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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Feb 08. 2022

리얼월드 정치

결국 우리는 리얼월드로 돌아갈 것이다

대통령 대선이 한 달 정도 남았다.


필자가 즐겨찾는 농구 카페 자유게시판에도 정치와 관련된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특히 오늘 배우인 박혁권님이 특정 후보 지지 공개 선언을 해서인지, 비슷한 종류의 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왔다.


박혁권 배우님의 모 후보 지지 선언


솔직히 좀 짜증이 났다.


그와 동시에 필자에게는 르브론 제임스의 리얼월드 발언이 생각났다.


리얼월드 발언이란?


NBA 11~12시즌 당시 최고의 기량을 뽐내던 르브론 제임스는 독일 말년 병장 덕 노비츠키가 이끄는 댈러스 매버릭스와 챔피언 결정전을 치르게 되었다. 당시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 르브론 제임스라는 당대 NBA 탑5 선수 중 3명을 보유한 마이애미 히트는 절대 전력 우위에도 불구하고 덕 노비츠키의 댈러스 매버릭스에게 참패하고 만다.

외쳐! 덕 노비츠키!


이 당시 최고의 기량을 뽐내던 르브론 제임스는 갑작스럽게 새가슴이 되었는지, 정말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시리즈 내내 정신을 못 차렸다. 그 당시 필자는 MVP 데릭로즈와 르브론의 플레이를 보며 조던갓 하이라이트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평하기도 했는데, 그런 르브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신 나간 플레이를 파이널에서 계속 보여주며 노비츠키에게 파엠과 우승이라는 선물을 선사해주었다.


르브론 제임스는 패배한 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영어는 너무 길기 때문에 한글로 요약)


나의 패배를 바라는 사람들은 결국 내일도 오늘과 똑같은 인생을 살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문제를 똑같이 짊어지고 살아갈거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오늘도 내일도 살아갈거다. 내 실패로 너희들은 며칠이나 몇 달 정도는 행복하겠지만, 결국에는 리얼월드로 돌아가서 똑같은 인생을 되풀이하며 살아가겠지.

요약하자면 "나는 오늘 비록 졌지만 부와 명성을 모두 가졌기에 행복한 삶을 살거고, 나의 실패를 바라는 너희 소시민들은 어차피 하루하루 돈 벌기 위해 연명하며 살아갈거다." 뭐 이런 이야기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1. 정치는 재밌어


필자가 고등학교때 가장 좋아한 과목 중 하나는 바로 정치이다. 이상하게 정치가 좋았고, 사회과학부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다. 결국 사회과학부 중 하나인 행정학과에 입학하였고 자연스레 사회과학 관련된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그때의 필자와 정치는 크게 관련이 없었다. 대학생이란 신분이었지만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몰랐다. 공부를 하고 어떤 시험을 통과하면 직업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함만이 존재할 시기였다. 다만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고, NBA 기사도 보고 싶고 혹시나 농구단 통역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영어 공부는 열심히 하던 시기였다.


내 눈에 들어왔던 책은 주로 교육 문제와 사회 문제를 다룬 책들이었다.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나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그리고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흔히 진보적이라고 불리우는 책들을 많이 읽었다. 그 책들을 읽으며 나의 능력이 이 바보같은 기득권들과 사회 때문에 제대로 피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부가 좀 더 큰 힘을 지니고, 뜻있는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게 되면 사회가 바뀌고 나의 생활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가 기업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고, 큰 힘을 가지는 공무원이 그 세금을 제대로 쓴다면 불평등이 사라질 것이다. 뜻있는 정치인들이 의회에 들어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 법을 제정한다면 양극화는 사라질 것이라고.


2. 내가 만난 공무원들


어느덧 대학 졸업을 하고 회사에 입사했다. 여러 회사를 다니고, 경영 관련된 일에 깊숙하게 들어가보니 공무원들과 일을 할 기회가 많아졌다. 공무원들과 일하다보니, 의지가 너무나 없어보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스템 속에서 책임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치는 것 같았다. 아 분명히 더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있을텐데, 왜 저렇게 못하는걸까? 저렇게 취합을 메일로 다 하다보면, 시간도 오래걸리고 엄청 비효율적인데 저렇게 밖에 할 수 없는건가?


