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달이었다.

by 천히

달이다.

반쯤 고개를 내민 달이다.


처다보지도 못하고 숨어버리더니

며칠 밤 사이에

한 움큼의 용기를 어데선가 찾았나 보다.


곧 있으면

또 어데선가 한 움큼의 사랑을 가지고 와

나를 보며 희노랗게 웃을 테지만


두 손 가득 퍼올린 모래와 같아

애타는 그 마음 몰라라 한 채

안타까운 손아귀에서 벗어나

다시 원래로 돌아갈 것이다

손 안의 사랑이 어디론가 사라지면

원래 다시 그랬던 것처럼

부끄러움에 잠겨 사라지겠지만


또 다시 어디서엔가

한 줌의 용기와 사랑을

조심히 그리고 가득히 들고 와

다시금 나를 보며 해맑게 웃을 것이다.


- 결국, 달이었다. 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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