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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안의 희생양 (Scapegoat)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비극들

희생염소 (Scapegoat)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희생양이라는 말도 많이 쓰이고 있지만 원래의 의미상으로는 희생염소가 정확한 의미가 되겠습니다. 오늘의 글에서는 희생양과 희생염소를 혼용하여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희생염소라는 용어는 성경에서 유래된 용어입니다. 사람들의 죄를 대신하기 위해서 희생염소를 택해서 제사장이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자신과 이스라엘 민족의 죄를 희생염소에게 전가한 다음에 광야로 그 염소를 내몰아 버립니다. 그러면 광야로 나간 염소는 먹을것도 없고 광야의 야생동물에게 희생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들의 죄를 대신 뒤집어 쓰고 비참한 죽음을 당하는 것이죠.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대신 죄를 뒤집어 쓰고 희생된다는 의미가 생긴 겁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사실 벌어지고 있습니다. 로마시대때 네로는 로마에 불이 났을때, 로마시민들이 자신에게 로마화재의 불만을 표현할것을 막기 위해서 유대사람들과 기독교인들에게 뒤집어 씌워 그들을 박해하게 됩니다. 즉 사회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희생양을 택해서 그들에게 로마시민들의 불만을 돌린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사회의 소외계층이나 부의 불평등으로 사회가 불안해 질때, 일부 사람들에게 그러한 죄를 뒤집어 씌우고 그들을 죄인으로 몰아세움으로 사회의 불만을 잠재우는 경우가 많이 있음을 봅니다. 코로나때도 미국에서 아시아 혐오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볼수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을때, 미국내부에서 사는게 어려워진 계층들이 코로나 백신이 아시아에서 유발되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것이라고 판단을 하고, 눈에 보이는 아시아 사람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생긴 것입니다. 물론 그 피해를 당한 아시아 사람들이 코로나를 직접 전파한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가족안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머레이 보웬 (Murray Bowen) 박사의 가족시스템이론에서는 가족투사프로세스(Family Projection Process)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족안에 세대를 이어서 전달된 수치감, 분노,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일부 자녀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대상이 되는 자녀들을 희생염소 혹은 확인된 환자 (Identified Patient) 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투사대상이 되는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엠파스의 기질을 가진 아이들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너는 너무 민감해, 농담한 것을 가지고 왜 그렇게 반응을 하니, 등등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집안에서 문제아로 낙인이 찍히거나 놀림감이 되거나 집안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일들의 원인으로 지목되어서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낙인을 찍어버리게 됩니다. 사실은 이것은 가족 내에서 무의식적으로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세대를 통해서 내려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하나의 대상을 택해서 희생염소로 만들어 버리는 과정이고 무의식적인 과정입니다. 부부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 어머니가 자녀에게 내가 너만 없었어도 네 아버지랑 결혼 안했을 텐데, 너를 갖는 바람에 아버지랑 결혼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다라고 이야기 한다고 해보면, 어머니는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자녀를 낳은 것을 자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도 일종의 희생염소를 만드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상이 된 자녀는 자신때문에 어머니가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자신을 자책하게 되고 낮은 자존감과 죄의식 그리고 수치심으로 평생을 고통속에 살아가게 됩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잘못을 자녀에게 뒤집어 씌워서 자신은 자녀때문에 희생당하는 순교자로 만들면서 자녀는 고통의 구덩이로 떠미는 잔혹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의 무서운 점은, 대상이 되는 자녀는 무엇이 잘못된지 모르고 감정적 고통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몇가지 공통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립되었다고 느낀다. 희생염소가 된 자녀는 거부당하고 고립되고 가족이나 사회에서 소속되었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2. 낮은 자존감: 희생염소가 된 자녀는 비판과 책임전가를 심하게 경험했기 때문에 자신이 가치없고 적절하지 않다고 느끼게 됩니다. 

3. 죄책감과 수치감: 자신들이 하지 않은일이나 책임질수 없는 일에 대해서 죄책감과 수치감을 느끼게 됩니다. 

4.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낀다. 희생염소가 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압박감 그리고 감정적 소용돌이를 경험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서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5. 원한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희생염소가 된 사람들은 자신을 공정하지 않게 대우한 가족들에 대해서 원한과 분노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고 무의식에 심각한 분노가 만들어집니다. 

6. 건강한 사람과의 관계를 맺기 어려워집니다. 희생염소가 되는 과정에서 사람들과의 부정적인 관계를 경험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워집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중년의 위기를 경험하면서 왜 내가 그동안 사람과의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했는지, 항상 낮은 자존감으로 고통스러워 했는지, 내 안에 왜 그렇게 많은 분노와 원한의 감정이 있었는지에 대한 답을 이러한 가족투사프로세스를 통해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해만 있어도 삶의 위기를 넘길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됩니다. 물론 그 이후에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첫번째 단계라고 할수 있습니다. 만약 자신도 모르는 인간관계의 문제, 분노와 낮은 자존감의 문제로 고통당하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한번쯤은 내가 가족안에서 희생염소가 되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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