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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Jun 06. 2018

[북리뷰]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

섬으로 들어간 도시 직장인 청년들의 창업 스토리

- 도시 직장인의 삶은 언제나 공허하다


도시의 직장인은 언제나 마음속 한구석에 공허함 하나 정도는 지닌채 살아간다. 아니 꼭 공허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마음 속 한구석이 텅 비어있는듯한 느낌이랄까.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공허감에 대해 한번 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특히나 모든 경제 활동이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몰려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많은 수의 청년들이 인구가 천만이 넘는 이 큰 도시에서 자신들의 생활을 영위해나가고 있다. 설령 당신의 고향이 서울이 아닐지라도, 당신이 서울에서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당신이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일자리 자체가 지방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의 청년들과 같이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일본의 청년들이 외딴 섬으로 들어가 회사를 창립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한 일본 사회 내에서도 고령층이 많은 외딴 섬에 그들이 들어간 이유는 바로 "돈벌이"와 "생활"의 괴리에서 오는 공허함이었다. 


-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의 고리" 만들기


회사에서의 "돈벌이"와 쉬는날 자신만의 "생활"이 철저히 분리된 삶.


이 둘 사이의 간극을 도저히 메꿀 수 없다. 이 메꿀 수 없는 간극은 결국 허무함 혹은 공허함으로 남게 된다.


이 허무함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택배(소비)에 심취하게 된다. 집 앞에 놓여있는 택배 상자를 집으로 들어와 뜯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하지만 택배 박스에서 오는 짧은 순간의 만족감은 며칠 가지 않아 다시 공허함으로 돌아오게 된다.


우리가 온갖 스트레스를 통해 얻는 약간의 돈들은 다시 이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택배 박스로 모저리 빠져나가게 되고, 허무함을 극복하기 위한 찰나의 짜릿함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지는 이 소비 행태는 낭비로 이어지게 되는데.. 결국 낭비와 순간의 만족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계속해서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선순환의 고리"로 만들기 위해 일본의 청년들이 한 일은 무엇일까.


"돈벌이"와 "생활"의 간극에서 나오는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 이들이 한 일은 바로 "모두의 일"을 찾는 것이었다. 섬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섬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돈벌이"를 하다보면, 지역 주민들과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일이 많아 진다. 이때 발생하는 마을 일을 매개로 하여 얻은 지역 주민들간의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모두의 일"을 하다보면, 자신의 일상 생활 역시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 일본의 청년들이 말한 공허함을 메우는 방법이다.


물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이니 만큼 지역 주민들 간의 상호 이해라는 것이 어쩌면 오지랖이라는 단어를 그럴싸한게 포장한 것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오지랖 행위를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어쩌면 그들의 방법이 우리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이 책의 주인공들 역시 젊은 세대들이기는 하다....)


꼭 "모두의 일"이 이 허무함을 메꾸는 방법은 아닐 수도 있으니 다른 방법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 직장을 그만두는 것도, 창업을 하는 것도 모두 경험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책의 청년들이 공허함을 극복하기 위해 한 또 다른 일은 무슨 일이었을까? 바로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다!


물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채 무턱대고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꽤나 힘든 여정이 될터이다. 무턱대고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그 전에 미리 해야할 것이 있다. 바로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두 청년은 모두 직장 생활 도중 아마라는 섬을 몇 번 방문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후에 이들은 이 아마라는 섬에서 "메구리노와"라는 기업을 창업하게 되는데(메구리노와는 선순환의 고리를 뜻하는 일본어이다.) 그들이 회사를 그만둔 것도, 외딴 섬에서 회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 역시 모두 이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들은 다행히도 아마라는 섬에서 아마라는 지역의 가능성을 엿보았던 것이다. 아마에 있는 원주민들이 그들의 지역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실제로 보았으며,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하였다. 이 가능성을 엿보고 난 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오롯이 믿은 채 섬으로 들어가 창업을 하게 된다.


경험이라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만약 그들이 아마라는 섬을 미리 경험하지 못했더라면, 회사를 그만둘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창업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무턱대고 경험치만 쌓는 것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통한 고찰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가치 통찰이 이루어질 때 그 경험은 훗날 빛을 발하는 것이다.


쉬운일은 아니지만 업무로 방전되는 시간인 주말을 이용하여 경험을 쌓고,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 나간다면, 언제가는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 밝은 미래를 향하여


이들이 창업한 회사가 비즈니스적으로 얼마나 성공을 했는지 책을 통해서는 알 수 없다. 책 속에는 이 회사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이들이 얼마나 비즈니스 적으로 성공을 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일본웹을 따로 검색해 보아야 할 것 같다.(필자는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패스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이들은 다큐멘터리에도 나올뿐 아니라,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몇 번 꽤나 취재가 되었던 만큼 화제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일본의 이 청년들이 지역 사회를 살리는 동시에, 자아를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데에 있다. 사실 개인의 공허함은 평생 없어지지 않는 것은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생에서 얼마만큼의 성공을 하건 간에 살아가면서 마음 한구석에 공허함을 지니지 않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대부분의 이유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절망하고, 그 절망 속에서 허무함의 나락으로 빠져들곤 한다. 이 책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이 청년들이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희망의 빛을 쏘아올렸다는 사실이다. 


사회적으로는 갈수록 늙어가는 외딴 섬으로 들어가 그들의 젊은 에너지를 통한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 하였으며, 개인적으로는 마을 주민들과의 상호 이해를 통해 "돈벌이", "생활", "모두의 일"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많은 분야에서 한국 사회는 일본 사회를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사회 자체가 조금씩 늙어가는 우리 사회 역시 앞으로는 지역 사회에 근간을 둔 사회적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비단 지역 사회 발전 많이 아닌, 개인적 자아 성찰도 충실히 이룰 수 있는 그런 사회적 기업들 말이다. 


한국에서도 미래에 다양한 선순환의 고리들이 다양하게 엮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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