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할수도 없는 사람들
저는 오랜시간 혼자만의 세계에 갖혀서 살았습니다. 어린시절 집안에서 느끼는 공포와 가족 안에서 소외된 분위기에서 제가 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주위에 성벽을 쌓아서 저를 보호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그 성벽안에 가두어 놓았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은 다른 사람이 전혀 알수 없었습니다. 저의 생각과 감정은 성벽 안에만 머물러야 했습니다. 너무나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방식은 반복되는 패턴이 되고, 그것은 저의 삶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러한 삶의 방식이 세상의 전부라고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것 이외의 삶은 저에게 존재하지 않는 삶이었습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저는 그런 삶을 계속 살았습니다. 외롭고 마음속으로 힘든 일들은 있었지만, 그것을 인식하지 않고, 아니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알고 있는 삶은 나를 성벽안에 가두어 놓고 사는 삶뿐이었기 때문에 다른 삶은 알지 못했습니다. 고통스럽지만, 그것을 고통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그저 삶이라고 인식하고 거기서 빠져나올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살았습니다.
이러한 저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여졌을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마음을 들키지 않고 숨긴채로 다른 사람들과 마음깊은 이야기를 나누어보지 못한채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혼자만의 세계에 산다는 것은 괴로운 감정 이외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합니다.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혼자서 모든 감정들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감정적인 공감을 받거나, 좋은 충고를 받아들이는 삶은 없었습니다. 그저 자신만의 생각 안에서 살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너무 혼자만의 세계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을수도 없었습니다. 자신의 감정도 읽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을수 있겠습니까?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삶을 계속 살아간다는 것은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오해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말을 통해서 상대방을 설득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 없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이 알것이라고 가정하는 유아적 생각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서 희생양이 되기 쉽고, 조직 생황에서는 외로운 늑대가 되기 쉽습니다.
여러가지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인해서 저는 깨어날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모든 상황이 악화되고 견딜수 없는 고통에 처한 다음에야, 그 성벽 바깥의 세상으로 나올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서야 제가 성벽을 쌓아놓고 평생을 살아왔구나 하는 것을 볼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성벽 안에서 평생을 살다가, 그 안에 살았다는 것 조차도 잊어버린 것입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그 안에서 살던 사람에게는 정말이지 비극적인 사실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에 대해서 얼마전에 아내와 이야기를 한적이 있습니다. 아내가 그 분도 저와 비슷하게 어떻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분을 만나면 항상 자신의 마음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나 지식 위주의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웃으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지만, 무엇인지 모르게 허전하고 실체가 빠졌다는 느낌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그 이야기를 회피하는 것이죠.
저는 그분과의 대화를 기억하면서, 그분도 저와 같은 고통속에 살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미음을 열고 대화를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 그래서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괴로움은 있지만 그 괴로움의 중대성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그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계신분들 말입니다.
상담을 배우면서 중요하게 인식하는 요소중의 하나가, 상담을 받는 사람과 상담을 해주는 사람의 관계입니다. 안전하게 느껴지는 관계 속에서 상담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하는 것이죠. 어쩌면 우리는 안전한 관계와 마음놓고 자신의 생각과 고민들을 편하게 이야기 할수 있는 관계를 애타게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전하다고 느낄때, 사람은 마음의 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성벽안에 갖혀있는지도 모르고 마음의 문을 어떻게 여는지도 알지 못해서 고통스러운 삶을 사시는 분들도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제가 그랬던것 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만의 성에서 나올때, 삶은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