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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Feb 20. 2018

갑질보다는 공감

21세기 정부에 대하여

1. 현황


필자가 한 작은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공무원들에게 "보고"하러 갈 때마다 느끼는 계급 현황이다.


공무원: 상급자

사기업 직원: 하급자


"보고: 일에 관한 내용이나 결과를 말이나 글로 알림"


"보고"라는 단어는 일에 관한 내용이나 결과를 말이나 글로 알리는 행위이며, 영어로는 Report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공무원에게 보고를 한다는 것은 일에 관한 내용이나 결과를 단순히 글로 알리기 보다는, 철저한 "을"로서 "갑"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것을 정부의 공무원에게 "보고" 해본 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아무리 보고를 하는 자리라도 "토론"이라는 의견 제시가 어느정도 가능한 분위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에게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토론"이라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들은 내가 하는 의견 제시를 의견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대신 나의 의견 제시는 감히 "갑"인 자신에게 예의 없이 대드는 행위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공무원들에게 내가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오히려 그들이 필자의 돈을 받는다면 모를까), 그들에게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항상 기업 직원인 나는 "을"이 되어야 하며, 공무원은 "갑"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2. 문제점


1) 법과 원칙에 위배되는 결정


 철저한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을"은  아무런 권한이 없다. "갑"이 "을"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갑"이 "을"의 제안을 법과 원칙에 관계없이 반려한다 해도 "을"은 "갑"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으며 그것을 호소할만한 방안 역시 마련되어있지 않다. 모든 결정은 "갑"의 주어진 권한 내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모든 것이 법과 원칙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애초부터 "갑"과 "을"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모든 기업의 제안은 법과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통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프로그램 로직만을 통해서도 통과가 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세상은 안타깝게도 법과 원칙 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늘 내가 겪은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오늘 나는 정부의 한 기관에 무언가를 보고하러 왕복으로 4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왔다갔다 하였다.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공무원들은 모두 친절하였으나, 오늘 처음 본 그 사람은 왜인지 모르겠으나 나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어쩌면 내가 그에게 좋지 않은 첫 인상을 남겼을 수도 있고, 그에게 무언가 기분 나쁠만한 행동을 의도치 않게 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하여, 그는 이미 하위 기관의 검수절차를 통과한 나의 보고서를 자신이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려하였다. "반려"라는 표현을 하였지만, 그는 굉장히 기분 나쁜 언행을 일삼으며 다음에 다시 오라는 "통보"를 하며 나를 내쫓았다.


 일에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는 것은 인간이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하위 기관에서 검수절차를 거쳐 통과한 내용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려"한다니? 이것은 비즈니스적으로 본다면 비즈니스적 손실이다. 나의 왕복 4시간 출장은 다음 보고를 위해 또 한번 낭비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2) 부정부패 및 뇌물 


 물론 나는 뇌물을 공무원에게 한번도 준 적이 없다. 또한 내가 만난 공무원 중 "조금이라도 뇌물을 요구하는 듯한 행동을 한 공무원은 아무도 없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 한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이런 공무원들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뇌물을 요구하는 공무원들은 존재한다. 우리는 이미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통해, "갑"질이 도를 넘게 되면 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파탄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하였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은 비단 국가의 최고위직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 박힌 "갑"과 "을"의 근원적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작든 크든 다양한 형태의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여러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음을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이것은 공무원의 잘못도, 기업의 잘못도 아니다. 어떤 관계든 관계의 축이 한쪽으로 옮겨지게 될 때 결국 밸런스가 무너져 둘 중 어느 한쪽은 중심을 잃게 된다. 공무원이 모든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철저한 "갑"으로서 존재하며, 기업은 언제나 그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을"로서만 존재한다면 이 관계의 밸런스는 절대 맞춰지지 않을 것이다.


3) 비즈니스 생태계 악화


 필자는 전공이 행정학이다. 비록 딱딱한 행정과 관련된 일보다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기도 하고, 또한 자랑을 하자면 영어를 꽤 잘하고 내가 좋아하는 산업에서 출장도 많이 다닐 수 있는 업무를 찾다보니 이 일을 하고는 있지만 언제나 공공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가장 탐독하는 책들 대부분 역시 사회과학 책들이기도 하다.(최근에는 비즈니스 관련 책을 많이 읽기는 하지만 말이다.) 

