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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May 18. 2018

[북리뷰]숲에서 경영을 가꾸다

다양성을 찾아 나서는 과정

1.


 약 4년 동안 참여했던 영어스터디 모임이 있다. 그 스터디 모임의 리더님이 추천해주셔서 읽게 된 이 책의 첫인상은 흔하디 흔한 경영서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책을 살지 말지 고민하기는 했지만 이전에 리더님이 추천해준 책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덜컥 구입하게 되었다. 흔히 경영학이나 리더쉽 관련 책이란 누구나 흔히들 알고 있는 내용에 자신의 공로를 더해 풀어쓴 자기자랑에 불과한 책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터였기에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우선은 리더님을 한번 더 믿어보기로 하였다.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의 저자인 최재현 교수는 생태학자로서 평생을 살다, 한국에 최초로 건립된 국립생태원의 초대 원장으로 임명되었다. 실무와는 거리가 먼 교수로서 평생 일을 하다, 늦은 나이에 맡게된 첫 경영 업무였지만, 3년이 넘는 재임기간 동안 해마다 약 100만명의 관광객을 국립생태원에 유치함으로써 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내용을 책에서는 다루고 있다.


 솔직히 말해 공기업이 아니라 사기업이었다면 성공적으로 조직을 이끌었을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조직 관리의 성공=회사의 성공"의 등식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직 관리가 매출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성공적인 조직 관리가 꼭 매출 향상을 이끈다고는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을 관리하는데 있어 그가 사용한 10가지 원칙은 배워둘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2. 

관찰에서 출발한 경영

 그는 생태학자로서 생태학을 연구했던 경험을 살려 생태학의 연구 기법과 원칙들을 경영 활동에 녹여내기도 하였는데, 그가 녹여낸 생태학 연구의 본질은 결국 관찰이었다. 자연에 존재하는 곤충 및 식물들을 주의 깊게 관찰함으로써 개별종들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며, 개별의 합을 통해서 전체를 이해하는 이 연구 방법은 조직의 인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가령 평소 조직 내 개별 인원들의 특징을 관찰 및 분석한 후 인사 조치 시 그들의 특징에 따라 관찰을 하는 것이 좋은 예인 것이다. 사실 책에서는 그가 관찰을 통해서 배치한 인원들의 성공 사례만 나오기 때문에 실제로 모든 직원들이 그 인사 조치를 성공적으로 평가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각 조직에서 일하는 개별 직원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 동호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한번이라도 더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바비큐 파티 등을 벌이는 시도는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수평적 관계를 중요시 하는 최근 스타트업들에서 CEO와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다른 사례들을 살펴 보더라도, 각 개별 직원들을 경영자가 이해하는 소통의 창구는 성공적인 조직을 위해서는 필요 조건이 아닐까 싶다.


3.

리더는 침묵할 뿐


 MB와의 사례를 들어 리더의 침묵을 강조하는 부분은 내가 특히나 공감했던 부분이다. 저자가 교수이자 각종 위원회장으로 활동할 당시 MB(당시는 서울 시장이었다고 한다)의 초대를 받아 그의 사무실에 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기껏 전문가인 자기를 불러다 놓고는, 특유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시전하는 그분의 이야기만 듣다 돌아간 적이 있다고 한다. 각계의 전문가들을 모아놓고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은 안하고, 자기 이야기만 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기가 막힐 노릇일뿐만 아니라 비효울의 끝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 정책에 반영할 생각은 안하고 자신의 이야기만 한다는 것은 노력 대비 비용을 생각해봤을 때 0에 수렴하는 결과값이 나오는 행동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인가. 그래서 저자는 생태원장이 된 이후 최대한 자신의 입은 다물고,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자른채 원장인 자기만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조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것이고, 이는 직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놓을 기회를 없애버릴 것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모두들 자신만의 주장을 펼치는 상사의 모습을 회의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말하는 것은 상사요, 회의 시간에 결정되는 내용 역시 주로 상사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조직 내에서 조금씩 바보가 되어간다. 여기서 말하는 바보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생각을 거세 당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할 수 조차 없게된 슬픈 직장인들을 말한다. 왜 우리는 조직에서 바보가 되는지를 좀 더 알고 싶다면,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는가"라는 책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4. 

다양성을 찾아 나서는 과정


 결국 저자가 초점을 맞췄던 것은 다양성이 생동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관찰하여 분석하고, 그들의 아이디어가 샘솟아날 수 있게 리더가 침묵하게 된다면 조직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란 결국 다양한 생물들의 조화로움 속에서 이루어진 거대한 생명체이기 떄문에, 조직 역시 다양한 개인들의 조화로움 속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생명체라고 가정한다면 각 개인들이 그들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경영자가 해야할 일인 것이다.

 

 이 책을 리더님이 나에게 추천한 이유는 바로 내가 곧 스타트업 창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학을 경영에 접목 시켰다는 부분이 특히나 새로웠고, 역시나 스티브 잡스가 말한 "Connecting the dots"대로, 결국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들이 이어져 하나의 결과물을 도출해 낸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모든이들이 해왔던 모든 경험들이, 언젠가 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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