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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Nov 15. 2021

17. 막연한 이직은 후회를 남기고...

개인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은 일치시키도록 하자

Vision 1. 베트남에서 즐겼던 스쿠터의 묘미를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고픈 꿈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약 1년 동안 스쿠터의 나라 베트남에서 지냈던 나는 한번도 스쿠터를 몰아보지 못했다. 뒤에 앉아 타보기는 했지만, 직접 몰수는 없는 감옥 같은 생활을 했다고나 할까.


 2015년 하반기 한국에 돌아와 운 좋게도 스타트업 중에서도 꽤나 유명했던 배달앱 스타트업에 취업하게 되었고, 배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나에게 어떤 비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 썼던 자기 소개서를 보면 베트남에서 가전제품도 배달이 가능하다는 놀라운 광경을 직접 목격하며, 배달을 이용한 O2O 서비스의 미래 부가가치가 클 것이라고 예측은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 취업을 할 때만 해도 나의 비전을 회사의 비전과 일치시킨다는 개념은 없었다. 내가 관심있는 인더스트리에서 일하고 싶어하기는 했으나, 나의 꿈과 회사의 꿈을 동시에 실현시킨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보다는 이름이 들어본 회사, 그리고 꽤나 핫한 인더스트리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던 것 같다.


잦은 야근으로 대상 포진이 걸려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둔 후 남는 시간 동안 베트남에 돌아가 처음으로 스쿠터 운전대를 잡게된다.


마치 자전거를 타는 듯한 가벼움. 이렇게 재밌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니. 한국에 돌아와 스쿠터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어느날 스쿠터 구매를 알아보다가 한 모터사이클 수입사의 무역 업무 포지션을 발견하게 된다. 왠지 모르게 한국에서 '오토바이 타면 죽어!' 말을 들으며 유튜브로만 간접 라이딩을 즐기는 수많은 예비 라이더들에게 라이딩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달까.


 여행과 모터사이클의 만남이라는 테마와 비즈니스 모델이 떠오르며, 한국에 모터사이클의 즐거윰을 알리고 싶어졌다.


 그 당시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는 여행객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는데, 2014년만 해도 60만 정도에 불과했던 베트남 관광객이 2015년 100만을 넘었고, 2년 후인 2017년에는 250만명을 넘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 나에게 베트남 관광에 대해 물어보는 친구들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이렇게 베트남과 태국 등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스쿠터를 동남아에서 즐기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이 한국에도 그 경험을 끌고 오게되면 모터사이클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또한 배달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직접 현업에서 목격한 터라 이륜차 시장이 급격하게 커질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한국인들에게 모터사이클의 즐거움을 알리자'


라는 비전을 지니도 수입 모터사이클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일은 꽤나 재미있었고, 많은 일들을 처리하며 나 또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무역이나 통번역 업무 뿐만 아니라, 리콜 이슈 등을 대응하며 행정부처들과 일해보기도 하고 영업 판매 데이터들을 분석하는 대시보드 등을 만들며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이것은 모두 회사의 규모가 작아, 시스템을 내 마음대로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회사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배달 시장이 커지기는 하였으나, 모터사이클 시장 중에서도 빅바이크와 오프로드 시장을 메인으로 두었던 우리 회사는 자금난에 언제나 허덕이고 있었다. 당시 여자친구가 있던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월급을 받을 뿐만 아니라, 도저히 월급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또한 아는 지인이 같이 사업을 하자고 계속해서 나를 설득하는 바람에, 결국 나는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물론 월급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더 이상 나의 비전이 이 회사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결국 모터사이클에 대한 비전이 사라졌을 때, 미련없이 회사도 그만두었던 셈이다.


Vision 2. 귀농/귀촌러들의 생산품을 레스토랑과 연결시키는 꿈


 아는 분과 프로그래머를 구하다 도저히 구할 수 없어, 그냥 내가 배우기로 했다. 6개월 동안 프로그래밍을 국비 과정으로 배우며, 사업 이야기는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나의 꿈은 귀농/귀촌러들이 생산하는 제품을 레스토랑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었다.


