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k Apr 15. 2019

#16 : 비전공 개발자 전직 실패기 - 3

반년 동안의 프로그래밍 국비교육 -  후반전

필자가 다닌 프로그래밍 학원은 종각역 근처에 위치한 학원이었다. 이 곳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빌딩들을 지나쳐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다. 보신각 대각선에 위치한 하여튼 삼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이 건물의 꼭대기는 WEWORK라는 간판이 마치 실리콘 벨리의 오렌지 향을 한국에도 전파하려는 듯 위용을 자랑하며 뽐내고 있다.


이 WEWORK라는 곳에서 일하다 보면 왠지 실리콘벨리에서 일하는 느낌도 날 것 같고, 최근 여러 대기업에서도 공유 오피스 시장에 많이 진출하고 있었기 때문에(롯데의 워크 플렉스, 현대의 블랙스튜디오 등) 공유오피스에 입주하여 라운지바에서 커피나 맥주를 즐기는 프로그래머를 꿈꾸던 때가 바로 작년 겨울쯤이었나 보다.


현재의 나는 역삼역의 한 공유 오피스에서 실리콘 벨리의 느낌을 흠뻑 내기 위해 가끔은 라운지에 랩탑을 들고가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옆에 두고 일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자는 아니다. 아니 개발자가 되지는 못하였다.


그렇다. 나는 국비지원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았지만 개발자가 되는데 실패하였다.


*개발자 도전 실패기 전반전 -  https://brunch.co.kr/@chunja07/46


10~11월

10월 초 나는 정보처리기사 실기 시험에 도전하였다. 하지만 시험 공부는 전혀 하지 못한 상태였다. 변명 같아 보이긴 하지만, 정말 시험 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다. 집에 와서는 자바, HTML, CSS, JQUERY, JSP, JAVASCRIPT 공부를 해야했기 때문에 도저히 정보처리기사 시험 준비를 할 여유가 없었다.


다만 내가 조금 자만했던 부분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일요일날마다 네트워크 관련된 오프라인 수업을 듣는 중이었다. 아마 그래서 네트워크 수업과 코딩 연습만 하면 혹시 실기 시험도 붙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코딩 실력과 정보 처리 기사 실기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정보처리기사 시험은 암기 시험이라고 생각하는게 오히려 나을 것이다. 알고리즘 문제나 최신 기술 용어는 코딩 실력과는 무관하다.


그 당시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빨리 코딩에 익숙해지는 것이었다. 새롭게 배우는 JSP, 스프링 프레임워크, AJAX 비동기 통신, JAVASCRIPT, JQEURY 등은 정말 나의 자존감을 매일매일 낮추고 있었다. 웹 기반으로 오니 REQUEST, RESPONSE 개념을 이해해야 했고, DB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했다.


하지만 객체지향 개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내가 이 모든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마치 타임 스톤으로 타노스와 싸워서 이길 확률을 구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였다.


11월~12월


11월 중순부터 웹 교육은 모두 끝이 났고, 약 3주 동안 팀프로젝트를 통해 웹 사이트를 만들게 되었다.


다행히 나는 코딩도 잘하고 열심히 하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와 나와 동갑인 친구 그리고 한 여자애와 같은 조가 되었다.(국비지원에 수업 들으러 온 친구들이 공부를 열심히 안한다는 소리도 있던데,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모두들 정말 열심히 노력하였다. 정말 2~3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놀랄정도로 모두 열심히 하였다. )


여행 관련된 싸이트를 만들기로 정하고, 최대한 인스타그램에 있는 기능들을 집어 넣기로 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하며 내가 느낀 것은, 어떤 기능을 만들겠다고 정하고 그 기능을 만들다 보면 실력이 급격하게 는다는 것이다. 


이 시기 나는 팔로우 기능과 검색 기능 구현을 하였다. 최대한 인스타그램의 팔로우 기능과 검색 기능을 모방하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이 시기의 나는 객체 개념과 AJAX 및 자료 구조(JSON등) 그리고 DB테이블 구성 및 DB 입출력에 대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실력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자신감이 넘치던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학원 반 친구들이 무언가를 물어보러 오면 그 뿌듯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12월까지 프로젝트를 끝내고 안드로이드 및 아이폰 앱 수강을 듣게 된다.


사실 안드로이드 및 아이폰 앱(SWIFT) 교육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정말 기본적인 것만 가르쳐 줄뿐만 아니라, 구현하는 것에도 한계가 많다. 결국 이쪽을 잘하기 위해서는 혼자 해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웹으로 만들었던 싸이트의 기능들을 안드로이드 앱으로 구색을 맞추기만 한 채 1월 17일 학원 수업이 종료 되게 되었다. 


1월


12월 31일부터 나는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1일 1이력서 원칙을 세우고 매일 한 개의 혹은 여러개의 이력서를 1월 한달 동안 사람인과 잡코리아에서 뿌리고 다녔다.


때 마침 팀 프로젝트 수행 포트 폴리오도 모두 완성이 되었기 때문에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그리고 프로그래머 치고는 꽤 높은 영어 점수를 발판 삼아 프로그래머 전직을 시도하였다.


한달 동안 40군데 정도 지원을 하였는데 아무데서도 연락을 받지 못하였다. 사실 1군데 정도에서는 연락이 올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정말 한군데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당시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나를 도와주시던 상담사분이 어떤 업체에 나를 추천을 해주시기도 하였는데, 회사 쪽에서 신입으로 받기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하였다고 한다.


왜 그토록 지원을 하여도 연락이 오지 않는 이유를 확실하게 듣게 되니 이 길만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서게 되었다.


2월부터는 경영 관리 혹은 IT 기획 직군으로 약 10군데 지원을 하니 3군데 정도 서류가 붙게 되었다. 이번에는 좀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기도 하여 주로 대기업을 지원하였고, 내가 관심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하는 스타트업 한 군데를 지원하였다.


대기업 1곳과 스타트업 모두 1차 합격을 하고 고민을 하던 중 결국 다시 한번 스타트업만 2차 면접을 보고 합격하게 되어 현재는 실리콘 벨리 느낌으로 공유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대기업은 면접 일정이 출근 이 후 시점이었기 때문에 그냥 불참 통보를 하였다.)


사실 아직은 한번 더 도전을 해볼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 절반 그리고 공유 오피스에서 실리콘 벨리 느낌 내보고 싶은 생각 절반으로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마무리하며...


최근 문돌이들에게는 코딩 열풍이 한창이기 때문에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나와 같은 문돌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문돌이들은 언제나 전문성에 목마르다. 나도 그래왔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프로그래밍을 배우며 느낀 것은 프로그래밍은 분명 나의 논리적 사고 능력과 반복된 업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는 도구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자신이 프로그래밍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론이나 주위 사람들이 한다고 해서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도전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상인 직종이기도 하다.


나는 미리 프로그래밍을 접해보고 도전을 했음에도 이렇게 전직에는 실패하였다.


전직에는 실패했지만, 새로운 곳에서 일하며 전문성을 키우는 방법이 꼭 어떤 기술을 배우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중이다.


앞으로는 문돌이는 어떻게 전문성을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한 글을 연재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의 퇴사 시리즈는 당분간은 이렇게 막을 내리고자 한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매거진의 이전글 #15 : 비전공 개발자 전직 실패기 -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