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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유아기의 대인관계 패턴

삶을 살면서 대인관계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삶에서 대인관계가 괴로워지고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 것이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느낌만 있을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시간을 오랜기간동안 보내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시기가 오래 되면서 감정적 고통은 더욱 커졌습니다. 누구에게 무엇이라도 물어보아야 하는데 무엇을 물어보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고통스럽기만 했습니다. 아무것도 할수 없는것 같은 무기력감이 저의 삶을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감정적 고통이 지속되고, 나만 모르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마져 포기하게될 시점에 저의 삶에 여러가지 새로운 변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위빠사나 명상을 통해서 그동안 억눌러 왔던 몸의 감각들이 있는 것을 알게되었고, 사랑과 애정이 많은 선교사님을 통해서 저의 삶에서 부모와의 친밀한 관계가 전무했다는 것을 알게되고, 심리학을 통해서 어린시절의 애착트라우마가 몸에 남게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칼 융을 통해서 무의식을 의식화 하지 않으면 그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피터 레빈 박사의 신체경험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완료되지 않은 트라우마 경험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완결이 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상황을 반복하려는 성향을 가지게 된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내용을 종합해보면, 결국 어린시절 경험했던 부모와의 고통스러운 관계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어떤형태든지 행동을 습득하게 되는데, 이것이 성인이 되어서도 동일한 패턴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경우는 성인이 되었을때 문제가 반복적으로 생기면 자신의 대응방법을 수정하겠지만, 주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기존의 행동패턴이 지속적으로 삶에 문제를 일으키고 본인에게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준다 하더라도 그 패턴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 문제있는 행동패턴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증상중에서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가 많이 발견되는데, 치료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의 증상을 다시한번 돌아보면, 저는 일정의 회피성 인격장애적인 성향이 많이 있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두려움의 감정이 몰려오면 회피하는 반응을 계속 하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 돌아보면 그 사람들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낄 필요까지도 없었는데, 어린시절 트라우마로 인해서 저의 마음속에 있는 숨겨진 두려움을 자극했던 것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무것도 할수 없을것 같은 무기력감으로 인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할수 있었는데도 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숨어있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게으름과는 다른 것입니다. 두려움에 무엇을 할지 모르고 숨어 있었다고 표현해야 더 맞을 것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5-6살이었을때 아버지가 소리치면서 욕할때, 무서워서 맨발로 도망가야 했던 그 어린이의 트라우마 상태로 돌아갔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힘센 어른에게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고 도망갈수 밖에 없었던 그 어린아이의 상태로 돌아갔던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감정이 나를 사로잡아오면,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도 나지 않고 두려움에 떨기만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그러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상태로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 아버지는 숙부님의 잘못된 행동을 집안에서 가장 약한 아무잘못없는 6살 어린아이에게 윽박질러서 해결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아이에게는 정말로 고통스러운 감정적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본인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지 본인도 트라우마의 영향력 아래 있었기 때문에 이해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결국 트라우마가 또다른 트라우마를 낳는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외에도 지속적인 대화없고 강압적인 집안에서의 상황이 모두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상처는 저의 인생전체를 눈에 보이지 않게 서서히 망가뜨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평생 갉아먹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깊이있는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문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이 마치 저의 자체의 문제가 있는것처럼 받아들였고, 그러한 외로움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사람들과 깊이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못하고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 고통은 지옥같은 경험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 저는 다른 방법을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그러한 감정적 허기를 음식으로 해결한 것입니다. 비만은 또다른 수치감과 자기혐오를 만들어 냈습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피하지 않고 한꺼풀씩 들어내면서 그고통의 의미를 하나씩 해석해야 했습니다. 더이상 죽음과 같은 감정적 고통과 현실의 고통에 빠져있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그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고통만을 저에게 선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제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볼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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