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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The Giver)

만약 우리의 삶에서 감정이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이번학기부터 기억 전달자(The Giver)라는 소설을 학교에서 영어시간에 읽으면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책을 2-3장씩 읽고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숙제여서 아들이 물어보면 답을 해주려고 책을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10대들이 읽는 소설로 미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작품입니다. 넷플릭스를 보니 그 영화가 있어서 관심이 가서 한번 보게되었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은 디스토피아 영화입니다. 디스토피아는 이상적인 유토피아 세계의 반대되는 말로, 겉으로 보기에는 이상적인 사회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거짓으로 만들어진 세계라는 의미입니다. 평등을 이야기 하지만 개성이 없는 천편일률적인 삶, 극도의 통제등이 일반적인 특징인 사회입니다. 이러한 유의 소설들이 많이 있는데, 동물농장, 화씨 451, 헝거게임등이 디스토피아 사회를 그린 소설들입니다.  


기억 전달자의 대략적인 내용은 겉으로 보기에는 편안하고 안전한 사회인 한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모든 사람들은 도시의 위원회가 정해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유전한적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존재로 만들어지고, 만약 정해진 기준에 따라가지 못할 경우는 죽임을 당합니다. 하지만 죽인다는 말을 쓰지 않고 다른곳으로 이송된다고 표현을 합니다. 나이가 든 사람도 다른 곳으로 이송된다고 표현을 하지만 죽임을 당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침마다 약물을 주입하는데, 이 약물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약물입니다.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아침마다 이 약물을 주사하는 것입니다. 즉 모든 사람들은 감정이 통제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위원회의 명령에 복종하고 사회의 규범을 모두 순종합니다. 범죄가 없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사람들은 괴로움을 느끼지 않지만 기쁨도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도시에 기억 전달자가 한명 있는데 이 사람은 과거의 기억들을 다 가지고 있고, 감정을 느낄수도 있습니다. 이 한사람에게만 이러한 특권이 허락되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한사람 기억 전수자 (The receiver)를 선정해서 이러한 과거의 역사와 기억들 그리고 감정을 전달받도록 합니다. 이 도시의 기억들과 감정들이 전달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도시를 다스리는 장로들이 자문을 구할때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 위한 자리인 것입니다. 


새로운 기억 전수자로 선정된 요나라는 남자청소년이 기억 전달자를 만나면서 자신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상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자신이 살던 사회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변해가는 과정과 그 사회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안전한 도시를 벗어나서 기억의 경계선을 넘어가고 결국은 모든 도시의 사람들이 과거의 기억들과 감정을 회복한다는 내용입니다. 이퀼리브리엄이라는 디스토피아 영화에서도 약물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감정을 통제하는 미래사회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는것을 보면 감정통제가 미래사회에서 사회통제를 원하는 사람들의 도구가 될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들은 고통의 감정을 느끼면, 그러한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수치감, 불안, 두려움의 감정을 느끼면 그러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아예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통이나 수치의 감정을 느끼지 않고는 기쁨이나 성취의 느낌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수 없기 때문입니다. 긍정과 부정의 감정을 느끼면서 부정적인 감정은 마주하고 극복해 나가며, 긍정적인 감정들은 느끼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동안 감정에 대해서 여러가지 글을 쓰면서 감정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탐구를 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감정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시작한 저의 여정이 제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저를 인도한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리고 새삼 놀라는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감정이 우리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개인의 감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상으로 부터 감정을 물려받는다는 것과, 기독교와 불교에서도 감정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고 있으며, 감정이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심리학에서도 감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최근 몇십년동안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가 특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애착트라우마의 경우는 감정조절을 어렵게 만들고 세상에 대한 인지가 왜곡되고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글에서 정리한 것과 같이 디스토피아 사회를 그리고 있는 소설들에서도 사람들이 감정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여서 사회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감정이 사람들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제가 감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자료도 찾아보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그 중요도에 비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감정에 대한 인식이 낮고 이에 대한 교육이 부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어린시절만을 보아도 감정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고 불필요하다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을 보면 알수 있습니다. 오늘날을 돌아보아도 경제적인 부와 편안한 삶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이 사회에 지배적이고 이러한 생각들은 삶에서 경제적 부와 편안한 삶을 우선으로 추구하게 되면서 감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과 불행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한번쯤은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것들이 진짜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인지를 한번쯤은 되돌아보아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기억전달자에서 보여주는 처음의 도시가 처음에는 저에게도 완벽한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요나가 처다보는 리오나의 눈동자가 파란색으로 보였을때 처음으로 그 도시가 회색빛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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