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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구속 메시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갈등

1950년대 Gregory Bateson와 동료들은 이중구속 메시지에 대한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이중구속 메시지가 정신분열증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활발하게 연구가 되었습니다. 이중 구속 메시지는 어떠한 선택을 해도 부정적인 결과를 낼수밖에 없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들이 떠들고 있으면, 왜 떠드냐고 조용히 하라고 이야기 하고, 아이들이 아무 이야기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왜 이야기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냐고, 부모인 나를 무시하는 거냐고 말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어떤 말을 들어야 할지 혼란스럽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중구속 메시지는 듣는 사람들이 손쉽게 알아차릴수 있는 이중구속 메시지 입니다. 약간 더 어려운 경우를 예로 들겠습니다. 어떤 가족이 있었는데, 그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아무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독재에 가까운 양육방식으로 인해서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하는 행동에 대해서 아무런 토도 달지 못했습니다. 어느날은 아이가 아버지가 이사로 있는 어느 조합의 행사장에 가서 앞에 나가게 되었는데,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다 떨어진 옷을 입은 것에 대해서 한마디씩 했습니다. 그날 행사 이후에, 같은 행사에 참석했던 친척 아주머니는 그 아이의 어머니에게 왜 아이에게 좋은 옷을 입히지 저렇게 다 떨어진 옷을 입혔냐고 한소리를 했지만, 그 어머니는 한마디말도 자녀에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이 집에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그 사실을 알고,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아이는 검소해서 옷에 대해서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아이가 처하면, 아이는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것을 챙기지 않고 다 떨어진 옷을 계속 입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은 자신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실추되고 모자라는 존재로 보이게 됩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왜곡된 메시지를 아버지가 계속적으로 보내고, 어머니도 이에 대해서 아이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상당한 갈등을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적인 상황은 그 아이가 커가면서 삶의 현장에서 수없이 마주치게 될것이고, 그때마다 인생에서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쪽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왜 자신이 그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 이유조차도 알지 못할것입니다. 


비슷한 유형이지만 약간은 다른 상황도 있습니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의 사이에 있는 아이들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아이는 부모 모두를 사랑하는데, 부모의 사이가 좋지 않을때,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부모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할수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결국은 실패할수밖에 없는 고통의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모사이의 갈등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부부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때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아이들은 갈등을 일으키게 되고, 나중에 이혼을 하면서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쪽을 선택하던, 아이들은 다른쪽을 배반해야 하는 갈등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의 상황인 것입니다. 


정서적인 안정은 아이가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안정감입니다. 이러한 안정감과 평안함이 없으면, 어떤 일을 해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면 지적인 활동도 제대로 할수 없기 때문에 공부를 하기도 어려워지고,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갈수 없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길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들이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아이들의 정서적인 어려움은 이해하지 못하고, 성적이 떨어지거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표면적인 문제만을 지적하기 쉽습니다. 더 심각한 경우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수 있습니다. 아이가 혼자서 자신의 이러한 감정적 문제를 수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는 더 어려운 상황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어른들은 자신들의 고통의 감정이 심하면, 자녀들의 감정에 대해서 무심하게 됩니다. 자신을 감정적으로 돌아보기에도 힘든 사람들은 자녀들의 감정이 어떤지에 대해서 전혀 돌아볼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정서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아이들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공감해주고 확인해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자신이 누군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알아가면서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자신의 감정을 조정해나가는 기술을 익혀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이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부모들의 감정에 휘둘려 살다가, 나중에 자신의 감정인지 부모들의 감정인지도 인식하지 못하는 혼란의 시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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