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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만들어진 대응시스템

어린시절 고통에 대응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대응시스템의 무서움

사람은 누구나 생존을 위해서 노력을 하게됩니다. 어린 아이들도 그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어른이 되면서 어린시절 자신이 경험했던 감정적인 어려움들은 잊어버리지만, 그 시절에 제한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자신이 처한 정서적 어려움이나 고통가운데 만들었던 대응시스템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작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시스템을 의식 수준에서 인식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기 자신과 동일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저의 경우에는 어린시절 항상 집은 두려운 공간이었고 외로운 공간이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고 인정해주고 보살펴주는 존재가 필요한 어린아이였지만, 주변에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한 도움의 손길을 기대할수 없게된 어린 존재는 자신의 마음을 철저하게 숨기는 방법을 찾아내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고통을 마음속 깊이 숨기고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것처럼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부모님들은 먹을것 먹고 학교 다니고 별 불평없는 저를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크는 아이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었습니다. 이미 세상을 향해서 마음문을 닫고 커다란 가면을 쓰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게된 어린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잊어버리고 로보트 처럼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삶은 적어도 집에서는 아무런 소란을 일으키지 않게 되었고 조용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아이는 더욱더 자신의 삶의 방식에 젖어 들었고 세상에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살아갔습니다.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면서 그러한 생활방법은 몸에 굳어져 버렸고 자신의 마음의 고통에도 무감각해졌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피상적인 관계에 머물렀습니다. 마음의 문이 닫혀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두려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체, 그 두려움의 감정에 노예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와는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전에 알게된 분인데, 이분은 집안에서 막내였었는데, 오빠와 언니는 집안에서 제법 대우를 받으면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막내딸인 이분은 부모님들에게 갖은 구박을 받았고 아버지에게 구타도 당했습니다. 이분은 이러한 괴롭고 무서운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일을 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죽을만큼 일을 하는 방법으로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했고, 이러한 대응시스템이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남편으로 변한것 뿐입니다. 본인이 왜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는 잊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열심히 일을 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자녀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사랑을 해주는지 알지 못하고, 자신의 두려움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감정을 읽을수 없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잘못된 교육방법을 계속 추구하고 있는 엄마에 대해서 연민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 있지만, 이러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혼란스럽고 힘든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어린시절 만들어진 대응시스템을 기반으로 살아가면서 힘들기는 하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어린시절에 만들어진 대응시스템의 문제점은 자신이 그러한 대응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는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어떠한 방법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르고 반복적으로 그러한 방법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문제점을 인식하고 수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자신의 방법이 올바르다는 착오에 빠지기 때문에 수정하기도 어려워질뿐 아니라 자신의 방법에 다른 사람들을 맞추려고 하는 경향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건강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래서 상식적인 수준의 대응 시스템을 가지게 되는데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감정적 고통과 여러가지 비정상적인 대응시스템을 가지게 되어서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이러한 대응시스템에 대한 원인과 치료를 잘 설명한 심리치료 방법이 심리도식치료(Schema Therapy)입니다. 제프리 영이 만든 심리치료 방법인데 기존의 인지행동치료로는 대처가 어려운 성격장애 환자들을 치료할때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린시절 역기능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라면서 비정상적인 심리도식(대응시스템)을 갖게 되고 그러한 심리도식을 가지고 있는것도 알기 어렵고, 몸에 이미 익숙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수정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불쌍한 삶입니다.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고통을 당한 것도 억울하고 힘든일인데, 사회생활에서도 그러한 고통을 계속 경험하면서 살아가야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절망하기는 너무 이릅니다. 해결책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통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삶을 지속하고 그 어려움에서 벗어난다면 삶이 더 아름답게 꽃필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격장애로 고통받는 많은 분들이 치료받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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