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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이해되는 순간

사람은 감정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유를 알고싶어 합니다.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동거중인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게 되었는데, 그 남자가 정직하지도 않고 생활능력도 없다는 것을 아이를 가진 이후에 알게되었습니다. 뱃속에 있는 아이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그 남자와 살아보려고 여러가지로 노력을 했지만, 남자는 전혀 변할 기미가 없습니다. 수많은 밤을 울면서 지내고 번민과 고통속에 보냈습니다. 떠나기도 두렵고 그렇다고 같이 있자니, 자신과 아기의 미래가 더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엄마의 괴로움은 아이에게도 전달됩니다[1]. 아이도 엄마가 느끼는 공포, 두려움, 그리고 수치감등을 그대로 느낀다고 연구결과들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이의 차이는, 엄마는 자신이 왜 갈등하고 고민하는지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논리적인 배경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상황배경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가 느끼는 감정만 느낀다는 것입니다. 


뱃속의 태아는 괴로움과 고통의 감정은 느끼지만, 엄마와 남자친구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여성의 삶이 어떤 것인지,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싱글맘이 어떤 인식을 받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저 엄마가 경험하는 불안, 고통, 수치등의 감정을 아이도 동일하게 느끼는 것입니다. 트라우마를 연구하는 많은 분들은 트라우마의 기억이 몸에 남게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러한 고통의 기억이 한순간의 고통으로 지나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몸에 각인이 되어 남아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선구자인 브루스 립튼 박사의 저서 믿음의 생물학 (The biology of belief)에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형질이 유전자를 통해서 다음세대까지 전달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고난의 시대를 많이 지낸 가족들은 그들이 경험한 고통의 시절을 통해서 많은 어려운 감정들을 누적하게 되고, 그 후손들은 불안, 죽음의 공포, 수치감 등의 감정들을 몸에 가지고 살게 되고 이러한 감정들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대응기제를 지속적으로 다음세대에게 물려준다는 것입니다. 올바른 대응방법을 조상들이 채택했으면 좋겠지만, 많은 경우 음주나, 중독, 회피 등과 같은 부적응적인 대응방법을 조상들이 사용했다면, 시대가 흘러도 후손들이 비슷한 두려움이나 고통의 감정을 경험할때 자신들이 왜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이유는 다 잊어버리고 그러한 감정들과 조상 대대로 내려온 대응기제만을 반복하면서 살게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아가게 되면 자신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줄도 모르고 계속 비슷한 상황에서 동일한 행동을 하게 되는데, 아무런 맥락도 없고 오히려 그러한 행동들이 삶에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도, 그러한 행동패턴에서 빠져나올수 없는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트라우마가 세대간에 전달된다는 연구로 유명한 마크 월린 박사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라는 책에서 이러한 트라우마로 인한 부정적인 반응패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핵심언어접근법 (Core Language Approach)"이라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마크 월린 박사는 트라우마와 연관된 특별한 언어가 있다고 이야기 하면서, 환자와의 대화에서 이러한 언어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서 환자가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의 실타래를 풀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한 단어는 환자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닐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언어가 환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유발할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이용해서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감정들의 연관성을 찾아내고 그러한 이야기를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통해서 고통스러운 감정의 원인을 파악해내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이 아닌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해소하는 작업을 통해서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는 방법입니다.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감정들이 이해가 되는 과정인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도 아닌데, 마치 자신의 감정인것처럼 살아가면서 부적응적인 행동들과 언어들을 반복강박의 형태로 되풀이 하면서 삶을 망가뜨리는 상황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그러한 사람 중의 하나였습니다. 저의 안에 있던 이유를 알수 없는 두려움과 고통, 수치감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모두 저의 것인줄 알고 그감정들을 피해서 숨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들이 저의 감정이 아니라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감정들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들이 들때마다 이 감정은 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에게 이야기 합니다. 더이상 그러한 감정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이유를 알수 없는 감정들이 이해가 되는 순간, 저의 삶은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했던 실수들에 대해서 책음을 져야 하는 것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동안 왜 그렇게 고통스러웠고 두려웠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은 저의 삶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수 없는 것입니다.  


참조자료

[1]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9820479/#:~:text=Infants%20are%20extremely%20sensitive%20to,the%20development%20of%20infant%20empa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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