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음청력검사에서 3개 이상의 연속된 주파수에서 30dB 이상의 청력손실이 3일 내에 발생한 감각신경성 난청이며, 때로 귀에서 소리가 나거나(이명), 귀가 꽉 찬 느낌(이충만감), 현기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대부분 한쪽 귀에 발생하고 30~5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한국에서도 연간 10만 명당 10명 이상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네이버에 나온 돌발성 난청의 정의다. 하지만 내 딸은 이제 고작 여섯 살인데.. 평소 귀에서 소리가 난다는 얘기도 안 했고, 토하고 어지럽다고는 했어도 네이버에 나온 정의처럼 저런 증상들은 없었는데..
이제 고작 여섯 살, 초등학교 1학년인 언니가 학교 방과 후 방송댄스에서 배우는 아이돌 춤 추기를 좋아하고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내 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붙여진 질병명.. 돌발성 난청이다.
서른에 첫째를 임신하고 입덧이 거의 없어 아이는 넷을 낳겠노라 공공연히 떠들고 다녔던 나는, 출산 시 15시간의 진통과 출산 후 더딘 회복으로 둘째는 없을 거라던 다짐을 망각하고 30개월 터울로 둘째를 낳았다.
계획에 없던 둘째였지만 그래서 여러 가지 이유로 태교도 제대로 해주지 못한 아이였지만 둘째 특유의 타고남으로 눈치도 빠르고 애교도 많은 우리 집 해피바이러스였다.
시댁에 가면 "**이는 어쩜 지 아빠 어릴 때랑 똑같다니~ **아빠가 어릴 때 저렇게 예뻤잖아." 라며 첫째에겐 해주신 적 없던 멘트를 날려주실 정도로 생김새도 잘 만들어져서 세상에 나와 주었다.
비교적 순했던 첫째였지만 그래도 키우는 동안 힘이 드셨는지 둘째는 못 키워준다 선언 한 친정엄마는 둘째가 태어나고 3개월 출산 휴가 후 직장복귀(14년 전엔 육아휴직은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할 정도의 마음을 먹어야 가능했다)가 가까워 올 무렵 "엄마가 못 봐주면 뭐 어린이집에 보내야지." 하며 보낼 어린이집을 알아보던 내게 그 어린것을 어떻게 거길 보내놓느냐며 다시 두 번째 손녀 육아를 시작하셨다.
막상 키워준다 해놓고도 첫째보다 3배쯤은 키우기 힘든 거 같다며 볼멘소리를 하시면서도 밖에 데리고 다니면 예쁘다며 쳐다봐주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온갖 애교와 사랑스러움으로 무장된 둘째 손녀의 육아를 도와주셨다.
그런데 둘째가 태어나고 8개월이 되던 해 여름, 친정의 금쪽이였던 엄마 아들, 내 남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친정 엄마는 젊디 젊은 아들의 죽음에 무너졌다. 그런 엄마가 힘들까 봐 둘째를 데려오려 했지만, 둘째가 지금 힘든 친정 엄마에게 버틸 수 있고 살아갈 힘을 주고 있다며 모두들 데려가기를 만류했고, 엄마는 그렇게 10개월을 더 둘째를 키워주시며 힘든 심신을 회복할 수 있었다.(지금도 엄마는 문득문득 그때 우리 **이가 없었으면 나도 버티지 못했을 거라고 얘기하신다.) 이런저런 일련의 이유로 사랑과 정성을 첫째보다는 덜 준 것 같아 미안하지만 힘든 시기 우리를 웃게 해 주고 무너진 친정엄마를 일으켜주며 씩씩하고 당당하고 예쁘게 커가던 아이였다.
아이가 여섯 살이던 겨울이었다.
그날은 남편이 두 딸을 데리고 실내 방방장에 다녀왔다. 이것만도 횡재한 듯한데 무려 돈가스로 저녁까지 해결하고 데리고 온 것 아닌가. 이럴 때만 사랑스러운 남편. 아이는 쓰러지듯 뻗어버렸고, 그대로 깊은 잠을 시작한 듯했다. 그러던 아이가 갑자기 일어나 토할 것 같이 어지럽다며 울기 시작했다. 장염인가. 그래, 흔한 장염, 그런 걸 거야.
다음날 날이 밝기를 기다려 동네 소아과를 향했다. 좀 이상하다. 왜 자꾸 눈을 보시는 거야.
“안진이 있네요. 귀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소견서 써드릴 테니 큰 병원에 얼른 데려가세요.”
갑자기 뭐라는 거야.
2주 전부터 수족구에 독감을 연달아 앓고 난 후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일 수는 있지만.. 장염이나 체한 게 아니라 안진? 귀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그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일단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의사가 적어준 소견서를 받아 들고 택시를 잡아 타고 간 대학병원 응급실.. 채혈, x-ray촬영등의 기본 검사가 진행됐다.
"혈액 검사는 이상이 없어요. 배에 가스가 많이 차서 그런 것 같아요. 토할 것 같고 어지럽다 하니 진정시키는 약을 섞어 수액 맞고 지켜볼게요"
라는 의사의 말에 그제야 안심이 되었고 아침 10시에 도착한 응급실에서 누울 자리도 없어 휠체어에 탄 채 수액을 맞고 축 쳐진 채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며 '큰 병은 아닌 거잖아.. 검사결과도 별 이상 없고.. 수액 맞고 집에 가면 되지' 그렇게 마음을 추슬렀다.
그럼에도 어지럽다는 아이의 애매한 답변이 조금은 신경 쓰였고, 의사는 이틀 뒤 소아신경과 외래를 잡아주었다.
아침에 도착해 밖이 깜깜해진 뒤에야 응급실에서 탈출 한 우리는 긴장이 풀리고 정신이 들었는지 배가 고파졌고 병원 앞에서 파는 따끈 한 붕어빵을 사서 "오늘 너무 힘들었다, 그렇지? 우리 다신 아프지 말자"는 약속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며칠 뒤, 아이는 그 병원에 응급으로 입원을 했고 뇌 MRI검사와 청력검사를 받은 뒤 받게 된 진단은 예상밖이었다.
"돌발성 난청입니다. 아이에겐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골든 타임을 놓친 것 같아요.
오른쪽 귀의 청력이 20%로 떨어졌네요. 다행히 MRI상에서 뇌에는 문제가 없는 걸로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