 기업에서 일을 하기 전까지 필자 역시 정부의 개입이 크면 클수록 무조건 좋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목격하면서, 그리고 공무원들과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무조건 적인 정부의 개입보다는 적절한 정부의 개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적어도 자본주의를 경제적 생태계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좋은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좋은 생태계는 관계의 균형에서 이루어진다. 누군가가 꼭 "갑"이 되어야만 한다면 적어도 기업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부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갑"과 "을"의 관계가 되기 보다는 공생 관계를 맺는 것이 좀 더 나은 생태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3. 정부의 역할에 대하여


정부란 무엇인가.


정부: Government


 "Govern"이라는 단어는 무언가를 통제하거나, 무언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무언가를 조절한다는 의미이며, "Government"는 그 역할을 하는 주체를 말한다.


 정부의 역할이 사회 및 그 구성원을 통제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기업이라는 집단이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인만큼,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위법한 행위를 통제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다.


  슬프게도 사회는 정부의 통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분야의 산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의 정책을 보다보면, 정부가 사회 구성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든다. 전통적인 정부의 역할이 자신들의 권위를 사용하여 기업 혹은 국민들을 통제하는 정부였다면, 앞으로의 정부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내가 "공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경제적 이윤도 사회적 권위도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젊은이들이 가장 공감하고 분노하는 부분이 바로 권위주의 혹은 갑질이다. 현대 사회의 구성원들은 다양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학습하기 때문에, 더이상 전통적인 정부의 통제하에 가둬둘 수 없다.


  정보가 철저히 통제된 사회라면 이러한 인습들이 정부의 "프로파간다"를 통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으로 둔갑될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우리세대는 이러한 "프로파간다"에 세뇌되는 세대가 아니다. 우리는 유튜브나 SNS를 통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서로 공유하며,  이러한 "비공감"하는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해결책을 내놓는데 익숙한 세대이다. 


 한마디로 하면 "토론"을 좋아하는 세대가 된 것이다. 우리 세대는 비록 교육적으로는 주입식 교육을 받은 세대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이전 세대보다 좀 더 자유롭게 내놓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좀 더 세상을 낫게 만드는 사회"를 슬로건으로 스타트업이 쏟아지는 사회를 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정부는 "토론"보다는 "보고"만 존재하는 전통적 정부에 머물러 있다.


4. 개선안


 그렇다면 정부가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전자 정부 시스템을 통한 양방평가제


  기업의 직원과 정부 부처의 공무원이 미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공무원들은 미팅이라고 인식하기 보다는 보고라고 인식할테지만 말이다.)  이러한 미팅이 단순히 이메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팅이 자체가 관리되는 사이트가 있다면 어떨까. (굳이 이와 비슷한 것을 꼽자면 "Trello"라는 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앱은 팀별 미팅의 진행사항을 A-Z까지 기록할 수 있는 앱이다.) 


 그리고 이 사이트에서는 모든 정부 부처 공무원과 기업 직원의 미팅 기록이 기록될 것이다. 미팅에 대한 주제, 내용, 결과가 이 전자 정부 시스템에 모두 기록된다. 또한 미팅의 주체들이 이 미팅에 대한 평가를 통하여 서로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물론 보안상의 문제로 인해 평가를 제외한 모든 기록들은 미팅의 주체들만이 볼 수 있어야 하며, 철저한 보안이 요구된다.)


 우선 첫 번째로 정보의 투명성이 확보될 것이다. 미팅의 양 당사자가 모두 미팅의 내용들을 이 곳에 기록하게 될 것이니, 이로 인해 정부 관계자가 몇 억을 요구했다던가, 아니면 기업 관계자가 정부 관계자를 돈으로 유혹하는 일 따위가 생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바로 올바른 관계 정립이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현재의 민관 업무는 철저한 "갑"과 "을"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관계의 불균형은 비즈니스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건전한 미팅의 본질인 의견 교환을 막아버리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밸런스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은 바로 공감대 형성이다. "공감"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비즈니스를 할 때에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야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만약 비즈니스가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당신 사업은 망한 것이다.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한다. 만약 정부의 비즈니스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국가가 파탄나는 것을 국민들이 목격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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