아 그들은 어차피 공무원이었다. 결국 시간당 받는 임금은 정해져있고, 그들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해봐야 임금이 더 느는 것도 아니고, 일만 더 많이 할 것이 뻔했다. 어차피 시간만 다 채우면 돈이 나오는데, 굳이 일을 벌리면서 창의적이고 간지나 보이는 프로젝트를 더 진행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나는 더 이상 정부가 큰 힘을 지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3. 집값이 올랐다


2년 전 이사를 했다.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전세 계약 1년 전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이 되어버렸다. 아 3년 전이었으면 매매 가격에 살 수 있었네. 근데 지금은 더 이상 집을 살 수 없어 보인다. 카푸어나 되볼까 생각도 하지만, 차라리 그 돈으로 NFT에 투자하는게 나아보이기도 한다.


아 부동산을 책임지는 공무원 대표(장관이라고 한다더군)는 알뜰히 집은 잘 사놓은 것 같다.


추경은 해도 공무원들의 연봉은 언제나 오르기만 한다. 어차피 대출도 잘 나올테니, 집은 대출을 받아서 사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뽑았던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다.


대통령에게 국민이란 공무원을 이야기하나 보다 싶었다.


4. 보좌관이 9명이나


어떤 나라 국회의원들은 보좌관 없고, 출근도 자전거로 한다는데 우리나라는 보좌관 수만 국회의원 1명당 9명이나 된다고 한다.


나의 연봉과 성과금은 회사와 나의 퍼포먼스에 기인한다. 그러기 위해서 회사는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인사 평가를 실시한다. 하지만 나의 연봉 인상으로 집을 사기에는 택도 없어 보인다.


아 근데 국회의원 연봉은 도대체 어떻게 책정하는걸까? 딱히 연봉이 안 오른다는 소식은 없지만, 오른다는 소식은 많이 접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연금도 받는다더군. 아까 말한 나라의 국회의원은 명예직이라 그런지 연봉도 받지 않는다던데.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본인들의 급여나 연금은 내려놓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아마 명예직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보다.


아 내가 깜빡한 것이 하나있다. 국회의원이 되는 사람들은 욕심이 전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다. 일반적인 권력욕으로는 국회의원은 딱히 관심도 두지 않는다. 권력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물욕이 있다는 것인데, 결국 정치인은 본인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거구나.


나는 더 이상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를 갖기 않게 되었다.



정치란?


정치란 국가 운영뿐만 아니라 모든 삶이 정치의 연속이다. 나는 정부보다는 기술이 사람을 더 좋은 세상으로 이끈다고 믿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이런 기업들이 늘어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 나의 사회적 활동을 덧붙인다면 그것도 매우 좋은 정치 참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가령 재활용 활동을 열심히 하고, 나의 소비 물품들을 재생 가능한 소비재로 바꾸는 활동(올버즈 운동화나 여러 재활용 스타트업들의 제품 등이 포함될 것이다) 역시 정치 참여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란 이렇듯 나의 기업 활동과 사회 활동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이들에게 투표를 하는 것이다. 내가 이 모든 것들을 다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나라가 아니다.


아니 잘 작동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대신 의사를 전달받은 이들에게 사명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욕심만 존재할 뿐.


5. 팬덤 정치


육룡이 나르샤를 너무나 좋아하기에 배우 박혁권님은 좋아하지만 필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도저히 지지할 수 없다. 나는 한국의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치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SM, YG, JYP로 나뉘어지듯이 우리나라의 정치계는 2개의 정당이 서로 팬덤 나누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 시대 붕당정치와 크게 다를 바도 없어 보인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이 팬덤 정치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김어준, 유시민과 같이 이미 기득권이 된 무리가 팬덤 정치를 이끌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정치를 팬덤화 시키는 것 같은 느낌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다.


필자가 지금까지 겪었던 광우병 사태나 여러가지 사건 등을 다시 돌이켜보면 솔직히 그게 그렇게 큰 일이었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까지 학습한 경험들을 살펴보면 침소봉대를 통해 정권을 획득하는 것이 이번 정권 정치인들의 가장 큰 무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결국,


우리가 누구를 뽑던 간에 우리는 결국 리얼 월드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어제 겪었던 돈 걱정과 집 걱정과 미래 걱정을 하며 내일을 살아갈 것이고, 이미 기득권을 지닌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위해 권력욕과 물욕을 어떻게 하면 더 채울까 행복한 고민을 할테니.


나는 르브론이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인재라고 생각하며 그의 하이라이트 릴을 보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르브론이 오늘 죽든 내일 죽든 나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번 대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대선에서 누가 뽑히든 당신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당신이 실제로 지금 하고 있는 사회 활동과 기업 활도의궤적을을 공유하는 이에게 표를 주면 그걸로 당신은 대의 민주주의에서의 역할을 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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