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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삐진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감정만 맞추어주고, 자신의 감정을 돌보지 못한 사람들

저의 과거를 돌아보면, 아무도 저의 상황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저의 입장에 대해서 신경을 써주지 않았고,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저 자신도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 어떠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냥 집에서 밥주고 학교보내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 것으로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결국은 삶이 다 그런건줄 알고 살았습니다. 부모나 형제들이 저의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위로의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그러려니 하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이나 개인적으로 힘든 감정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버티고 버텼습니다. 그것이 삶인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데, 그때도 아무도 나에 대해서 신경을 써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누군가 저 자신을 챙겨주려고 하면 필요없다는 식으로 대응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저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해준 경험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느때부터인가 알수없는 분노와 억울한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화가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인지 확실한 이유는 알수 없지만 마음속에 불편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무슨 정확한 이유가 있어서 화가나고 힘든것이 아니라, 항상 마음에 분노의 불씨를 가지고 다니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한 마음은 직장생활에서 또는 다른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직장상사들과의 불편한 관계라든지, 불필요한 피해의식이나 자존심 상하는 마음이라든지, 지속적인 마음의 문제를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뚜렷하게 어떤 문제를 잡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직장에서의 사소한 상황에 화가나고, 날마다의 삶에서 부딛히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그것은 번지수를 잘못잡아도 한참이나 잘못잡은 원인분석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고통의 방황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고통의 시간을 거치면서 알게된 것이 바로, 저의 마음이 삐져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받아야할 관심과 격려, 그리고 공감을 받지 못하고, 너무나 부모들이나 형제들의 감정이 우선시되는 환경에서 살아와서, 자신의 소리는 내보지도 못하고 살아온, 소심한 남자의 마음이 화가났던 것입니다. 중년 남자의 마음의 삐짐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사실 남자들에게 삐졌다는 말은 정말이지 듣기 싫은 말입니다. 째째해 보이고, 남자답지 못하게 느껴지는 그 어감이 일단 싫습니다. 그리고 삐졌다는 표현 자체가 남자답지 못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마음상하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이정도의 증상을 보일정도면 너무나 오랜기간동안 집안에서 무시당하고, 왜면받고, 공감받지 못한 영혼이 울부짖는 것입니다. 이제 참을 만큼 참았지만 더이상 이 상태로는 살아갈수 없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저의 영혼의 굶주림의 소리를 알아듣지도 못해서 오랜 시간동안 혼동의 시간을 지냈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비싼 수업료를 내고 저의 상태를 배워야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마음속의 고통의 소리를 오해해서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려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어떤 방법을 통해서 헛헛한 마음을 해소하려고 해도 그 공허하고 괴로운 마음은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그 원인이 되는 상황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실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은 그 사람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존재하지 않는 원인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의 마음의 고통을 해소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돌아보면, 지난 10년 넘는 방황과 고통의 원인이 그런 사소한 것이었나 라는 허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그것이 사소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주변에 마음이 삐진 사람들이 없는지 다시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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