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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틀이 맛있는 이유

나는 못먹기 때문입니다

by 위스키내비
느이집엔 없제 복사 (1).png 얘 봄 위스키가 맛있단다

스키를 마시다 보면, 몇몇 ‘전설로 추앙받는’ 위스키들을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입문 때에는 포트엘런과 로즈뱅크 같은 폐쇄된 증류소들을 선망했었고, 조금 더 지나고 나서는 과거 증류소들의 오피셜 위스키들, 그리고 사마롤리와 실버 씰 등 과거 독립병입자들의 싱글캐스크 위스키들을 선망하게 되었죠.

많은 위스키 애호가들이 국내에서, 혹은 해외에서 올드 보틀 위스키를 마셔 보고는 ‘현행 위스키와는 다르다, 맛의 깊이가 차원이 다르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과거의 향수에 젖은 이야기일까요? 아니면 비교 서열을 중시하고, 더 높은 서열에 서기 위한 본능적인 이야기일까요? 이른바, 스노비즘일까요?


아니면, 정말로 올드보틀이 맛있을 만한 이유가 있는 걸까요?


정말로 그럴지도 모릅니다. 위스키 자체에서의 이유가 있을 수 있고, 위스키 산업적 관점에서의 이유가 있을 수 있죠. 실제로도 많은 사람이 ‘현행과는 다른, 맛있는 올드보틀’ 을 체험한 바 있다고 간증하고 있고, 그 이유만 찾으면 되니까요.

image (56).png 뭐 이런 것까진 아니더라도..

올드 보틀이 더 맛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근거는 바로 ‘캐스크의 품질’ 입니다.

익히 알고 있듯, 스페인에서 셰리 와인을 캐스크에 담아 반출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 1981년이고, 이 이전과 이후를 기점으로 셰리 캐스크의 품질이 달라졌다는 것이죠. 현대의 셰리 캐스크는 과거와는 달리 셰리 와인을 담아서 영국으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캐스크를 만든 뒤 셰리를 시즈닝하고 캐스크만 따로 운송하니까요. 게다가, 시즈닝된 셰리 와인은 시장에 내다 팔리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셰리 식초 등으로 만들어집니다. 즉, ‘셰리 운송용 캐스크’ 와, ‘셰리 시즈닝 캐스크’ 에 담겼던 셰리 와인의 품질부터가 차이가 난다는 것이죠.

또한, 셰리 와인을 캐스크에 담아 반출하는 것을 금지한 것의 여파는 다른 의미로 셰리 캐스크의 맛을 훼손했다고 보는 시각 또한 있습니다. 바로 ‘유황초’ 이죠. 셰리가 담겨 수출되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셰리를 빼고 난 뒤 빈 통은 항구에서 선적되기 전, 박테리아나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소독하기 위해 유황 향초를 캐스크 내부에 피워, 살균을 꾀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유황초로 인해 많은 셰리 캐스크의 내부에 유황이 스며들었고, 이러한 유황 냄새가 나는 캐스크들에 위스키가 숙성되면서 썩은 계란, 방귀 냄새 등의 오프노트들이 위스키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시각입니다. 즉, 캐스크 반출을 막기 전, 1980년대 이전의 보틀들에서는 셰리의 유황취가 없거나, 적으므로 오프노트 또한 적을 것이다라는 논리이죠.


image (57).png 나름 유서깊은 방법입니다. 이집트 때부터 썼다고….

또 다른 것은, 과거의 셰리 캐스크는 ‘유러피안 오크 캐스크’ 를 사용하였지만, 현대의 셰리 캐스크 대부분은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 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1980년대 이후 유럽에서의 강해진 환경 규제, 보호지역 지정, 낮은 수율과 목재의 느린 성장 등의 이유로 인해 대다수의 위스키 캐스크들이 아메리칸 오크로 전환되었죠. 거대한 미 대륙에서 대랑으로 자라나는 아메리칸 화이트 오크, quercus alba 는 더 촘촘하고 곧은 목질 덕에 수율이 더 좋을 뿐만 아니라, 유럽의 참나무 수종인 quercus robur 보다 약 30퍼센트 정도 더 빨리 자라기까지 합니다. 이로 인해 경제적인 이득을 볼 수 있었죠.


image (58).png 유러피안 오크 (로부르참나무)

두 번째는, 지금과는 다른 생산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많이들 예시로 드는 것들이 바로 ‘골든 프로미스 몰트’ 와 ‘팍사레트’ 입니다. 그리고 각 증류소마다 변화한 것들도 있죠.

