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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만들어진 환상 밖으로

모든사람은 어린시절 만든 환상속에서 살아갑니다. 현실과의 차이가 다를뿐

우리는 피터팬 이야기를 다들 알고 있습니다. 영원히 어린이로 환상속의 네버랜드에 살고 있는 피터팬과 꿈속에서 그 나라로 놀러가는 웬디와 마이클의 이야기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쯤은 어린시절 우리가 상상했던 세계를 생각하곤 합니다.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악당들과 싸우는 모험의 세계를 말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환상의 세계는 쉽게 생각하고 빠져나올 수 있지만, 다른 의미의 상상의 세계를 어린시절에 만들고는 그 세계를 만들었다는 것도 잊어버린채 거기에서는 상상의 세계인줄도 모르고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때가 많이 있습니다. 동화속 상상의 세계는 시각적인 정보에 기초하고 있지만 우리가 빠져있는 환상은 감정, 느낌, 믿음, 그리고 생각으로 만들어진 환상의 세계입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것들이 환상의 세계를 만들수 있나요 하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만으로도 환상의 세계는 완벽하게 작동할 수 있게 됩니다. 눈에 어떠한 시각정보가 보이든 감정, 느낌, 믿음, 그리고 생각이라는 잘 짜여진 요소들이 어우러지면 사람들은 시각정보를 자신의 환상에 따라 받아들이고 해석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환상의 세계에 살아갈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상은 어린시절에 만들어집니다. 환경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개인의 성격과 특성도 많은 기여를 하게 됩니다. 만약 부모에게 물리적으로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은 사람들은 자라나면서 물리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가 이 세상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고 믿게 되고 이러한 대우를 기대합니다. 이러한 믿음을 가지게 되면 세상에 대해서 도피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반항적인 성향을 보일수 있습니다. 즉 이 사람은 물리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가 세상에 가득한 환상을 가지게 됩니다. 정서적으로는 항상 긴장하게 되고 이러한 두려움에 있으면 의미인는 대인관계를 맺기가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집안에서 적당하게 관심받고 존중받으면서 자신의 할일에 대한 책임과 한계를 잘 교육받은 아이들은 세상을 살아갈때 건강한 세계의 환상을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부정적인 뉴스나 좋지 않은 소식을 들을지라도 그 가운데는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이에 반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왕이나 공주님처럼 대우해주고 책임과 한계를 지정해주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항상 대접받고 왕이나 공주로 사는 환상을 만들어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어떠한 한마디 말로 규정할수 없이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어떠한 환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다른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물리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 그리고 강포와 포악이 넘쳐나는 환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날마다 그런 뉴스들과 소식들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세상은 점점 더 그러한 곳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날마다 그러한 소식들만 들리고 그러한 소식들이 주는 자극에 점점 더 익숙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와 비슷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서로 상처받고 힘들어하며,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환상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존중받고 따뜻한 정서의 환상을 가진 사람들은 그러한 소식을 기대하고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들의 환상을 강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부정적인 세계의 환상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개인의 감정이 인정되지 않고 존중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오랜시간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저는 아무도 나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고 공감받지 못하는 세계에 살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두려움에서 도망가기 위해서 높은 나만의 성을 쌓아올려서 그 안에서 성주로 살아왔습니다. 그 환상의 세계는 안전하고 적어도 두려워서 떨 필요는 없었습니다. 가끔 바깥 세상이 궁금하면 성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서 밖을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집을 떠나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저는 내가 만든 높은 성벽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한 관계에 너무나 익숙해졌기 때문에 다른 방법의 대인관계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무엇인가 모를 슬픔과 두려움의 감정이 항상 있었습니다. 저의 영혼은 높은 성벽으로 쌓여있는 성안에서 홀로 고독하게 살아가는 것이 제가 살아가야할 유일한 삶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성 밖에서는 여러가지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곳의 일들에 그렇게 많은 신경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나의 성벽만 무너지지 않으면 나는 안전하다는 생각이 저를 지배했던 것이었습니다. 성밖의 풍경도 바뀌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달라졌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성벽에 금이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그토록 정성을 들여서 쌓아왔던 나를 보호해주던 성벽이 금이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의 성 주위로 여러가지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성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주변의 풍경들이 제가 알아볼수 없을만큼 변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수 있었습니다. 주변에 조그마한 집들만 몇채 있었던 풍경은 어디로 사라지고 고층빌딩과 수많은 자동차들과 사람들이 다니는 곳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성안의 가장 깊은 방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거울앞에 섰습니다. 예전의 두려움과 수치심에 찌든 어린 아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중년의 아저씨가 서있었습니다. 그 높고 튼튼했던 성벽은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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