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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새겨진 두려움

몸에 두려움이 새겨진 사람들

몸에 두려움이 새겨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였습니다. 다만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너무 오랜 시간을 살아왔습니다. 깨어남의 시간이 있었지만, 단 한번의 깨어남으로는 몸에 새겨진 모든 두려움에서 깨어날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오랜 시간동안 두려움 속에 살았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모든 신념, 행동, 생각의 패턴, 몸의 반응 등이 두려움에 맞추어서 적응이 되어 너무 오랫동안 살아왔고, 이러한 영향력은 개인의 경험에서 뿐만이 아니라, 사회의 경험, 그리고 한 국가의 경험, 더 나아가서는 코로나 펜데믹과 같은 전 인류의 공통된 경험에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가보 마떼 박사의 "The Myth of Normal"이라는 책에서 재미있는 인용구가 나옵니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이야기 했던 한 우화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두마리의 젊은 물고기가 어로를 따라서 헤엄을 치다가 반갑게 인사하는 같은 류의 어른 물고기를 만났습니다. 어른 물고기가 이야기 했습니다. 좋은 아침이야 젊은 친구들, 물이 어때? 이런 질문에 젊은 두 물고기는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나가서 조금더 수영을 하다가 한 물고기가 다른 물고기를 바라보면서 도대체 저 꼰대가 이야기 한 물이 뭐야?" 여기서 월리스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은 너무나 당연하고 중요한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서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 볼수도 없고 이야기 할수도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한 것입니다. 물고기가 자신이 살아가는 모든곳에 존재하는 물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말입니다. 너무나 당연해서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것,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 한 것입니다. 가보 마떼 박사의 책에서는 현시대의 문화와 생활 환경들이 사람들에게 자가면역질병,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암과 같은 질병들을 야기할수 있는 여러가지 요소들 가지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러한 요소들에 대해서는 우화속의 젊은 물고기들처럼 인식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증상들에만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으로 인해서 저의 삶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망가졌던 경험을 생생하게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저의 두려움은 저의 할아버지부터 저의 아버지를 통해서 저에게 까지 무의식을 통해서 폭력적인 언어와 행동 그리고 감정표현의 억압등을 통해서 전달되어왔고 그 고통이 집안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였습니다. 그런데 가족중에 누구도 그 두려움의 악영향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고 삶을 살아왔던 것입니다. 물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 물이 오염되어서 다들 질병을 앓고 있는데, 그 원인이 되는 물에 대해서는 인식도 하지 못하고, 그런 고통스러운 삶을 주변의 사람들이 다 사니까, 그렇게 사는것이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해 버리고 사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제가 심리학 공부를 하고 여러가지 책을 읽으면서 무엇인가 저희 집안의 문제에 대해서 어렴풋하게나마 보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족 모두가 막연하게나마 모두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른 가족들이 정식으로 심리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문적인 배경이 있는것은 아니고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저희 가족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이야기 하는것을 꺼리고 그냥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그래도 세대가 지나면서 점점 더 사는 것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가족안의 문제에 대해서 미리 알았더라면 더 일찍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고통을 줄일수 있었다는 생각을 최근 들어서 많이 하게 됩니다. 


이런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이라는 사회도 새로운 시각에서 보게 됩니다. 한국도 근대사를 거치면서 많은 고통과 고난을 경험한 나라입니다. 전쟁은 모든 국민들에게 잊을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트라우마의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몸에 새겨진 두려움의 특징들이 많은 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중에 하나는 두려움에 기반한 반응입니다. 어떠한 의미있는 것이나 자신이 가치있어 하는 것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해서 행동하는 양상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먹고 살려고"라는 문구는 얼마나 문화 자체가 생존을 위협받는 두려움에 기반한 반응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이야기 해줍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두려움의 감정을 끊임없이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코로나의 두려움과 경제위기의 두려움 부동산 경기 침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등,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려고 안달이 난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망가뜨리고, 끊임없는 위기의식으로 주눅들게 만듦니다. 마치 어항속에 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데, 물속에 독극물을 조금씩 넣는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물속에 있는 물고기들은 서서히 질병에 걸리고 죽어갑니다. 그러면서 어항속에 있는 물고기들이 다 그러니까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우리는 그러한 두려움을 받아들이지 않을수 있는 자유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이 아니라 자유와 희망을 품고 이 세상을 살아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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