골든 프로미스는 20세기 후반, 위스키 업계에서 주로 사용된 몰트입니다. 원래는 스코틀랜드에서 수제 맥주 등을 위해 사용되었다가, 맥캘란 증류소에서 골든 프로미스 품종을 대거 사용하고, 이를 사용한 위스키들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각광받게 되었죠.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옵틱’, ‘채리엇’ ‘로리엣’ 등의 몰트 품종이 대두되며,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몰트 품종의 변화가 맛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또 다른 하나는 팍사레트입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 업계에서 사용한 일종의 ‘셰리 액기스’ 이죠. 페드로 히메네즈 포도로 만든 포도주스를 3분의 1 내지 5분의 1 정도로 끓여 졸이고, 색을 더하기 위해 셰리와인을 섞은 와인입니다. 포도주스를 끓여 놓축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정말 달고 걸쭉한 액체이죠. 이 액체를 혹스헤드에 500ml. 벗에 1리터 정도를 넣어 압력을 가해, 오크통의 나뭇결 내부로 집어넣고 이 캐스크에 위스키를 숙성한 것입니다. 이러한 셰리 액기스 시즈닝은 1990년대 SWA가 팍사레트를 금지하면서 없어졌습니다.

즉, 1990년대 이전의 셰리 위스키들은 셰리의 액기스를 담은 팍사레트를 이용해 숙성한 위스키일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현대의 셰리 시즈닝 오크들과는 달리 더 맛이 좋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image (59).png

또 하나는 위스키 생산 방식의 변화입니다. 예를 들어, 직화 방식 증류와 플로어 몰팅을 예로 들 수 있죠. 지금은 대다수의 위스키 증류소들이 증기 가열, 혹은 전기 가열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과거의 증류소들은 증류기들에 직접 불을 때 워시와 1차 증류된 스피릿을 끓였습니다. 주로 안전상의 이유 때문에, 직화 증류를 포기했죠. 석탄으로 직접 불을 때는 증류소는 현재 스코틀랜드에 단 하나도 없습니다.

image (60).png 70도에 달하는 알코올이 수천 리터씩 쏟아지는 곳에서 불을 때우다 실수하면, 증류소가 싹 날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몇몇 증류소들은 아직 가스 직화 증류 방식을 유지하고 있고, 직화 증류 방식을 유지하는 증류소들은 이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위스키의 맛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증류소들 중에는 스프링뱅크, 글렌파클라스, 글렌피딕, 하쿠슈, 야마자키 등이 포함되어 있죠. 말 그대로 쟁쟁한 증류소들입니다. 그들에 따르면, 직화 증류 시에 증류기 내부가 더 뜨겁게 달아오르며, 이에 따라 워시 내의 이스트 화합물, 곡물 등이 증류기 바닥에서 카라멜라이징되고,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며 더욱 묵직한 스피릿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리 껍질의 헤미셀룰로오스가 변형되며 푸르푸랄이라고 하는 화합물이 생성되는데, 푸르푸랄은 적을 때 카라멜, 많을 때 진한 초콜릿의 풍미를 낸다고 합니다.

또 다른 생산의 요소로는 플로어 몰팅을 들 수 있겠습니다. 몰팅을 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 중의 하나인 플로어 몰팅은 현재로서는 소수의 증류소만이 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100퍼센트 플로어 몰팅으로 생산된 몰트만을 쓰는 증류소는 스프링뱅크 정도입니다.

image (61).png 발베니는 전체 몰트의 15%를 플로어몰팅 된 몰트를 사용합니다.

플로어 몰팅을 하는 대표적인 증류소 중 하나인 하이랜드 파크의 제이슨 크레이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에드링턴의 회계사들이 머리를 싸매고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써야 하나요?"라고 외치고 있다는 걸 압니다. 더 저렴하고, 더 효율적이고, 덜 낭만적인 방법이 있지만, 진실은 훌륭한 위스키는 스프레드시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엑셀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바닥 몰팅이 없다면 우리는 "보통의 스모키 위스키"나 "섬 맥캘란"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진심으로, 방문객이 증류소에 오든 안 오든 우리는 플로어 몰팅을 계속할 것입니다.'


