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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의 감정

무기력의 감정에 압도되면 해결책이 있어도 그것을 보지 못하게됩니다.

학습된 무기력감(Learned Helpless) 이론이 있습니다. 1960년대 마틴 셀리그만과 스티븐 마이어 박사가 주장한 이론인데, 그들이 한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실험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단계: 

전기충격을 가하는 상황을 통해서 학습: 두개의 환경을 만들어서 한그룹의 개들은 우리속에 가두어 두고 전기자극을 가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들은 우리를 벗어날수 없도록 환경이 설정되어 있어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전기자극이 왔을때 도망갈수 없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하도록 환경을 설정해 놓습니다. 다른 그룹의 개들은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거나 아니면 간단한 행동을 하면 전기자극을 멈출수 있도록 장치를 설치합니다. 이 그룹의 개들은 전기충격이 가해질때 조금만 노력하면 그 상황을 벗어날수 있도록 환경을 설정해 놓습니다.  


두번째 단계:

회피하는 방법을 실험: 첫번째 학습의 단계를 경험한 두개의 다른 그룹의 개들을 두개의 구획으로 만들어진 장소에 넣어놓습니다. 한곳에는 전기가 흐르는 곳이고, 다른 곳은 전기가 흐르지 않는 구역인데, 두 구역 사이에는 낮은 담장을 만들어서 개들이 손쉽게 이동을 할수 있도록 만들어 놓습니다. 


관찰사항:

처음에 모든 개들을 전기가 흐르는 상자에 놓고, 전기 충격을 주게되면, 무기력을 경험했던 개들은 전기충격이 가해지는 환경에서도 전기가 흐르는 장소로 이동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전기충격을 당하고 있었고, 손쉽게 전기충격을 피하도록 학습한 그룹의 개들은 전기가 흐르지 않는 장소로 도망을 가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이러한 학습된 무기력은 사람의 경우, 보통은 양육과정에서 경험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가정은 벗어날수 없는 환경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부모에게 지속적으로 육체적 학대를 당하거나 정서적으로 학대를 당하게 되면, 위의 실험에서 도망갈수 없는 상황에서 전기충격을 받는 그룹에 있는 개처럼, 무기력을 학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비슷한 학대를 경험하는 상황에서 도망갈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망가지 못하고 계속 학대를 당하면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 연인의 관계나, 친구의 관계, 또는 부부의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하면서도 도망가거나 관계를 끝내지 못하고 지속하는 많은 사람들은 어렸을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학습된 무기력감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에 있으면서 종교적인 이유나 윤리적인 이유를 들어서 자신이 도망가지 않는 상황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만약에 진정으로 그렇다면 문제가 없지만 많은 경우는 학습된 무기력감 때문에 하는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 고상한 이념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것이 문제입니다. 


이러한 학습된 무기력감은 무의식의 형태로 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감정적으로 아무것도 할수 없는 느낌이 온몸을 조종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논리적으로 생각할수 있는 능력이 마비되기 때문에, 주변의 상황이나 가능한 선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것들을 선택할수 있다고 하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습니다. 결국은 트라우마의 상황에서 4F(Fight, Flight, Freeze, Fawn)로 지칭되는 행동안에서만 움직일수 있게 됩니다. 저같은 경우는 Freeze(얼어붙은) 반응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그러한 상황에 제가 있다는 것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한채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으며, 그 상황에서 제가 할수 있다고 느껴지는 일들만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제가 어떤 상황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두려움의 감정에 압도되어 살고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 그때의 상황을 돌아보면, 억울하고 안타깝고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제가 태어난 집안이 그런 집안이었고, 저의 성격이 민감한 성격이어서 그렇게 살게된 것인데, 그러한 모든 고통과 괴로움을 짊어지고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통을 어렸을때는 언어로 표현할수 없기 때문에 마음속에 담아두고 고통속에 살다가,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면서 제가 처해있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이제야 조금 언어로 표현하기 시작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저의 상황을 이해하고 설명할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억울하게 느껴집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은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을지 생각을 하니 슬프고 괴롭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러한 마음의 감옥에서 빠져나와서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자유롭고 즐거운 삶을 살게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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