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열심히 하면 잘될거라는 착각

구조적인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에 자신을 낭비하게 됩니다.

저의 마음속에는 항상 내가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잘될거야 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러한 마음이 있는줄도 알지 못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스템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나라, 조직, 혹은 가정에서는 한두사람의 뛰어난 능력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구조가 항상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간단한 일을 할때는 이러한 한두사람의 능력이 업무를 처리하는데 큰 기여를 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큰 규모의 일을 하고 복잡한 일을 할때는 한두사람의 능력에 의지해서 일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복잡한 상황이 얽혀있는 상황에서 전체적인 시각을 갖지 못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역학관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편협한 시각에서 자기의 방식대로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조직 안에서 성과를 인정받을수는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 중에서 부모들이 알코올중독, 정신적인 질환, 혹은 집안에 내려오는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가정에 불화가 있는 상황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이 열심히 살면 그러한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집안 전체의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제한된 의식수준에서 만들어낸 방법은 집안의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해줄수 없습니다. 돈만 있으면 술을 사서 마시는 부모가 있을 경우, 아이가 아무리 집안에서 심부름을 잘하고 청소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집안 살림이 좋아질 가능성이 없는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러한 집안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알지 못합니다. 또한 부모들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더구나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집안의 가정경제가 좋아지지 않고 부모들이 계속 싸운다면, 자신이 충분히 열심히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성실성을 가진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내가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집안이 좋아질 것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 환상속에서 계속 삶을 살게 됩니다. 이러한 성장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고 자신의 가정을 만들었어도, 자신이 조금만 더 열심히 살았으면 가정이 행복하게 되었을텐데, 자신이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부모님들이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는 죄의식을 갖게되고 정상적인 수준의 열심이 아닌 비정상적인 수준의 열심으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내가 조금만 더 열심히 살면 가정이 행복해질거야 라는 환상속에서 말이죠,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행복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불가능한 행복입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정작 중요한 작은 행복을 보지 못하고 다 흘려보내고 맙니다. 결국은 이룰수 없는 목적을 위해서 힘들게 노력을 하지만 그것을 잡을수는 없는 신기루를 쫏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어린시절 부모들이 정상적이 아닌 알콜중독자들이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린이가 책임지지 않아야할 문제를 짊어지고 삶을 살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어린이로서 담당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부모들을 대신해서 해야만 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한 인식이 있을때 대부분의 사람은 많은 슬픔과 분노를 느낄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러한 사실을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을수 있습니다. 만약 전자의 경우라면, 그 분노와 슬픔을 인정하고 처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쉬운 과정이 아닙니다. 그동안 억눌러 놓았던 감정을 처리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억눌러 놓았던 감정은 어떠한 형태라도 현실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될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분노의 대상이 잘못된 것이죠. 문제를 야기한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나 주변의 타인들에게 자신의 분노를 투사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 나만 열심히 살면 모든것이 잘될것이라는 생각은 어쩌면 너무나도 순진한 생각일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열심히 살려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작게는 너무 무섭고 수치스러워서 무의식 속에 꼭꼭 감추어 놓았던 집안의 비밀들이나 더 나아가서 공정하지 못한 사회의 관습이나 제도들을 외면하고 단순히 나만 열심히 살면 모든것이 잘될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서 진실을 마주할때 삶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수 있는 첫걸음을 내디딜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