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중요한 기술, 감정처리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국영수보다 더 중요한 감정처리
초중고를 다닐때는 국영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에 달고 학교를 다녔습니다. 대학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대학교에 와서는 학점과 스펙, 그리고 취업시험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취업을 하고난 다음에는 업무능력과 대인관계 그리고 진급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기고 난 이후에는 부부사이의 관계와 자녀양육이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삶을 더 윤택하게 살기 위해서 금융투자 및 재태크의 중요성이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인식되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단계마다 중요한 요소들이 달라지고 새롭게 익혀야 하는 기술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년의 위기를 맞이해서 가장 중요한 삶의 기술은 감정처리였습니다. 그리고 돌아보면 인생의 모든 단계마다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감정처리 기술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정처리라면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단어를 생각해 낼수 없어서 감정처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왔던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감정처리라고 하면 연기를 하시는 분들이나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다양한 감정을 어떻게 연기로, 음악적인 기교로 표현하느냐 하는 방법을 뜻할때 많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감정처리는 그러한 것보다는 더 넒은 의미의 감정처리를 뜻합니다. 심리학에는 감정중심 심리치료라는 방법론이 있습니다. 이 방법론의 특징은 감정에 촛점을 맞춘 심리치료인데, 기본적인 치료 목적은 감정을 발견하고, 경험하며, 받아들이고, 감정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특별히 애착과 정체성에 관한 감정에 집중합니다.
이렇게만 이야기 하면 사실 감정에 대해서 무시하면서 살아오셨거나 억누르면서 살아 오셨던 분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일 것입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 설명을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3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 있었습니다. 이 여성은 직장에서 40대 중후반의 부장님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항상 그들이 꼰대의 기질을 가졌다고 불평했습니다. 그리고 약간 업무적으로 부딛히는 상황이 되면 소리를 높여서 싸우는 싸움닭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회사 안에서 평판도 좋지 않게 되었죠. 이 여성은 모든 문제의 원인을 꼰대같은 부장들로 돌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우연한 기회에 존경하는 여성 부장님과 이야기를 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대화 가운데, 다른 40대 중후반의 부장님들에 대해서 그 여성 부장님이 좋은 평가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듣고 약간은 의아해 했습니다. 분명, 그 사람들은 꼰대기질을 가진 좋지 않은 사람들인데, 왜 내가 존경하는 여성 부장님은 그들을 좋은 사람들이라고 평가를 하지 하는 궁금증이었습니다. 그런 일 이후에 다른 사람과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과거에 그루밍 성폭력으로 고통을 당한 적이 있는데, 그 가해자가 40대 중반의 남자였다는 것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스러운 기억속이 악랄한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직장에서 비슷한 연배의 남자 부장들에게 투사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부장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객관적인 평가가 아닌, 자신의 마음속에 쌓여있던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분노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대학교때 그루밍성폭력의 피해자로서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그 분노의 감정을 해소하는 과정을 경험하지 못하고 10년 이상 자신의 내면에 쌓아두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분노의 감정이 자신의 직장생활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트라우마로 인한 감정들은 해소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인간의 내면에서 사라지지 않고 쌓여있게 됩니다. 이러한 트라우마의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인식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고 내면에 존재하게 되면, 비슷한 상황에서 인간의 의식 표면으로 올라오게 되는데, 이때 엉뚱한 대상에게 그 분노의 원인이 전가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자신의 내면에 어떠한 감정이 존재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감정이 왜 있는지, 그러한 감정들을 어떻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만들수 있는지를 도와주는 것이 정서중심 심리치료라고 할수 있습니다. 사람의 내면에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이 많이 쌓여있으면 있을수록 당사자의 삶은 더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찾아내고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따라서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이 의미하는 뜻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던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감정의 동작원리나 삶에 끼치는 영향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에 따라서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그 부정적인 결과로 인해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갈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쌓여있는 사람일수록 그의 삶은 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감정이 느껴지면, 그것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다른 선택을 할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보다 깊은 이해를 해서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시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