주고 공감해준 경험이 있나요?
요즘 외롭다는 생각이 들면서 왜 제가 외롭다고 느끼는지에 대해서 돌아보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저의 감정경험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전혀 공감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공감을 할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사람들은 그러한 감정경험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저의 감정을 미주알고주알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을 해야 하는데, 감정이라는 것이 단순하지가 않아서 그 감정을 설명한다는 것도 쉽지 않고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그사람이 내 감정을 공감해줄 것이라는 신뢰도 있지 않다면 이야기 안하고 말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결국은 감정에 대해서 공감받지 못하고, 나중에는 그러한 감정에 대해서 어린아이같은 감정이라고 핀잔까지 듣게 되면 마음의 문을 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재의 상황이 저를 과거 어린이였던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었습니다. 부모님들과의 관계가 떠올랐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감정에 압도된 분이셨습니다. 자신의 감정만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은 어떤지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분이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다는 행동도 자신의 방법과 고집대로 행동하고 상대방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는 분이셨습니다. 항상 분노와 두려움이 아버지의 감정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를 걸기도 두려웠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저의 감정을 이해받거나 공감받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어린 저도 어느정도 시도하다가 포기를 한것 같습니다. 어머니도 본인의 인생의 짐이 너무 무거우셨던 분이였습니다. 정말 열심히 사셨던 분이고 강하신 분이었지만, 어린아이의 감정에 대해서 이해해 주시고 공감해주시는 부분에 있어서는 약한 분이셨습니다. 형들도 집안 분위기에 따라서 자신들의 감정은 본인들이 추스려야 하는 상황이었고, 가족간에 대화는 없었습니다. 집안 분위기 자체가 무겁고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집안 분위기에서 저의 감정에 대해서 공감을 받거나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먹고사는 것만 집에서 해결하면 다행이라는 암묵적인 메시지가 집안에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더이상 무엇을 이야기 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집안의 분위기는 저를 미칠것 같은 외로움으로 내몰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인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그러한 감정을 입밖으로 내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마치 감정적 감옥같은 그런 분위기에 어린 제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최근에 느끼고 있는 저의 외로움이 어쩌면 과거 어린시절 집에서 살면서 느꼈던 그런 외로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니 어린저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살수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억지주장을 계속한다면 결국 수많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억지주장을 계속하는 순간, 무엇이 더 소중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포기해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일 아니냐 라는 말에 대해서 조금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져야 살수 있기 때문에 먹고사는 것이 중요한 요소인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의 모든 행동과 말들이 먹고살자고 한다는 일반화는 너무 과장된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밥은 먹고 살지만 마음의 고통으로 괴로워 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가 된 오늘날이 너무 먹고사는것에만 초첨을 맞추고 살았던 우리의 삶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외롭지 않으셨나요? 만약 외롭지 않으셨다면, 적어도 누군가는 여러분의 감정에 공감해주고 격려를 해주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면 그런 사람이 세상에 한두명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아직도 가지고 계신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자와 자녀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감정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와는 다른 감정을 가질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한번이라도 가졌다면 여러분은 오늘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신 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