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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는 감정이 이해될때

내가 느끼는 모든 느낌이 이해되고 공감될때

저의 삶이 알수없는 고통스러운 감정들로 가득차서 어쩔줄을 모르고 있을때, 그때는 도대체 내가 느끼고 있는 그 감정들이 무엇인지 알수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강도가 너무나 세서,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저의 삶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런 감정을 만들어낼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는 저의 삶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도 저를 감정적으로 죽일만큼 심각한 감정의 고통을 만들어냈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더이상 저에게 연락도 안하는 상황이 되고, 직장에서도 완전히 고립된것 같은 상황과 가정에서도 자녀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가족들이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등, 이러한 상황들이 저의 깊은 내면에 숨겨져있던 감정적 고통들을 자극해서 표면으로 용암이 분출하듯이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마치 쓰나미가 몰려오는 바닷가에서 그 쓰나미를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의 쓰나미에 묻혀버렸습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무서운 것이, 감정이 몰려올때 그 감정을 멈추게 할수도 없고, 그 감정을 막기 위해서 커다란 방파제를 쌓을수도 없다는 것이 저 자신을 무기력하게 했습니다. 그저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를 온몸으로 맞을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한 감정의 파도를 맞는 과정이 몇년이나 걸렸습니다. 그 감정의 파도가 휩쓸려 지나가고 한참동안이나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 지도 이해가 안되는데 그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를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었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정신을 조금 차리고 도대체 나에게 무슨일이 벌어진 것인지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시작을 해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상담도 받아보았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상담하시는 분에게 저의 감정적 고통을 말로 설명할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표면적인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만을 이야기 해서는 도대체 제가 외 그러한 심각한 감정적 고통을 경험하는지를 이야기를 할수도 없었습니다. 


얼마전 아내가 본가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면서 이번에 아파트로 이사를 하시게 되어서 기분이 어떠시냐고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본인의 감정을 이야기 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만 하시더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저의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돌아보면 어릴적 집에서는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도 감정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고모나 친척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배부른 소리라고 여러번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먹고살면 되었지, 감정적인 고통이 무슨 소리냐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어쩌면 육이오를 지나오면서 먹고사는것도 어려웠던 시절을 사셨던 분들이게는 감정이야기가 사치스러운 이야기였을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저의 아버지는 두려움, 불안, 분노, 그리고 수치감에 평생을 고통당했던 분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저희 아버지는 감정적인 고통을 본인이 당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조차 없으신 분이셨습니다. 그러한 감정적 고통은 자녀들과 가정의 분위기에 고스란히 스며들었고 저희 집안은 가족간의 따뜻함이나 정이 넘치는 집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집에오면 따뜻한 대화한마디 없는 차디찬 그런 집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그러한 아버지의 감정에 대한 인식에 억눌려서 아마도 본인의 감정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시고 사셨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저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결국 저는 중년의 나이가 될때까지, 집에서 보고배운대로 감정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감정이 느껴지면, 그러한 감정을 살펴보고 외 그러한 감정이 드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고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했어야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계속해서 억누르면서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더이상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면서 살아갈수 없는 상황을 맞이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감정의 쓰나미를 경험했던 것이었죠. 저는 감정적으로 무너져 버렸고, 도대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단서도 잡히지 않은 오랜 시간을 괴로움과 싸우면서 버텨야 했습니다. 그리고 감정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얼마나 무지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자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너무나 무식했구나, 그리고 어쩌면 인생에서 이렇게 중요한 감정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로 지금까지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을 수도없이 많이 했습니다. 


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하나하나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한 현재의 사건뿐만이 아니라 조상들의 삶일수도 있고 사회적인 신념이나 종교적인 신념, 수없이 많은 요소들이 숨어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수만 있다면 자신에 대해서 깊이 이해할수 있습니다. 그러한 귀중한 정보를 배부른 소리라고 무시하거나 억눌러 버리거나 감정적 고통을 참지못하고 술이나 약물같은 것들로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면 인생을 알아갈 귀중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신의 감정에 애정을 가지고 탐구하고 이해해갈때 우리의 삶은 더 건강해지고 더 깊은 의미를 향해서 나갈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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