 나 자신도 귀농에 관심이 많이 있었고, 일본에서는 이미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로컬 경제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책들과 영화를 많이 접했기에 나 역시 로커류비즈니스 생태계를 키우면서, 그 상품들을 도시와 연결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세상에 내놓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할만한 능력도 돈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의 비전을 함께할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알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들어가게 된 것이 한 육류 스타트업 회사였다.


 그곳에서도 2년 넘게 일하며 많은 것들을 경험하였는데, 특히나 최근 유행하는 블록체인/NFT 같은 기술뿐만 아니라 머신러닝과 관련된 정부 지원 사업등을 경험하며 좁디 좁았던 나의 세상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게다가 처음으로 팀장이라는 자리를 맡으며, 조직 내에서의 영향력도 크게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곳 역시 자금난에 항상 허덕였으며,  투자를 한번 받아 급한 불을 껐지만 충분한 자금 없이 회사에서 생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대표님이 말하는 비전과 실제로 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항상 달랐다. 회사는 그냥 현재 운영하는 이커머스 사이트를 지속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자금난으로 인해 실제로 하고자 하는 비즈니스를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게 된 것이다.


 물론 우리는 다른 회사와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신사업기획 등을 진행하며 최대한 새로운 먹거리르 개척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나역시 그 당시 블록체인과 NFT 그리고 머신러닝 공부를 꾸준히 하며 어떻게 하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현재 운영하고 있는 상품들과 결합시킬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한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오게 되었고, 나의 비전을 회사에서 도저히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된 순간 나는 후회없이 그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회사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직원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을 수 있는 시대!


 회사를 그만두고 전세 대출 연장이 급하게 필요했던 나는 아무 생각없이 중견기업으로 이직을 했다. 사실 스타트업에서 자금난에 허덕이던게 너무 지겨웠던 탓일까? 아무도 알지 못하는 회사를 다니는 것이 창피했던 탓일까? 이번에는 모두가 알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이름을 내뱉을 수는 있는 중견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직무도 경영기획팀이기 때문에, 남들이 봤을 때는 좋아보일 수도 있는 그런 타이틀이다. 하지만 4개월 동안 다니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바로, 회사의 비전과 나의 비전이 일치하지 않으면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것이 나라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중견기업이라는 것이 시스템만 무겁고, 체계만 복잡하게 나열되어 있을 뿐 사실상 하는 일은 중소기업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훨씬 더 관료화 되어있는 체계이기 때문에, 직원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이 일치해도 직원이 퍼포먼스를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심쩍다.


 막연하게 스타트업은 지겹고, 중견기업 정도는 가고 싶은 마음으로 이직을 했다가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가 회사를 택하기 전에 어떤 브분을 고려했는지. 그리고 그때마다 항상 내가 가진 비전을 회사에 투영해서, 회사와 나의 비전이 일치하는 회사에서 일을 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감사하게도 나와 비전이 통하는 회사들은 모두 나에게 많은 권한을 주었고, 나는 그 권한을 바탕으로 내가 가진 아이디어들을 발산하며 회사와 함께 성장했다.

 누군가에게 회사란 그저 일하고 돈만 받으면 땡인 곳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만큼은 개인의 비전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회사였던 것 같다. 아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이미 퇴사 결심을 한 것 같다.


 가끔은 내가 너무 이기적이 아닌가 싶은 때도 있다. 결국 회사가 나의 비전을 맞추지 못한다고 해서 떠나 버린 다는 것은, 내가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으면 버린다는 마인드가 아닌가 말이다. 감탄고토의 전형적인 예일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언제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흔히 비용절감 혹은 운영의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회사의 임원들은 그러한 일들을 벌이니 말이다. 물론 대부분의 임원들은 아무런 비전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그러니 직원 역시 회사를 감탄고토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최근에 애자일 방식의 조직 운영이나 프로젝트 중심의 조직이 각광 받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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