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좋아해주면 안될까?

(나만 보면 짖어대는 너에게)

by 춘희

넌 오늘도 짖는다.

매일 가는 슈퍼집 똥개 한 마리.

나름 혈통 있는 집안의 세바스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너다. 나에겐 그저 똥개.

처음엔 덩치 있는 아줌마의 올블랙 차림에

겁을 먹었나 싶어

사이즈를 1도 줄여주지 못하는 새하얀 옷을 입고 나가본다. 그래도 여지없이 짖는다.

민낯이 좀 엄했나 싶어 다음번에 화장도 곱게 해 본다.

난폭하게 짖는다 망했다.

내 어깨 위 누가 널이라도 뛰고 있는 거니...?


'나만 보면 짖는 니가 나도 그냥 싫다.'

그래, 난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건 말해 뭐해

너마저도 나를 좋아해 줬으면 하는 그런 인간이야.

왜 그런 거 있잖아

어린아이가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이나

강아지들이 잘 따르는 사람은 그냥 괜히

좋은 사람일 것 같은 거.

그러니 나보고 꼬리쳐 주면 안될....까?

마흔셋 먹도록 아직도 너에게든 사람에게든

사랑받고 싶어 하는 나.

어. 리. 석. 다.



자꾸 어른스러워지라 한다.

배려해야 하고 이해해줘야 하고 싫어도 참으라고 한다.

겉으론 누구보다 예의 바르고 착한 사람인 양 행동하지만 심통 난다.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다.

쳇! 마음껏 짖어라 나도 마구 미워할랜다.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는 어느 늦은 오후

우유 사러 들른 슈퍼,

너란 녀석이 주인 옆자리 방석에 세상 얌전히 앉아있다.

나를 보고도 더 이상 짖지 않는다.

이젠 나이도 들고 몸이 많이 아프단다.


그 말을 들은 나도 무장해제.

둘 사이의 신경전은 온 데 간데없다.

여태 궁금하지도 않았던 그 이름도 ‘힘찬이’ 란다.

너 지금 전혀 힘차 보이지 않잖아..


나도 너처럼 될까?

지치고 병들고

싫은 것도,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이

갈 곳 잃은 눈.






그래도 바래본다.


어느 날에는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서 혹은 너무 싫어해서 생긴 상처받은 마음에 평안이 오기를.

서로 미워하고 시기 질투하며 치열하게 보냈던 하루하루가 아까운 선물 같은 시간임을 알아보기를.

세상 모든 것들이 그저 바라만 보기에도 아깝고

마냥 이뻐서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사랑만 주고 받을수 있기.


신이시여,

이 부족한 인간을 어여삐 여기소서.




이미지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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