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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Feb 14. 2022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나라는 존재를 겨우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지는 말아주세요

1.

고등학교 시절 나에게 처음으로 인권이란 단어를 알려준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항상 전교에서 5등 안에 드는 친구였는데, 공부랑 그렇게 친하지 않은 내가 그 친구랑 친해지게 된 계기는 아마 음악이었던 것 같다.


누구나 음악을 듣는데 많은 시간을 쏟지만, 나 역시 음악감상에 많은 시간을 쏟는 아이였고 그 친구는 밴드를 하는 친구였다. 전형적으로 음악과 공부만하는 머리 좋으면서도, 곱상함이 느껴지는 엄친아 느낌의 친구였달까.


그 당시 나는 가요보다는 80~90년대 락음악에 빠져 있을 때였다. 메탈리카, AC/DC, 비틀즈, 건즈앤로지스,너바나 등 한 세대를 풍미했던 밴드들과 더불어 일본 음악에 빠져 엑스재팬이나 포르노그래피 그리고 라르크앙시엘의 음악들을 MP3에 넣어다니며 듣곤했다.


그 친구 역시 락덕후였기 때문에 아이언메이든과 같은 헤비메탈이라던가 인큐버스같은 모던락 밴드들을 들었는데, 모던 혹은 개러지 느낌의 밴드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와 동시에 같이 즐겨듣는 음악은 힙합이었다.


특히 그 당시 우리는 Run DMC라던가 NAS등에 한창 빠져있었고, 사회 비판을 하는 음악 정도는 들어야 제대로 된 음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음악뿐만 아니라 당시에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그 친구는 인권을 굉장히 중요시 하는 친구였고, 나 역시 정치라는 과목을 공부하면서 흔히 말하는 좌빨스러운 사상을 꽤나 익혀갔던 것 같다.


2.

우리가 대학교에 입학했던 시절 가장 유행했던 책 중 하나는 "88만원 세대"였다. 그와 나는 88만원 세대의 대표적인 케이스였고, 유시민과 박노자의 책을 열심히 읽는 흔히 말하는 굉장히 좌빨스러운 대학생이었다.


그렇다고 학생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취업 준비가 더 급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으로는 언제나 저항정신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게 락스피릿이기도 하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 그 친구는 임용고시를 통과하여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내가 직장을 잡기 전까지 우리는 꽤나 친한 사이였고, 그 친구가 임용고시 준비할 때를 제외하고는 1년에 최소 한두번씩은 보는 사이였다. 하지만 나도 직장인이 되고, 그 친구도 교사 활동을 하게 되자 그 사이는 서서히 멀어져갔다. 촛불 시위때도 몇 번 만나기도 하였으나, 이전처럼 자주 만나기는 힘들었다.


아마 마지막으로 본 것이 3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우연히 연락을 하게 되어서, 그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 교사 활동을 하면서도, 여전히 기타를 자주 치는 모습이었고 미디로 음악 편집을 조금씩 하는 것을 보니 음악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도 아직까지 음악을 많이 듣기는 하지만, 아마 음악 리스너로만 살 것 같은 느낌이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랜만에 친구와 연락이 닿게 되었다. 친구는 최근 미디 작업을 열심히 하면서, 작곡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 음악을 만들 줄 알았는데, 최근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모양이다.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친구가 음악을 만드는 것과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본질적으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우리가 어릴적 가졌던 저항 정신과 진보적인 이념은 우리 스스로를 표현하고 싶다는 깊은 갈망에서 나왔던게 아닐까 싶다.


3.

다른 한 친구가 있다. 나와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했고, 지금까지도 자주 연락을 하는 친구이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 조용하고 책만 읽으면서 보냈다. 지금은 영업을 하는데, 가방에 세월호 뱃지를 열심히 달고 다니던 친구였다.


세월호 뱃지와는 상관없이 난 그 친구가 진보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번도 없다. 나의 친구 중 가장 보수적인 친구가 그 친구였다.


흔히 진보적이라면 음악의 취향도 사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락음악이라던가 힙합 음악을 주로 들어야겠지만, 그 친구는 성시경의 발라드를 좋아하는 친구이다.(아직까지도 노래방에 가면 성시경 노래를 부른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던가 해외 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와 교사 친구와는 달리 그 친구는 해외 문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친구다.


내 기준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친구가, 세월호 뱃지를 가방에 달고 다니고 흔히 말하는 좌파당을 지지한다는 것을 볼 때마다 나는 좌파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좌파와 우파라는 개념은 정치학을 좋아했던 사회과학도에게는 단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 후 벌어진 의회의장석을 기준으로 혁명 처리에 대한 진보적인 인사를 왼쪽으로 보수적인 인사를 우측으로 나눈 기준일 뿐이다.


한 인간을 좌파와 우파라는 단순한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은 마치 한 인간을 혈액형으로 설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달까.


4.

어쨋든 내가 가장 보수적이라겨 생각하는 나의 친구는 본인을 좌파라고 생각하는데, 그 친구의 특징은 바로 선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였던 것 같다. 착한 친구임에는 분명하니 나와 계속 친구를 할테니 말이다.


선을 추구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나, 안타깝게도 선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는 본인의 이익 앞에서 무너지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흔히 본인을 좌파라고 칭하는 정치인들에게 많이 느꼈던 감정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좌파인걸까?

나는 이제 돈만 버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보수주의자인 우파된걸까?


그딴 것은 의미가 없다.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반추해보니 어렸을 적 진보적인 성향을 가졌던 친구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기 자신만의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것이 음악이 될 수도 있고, 글이 될 수도 있고, 영상이나 미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예술쪽에는 진보적인 인사가 많다고 이야기 하는게 아닐까?


하지만 흔히 말하는 진보적 인사들이 정말 인권을 신경 쓰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군대적인 요소가 강한 것이 예술계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폭력과 욕이란 가장 비진보적인 행위의 표현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진보와 보수 그리고 좌파와 우파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그냥 글을 통해서 나를 표현하고 싶은 한 개인일 뿐.


이제 누군가를 좌파와 우파 그리고 진보와 보수로 나누는 것은 그만두는게 어떨까?


혹시라도 다른 의견을 지니신 분이 계시면 기탄없이 댓글로 남겨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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