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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Nov 05. 2017

<과거의 속담은 과연 옳은가>

누구나 말을 강가에 데려갈 수 있는 시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속담 중 하나가 바로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라는 표현이다. 이 속담은 누군가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 배움을 체득하는 것은 학생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뜻을 지닌 속담이다.  사회적 인프라가 현대와 같이 갖춰지지 않은 옛날에는 말을 물가에 끌고가는 일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인프라, 특히 일정 연령 이상의 모든 어린이가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이 속담 안에 갇혀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말이 물을 먹을지 말지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그 물이 말의 입맛에 전혀 맞지 않는다거나, 혹은 말을 탈나게 할 수 있는 물이라면 우리는 그 물을 말에게 먹여서는 안 된다. 이와 반대로 그 물이 말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 말에게 그 물을 먹어야할 장소를 바로 알려줄 수 있다. 그곳은 바로 인터넷, Youtube, Google 그리고Wikipedia까지 우리는 모든 정보를 한번의 클릭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즉 모든 이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말이 물을 정말로 원한다면, 그 물을 찾아가도록 하는 방향을 안내해주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교육이 차지해야 하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그 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럼 그때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것이 현대 사회의 교육 시스템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말이 되었든 인간이 되었든, 결국 동물이란 필요에 의해 무언가를 창출해내는 존재이다. 설령 학교에서 항상 꼴찌를 도맡아 했던 학생이라도, 스스로가 어떤 분야에 직접 뛰어들어 일을 하게 되면 그 분야에 대해서 공부 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필요성의 힘이다. 그리고 교육시스템은 학생이 그 필요성을 알도록 도움을 주는 존재이지, 필요성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필요성을 무시한 채 100점 시험지만을 강요하는 사회는 스스로의 존재 의의에 대해서 의문만을 줄 뿐 그 의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사회인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존감이 약한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다.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자신의 시험 성적을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는 훈련을 받아왔다.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자신의 대학 이름을 누군가에게 큰 소리로 내뱉지도 못하는 사회에서, 시험 성적이 아닌 자신만의 특기를 펼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늘 초등학생 사촌과의 저녁식사에서 100점만을 맞는다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만약 나중에 100점을 맞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 그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선택대로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인생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사회에서 정한 정답만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다. 마치 옆을 전혀 보지 못한 채 앞만 보며 달려나가는 경주마처럼, 한국사회에서 우리는 모두가 경주마로 자라왔다. 각종 통계에서 일본이나 중국 등 우리나라와 같이 시험 성적에 목숨을 건 나라에 사는 국민들의 자존감이 낮게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현대사회에서는 그 의미가 반감된 고전 속 표현들에 의해 눈이 가려져 왔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러한 과학적 발견의 근간이 된 과학 혁명의 기초는 르네상스 시대이다. 르네상스가 인간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한 것처럼, 우리의 문명을 한 발자국 전진 시킬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속담 혹은 사회적 통념들이 실제로 옳은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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