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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감정이 이해될때

감정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에는 감정을 이해하기

지난번의 글에서 여러번 이야기 했지만 저는 감정을 마주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집안 분위기도 아니었구요. 결국은 감정이 느껴지면 무시하거나 없는것처럼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자세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많은 인생의 문제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저 자신은 그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더이상 감정적 고통을 이겨낼수 없을 단계에 도달했을때 저는 저의 감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기처럼 처음부터 배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감정은 혼자 배울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시작을 해야 하는지조차도 몰랐으니까요? 물론 혼자서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는 연습이 있어야 하지만, 결국은 정서적으로 건강한 관계속에서 배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처음으로 저의 감정을 마주하는 연습을 했을때는 위빠사나 명상을 통해서였습니다. 감정으로 만들어지기 이전의 몸의 느낌들을 돌아보는 훈련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의 온 몸을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스캔하면서 몸의 느낌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몸의 무디어졌던 감각들이 느껴지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저의 무시하고 억눌러 놓았던 감정덩어리들이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안에 숨겨두었던 분노들과 억울함들 슬픔 외로움들이 하나씩 올라오면서 저는 오랜시간동안 그 감정들을 느껴주어야 했습니다. 어린시절 느꼈던 억울함과 두려움 외로움과 같은 감정들이 저의 의식표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고통의 강도는 너무나 강했습니다. 도저히 참아내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럽고 밤에 자다가 그러한 감정들이 올라오면 이불킥을 하고 욕도 하고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서 거실로 나와서 울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하루 아침에 된 것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감정이 올라올때마다 했던 작업입니다. 


그동안 저의 마음속에 쌓아두기만 하고 느껴주지 못했던 감정들이 끊임없이 올라왔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감정들을 그동안 느껴주지 않고 무시하고 억눌러 놓기만 했었다니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억눌려진 감정을 피해갈 길은 없었습니다. 느껴주어야 했고, 고통당해야 했습니다. 얼마나 오랜시간 이 작업을 해야할지 사실 기약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계속 억눌러 놓았던 감정이 올라오지만, 전에 비해서 강도는 많으 약해진 것을 보게됩니다. 큰 고비는 넘긴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감정만 올라와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이불킥을 하기도 하고 욕을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과 함께 어떠한 장면이 같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 장면에서 제가 느꼈던 감정들이 해소되지 않은채 쌓여있다가 올라온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장면이 떠오를때마다 정말 수치스러웠겠다, 정말 화가 났겠다 등의 공감을 하게 됩니다. 그런 감정을 억눌렀었구나. 나 자신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그걸 누구에게 이야기 하지도 못하고 혼자 속으로 다 삯였구나 하는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감정들이 올라올때 누군가 믿을만한 사람과 이야기 하면서 공감받고 위로받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수 있다는 것도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어렸을때부터 감정을 무시하고 억눌르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모에게나 형제들에게 이야기 하지도 못했습니다. 이미 부모님들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분들이었고, 감정 이야기는 배부른 소리라는 이야기를 계속 했었기 때문입니다. 형들도 같은 부모들 밑에서 자라면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감정을 마주하는 작업을 하면서, 이제는 감정을 회피하지 않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하나둘씩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 하고 들어줄수 있는 안전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변에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 못하고 쌓아두는 사람들도 같이 만났다는 것입니다. 제가 10년전 경험했던 그런 감정적 혼동과 암흑기를 건너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경험했던 과정들이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이 단계가 쉽지 않습니다. 마치 강물과 같이 흘러가는 감정을 계속 무시하고 억누르고 살다가 그 감정의 물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처음에 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감정의 급류에 휩쓸려서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도움을 줄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하시는 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일단 감정의 강물에 몸을 담그고, 빠른 감정의 물살에 적응이 되기 시작하면 서서히 감정을 바라보고 느껴줄수가 있습니다. 외로움, 억울함, 분노, 수치감, 기쁨도 부정하지 않고 온몸으로 느껴주기 시작하고 공감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하나하나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일직선처럼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에 과정 자체에 있을때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맞게 가고 있는것인지, 이것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들때도 있지만, 글을 쓰면서 저의 삶에서 일어난 일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삶에 많은 질문들과 의심들이 있고 불확실하고 자신이 미워질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오늘 하루를 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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