그에 의하면, 플로어 몰팅은 비효율적이지만 훌륭한 위스키를 만들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증류소들이 플로어 몰팅을 버린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지, 더 맛있는 위스키를 위한 노력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이런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과거의 플로어 몰팅을 하던 위스키들이 더 훌륭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96년 이전, 플로어 몰팅을 하던 글렌드로낙에 대한 선망이 이런 이유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올드 바틀 효과’ 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또한 있습니다. 위스키가 완전히 진공 상태로 밀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병 내부에서 산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마치 와인처럼요.

와인에서의 효과는 신선한 과일 맛(에스테르 수준)이 감소하지만 바닐라와 코코넛 맛(락톤의 본질 변화)이 증가하고 약간의 견과류 맛이 나는데, 이는 백와인에서 토스트 맛으로도 나타납니다. 와인은 또한 페놀 수준이 떨어지고 타닌이 중합되어 입맛이 변함에 따라 덜 떫어지죠.

여기서 산화가 부족하면 에스테르 수치가 증가하여 과일맛과 일부 꽃 성분이 증가합니다. 공기가 부족하면 와인의 유황 화합물이 증가하는 데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색상은 고정되지만 타닌의 중합은 여전히 계속된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위스키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이는 코르크로 산화시키거나 스크류 캡으로 환원시키는 것과 같은 실링 타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올드 보틀 효과는 사실 검증이 어렵기도 하고, 소수의 의견이라 간략히 넘어가겠습니다.


위스키 자체가 아니라 위스키 산업적 관점에서의 차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 차이가, 올드보틀이 현대의 위스키보다 ‘낫다’ 라고 주장하는 데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 있죠. 위스키 자체의 스펙상 차이는 ‘차이’ 가 될 수는 있어도, ‘우월성’ 이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다른 것과 나은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과거의 위스키 가격이 더 비쌌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냐, 할 수 있는데, 정말입니다.



image (63).png 1994년의 연합뉴스 기사. 조니 워커 레드의 가격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당시 짜장면의 가격은 2000원이었습니다.

국내 가격이기는 하지만 물가를 고려해 보면, 위스키의 체감 가격은 훨씬 저렴했습니다. 2023년 물가정보 기준 짜장면 가격이 6000원이니, 지금으로 치면 조니 레드를 6만원에 먹는 셈입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조니 레드는 여전히 2만원대입니다. 다른 위스키들도 그렇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image (64).png 2016년 1월 홈플대란 당시 찍힌 사진. 싱글톤 12년이 24000원인 게 눈에 띕니다.

그러나 할인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발베니 12년 제품을 보면 9년이 지난 지금과 가격이 동일합니다. 실질적으로는 ‘더 싸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부 투자 품목처럼 여겨지는 극소수 하이엔드 제품들의 하입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위스키들은 물가 기준으로 더 저렴했습니다.

그렇다면, 위스키 제조의 원가 또한 더 저렴해졌을 것임을 추측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르는 물가에 비해 위스키 제조사들이 제품 가격 상승을 억제하면서, 위스키 제조사들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체급이 낮은 원액을 위스키에 블렌딩했을 것이고, 이는 곧 질적 하락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과거의 12년급 위스키가 현대의 12년급 위스키보다 더 맛있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위스키 제조사가 각 티어의 제품을 설정하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8년급, 12년 급 제품들이 상대적 고가의 미들급 라인업을 형성했다면, 지금은 nas 위스키들이 로우급 제품군을 형성하고 12년급 위스키들이 엔트리급이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15년, 18년급 위스키들은 하이급 라인업이었다면, 지금은 미들급 라인업을 형성하고 있죠. 위스키 제조사들이 동일 숙성년수를 취급하는 체급 자체가 차이가 나기에, 같은 숙성년수에 들어가는 원액의 퀄리티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20년간 대두된 싱글몰트의 인기가 제품의 품질에 차이를 만들었을 수 있습니다.

증류소의 생산량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 증류하는 원액의 총 캐퍼시티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증류기의 크기와 갯수입니다. 아무리 좋은 위스키를 만들고 있어도, 증류기가 적거나, 작으면 위스키 원액 자체를 많이 만들 수 없습니다. 스트라스아일라가 대표적인 예시이죠.

image (65).png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

그러나, 이런 생산량의 증대를 결정하는 증류기 증설은 매우 드물게 일어납니다. 대부분의 증류소가 설립부터 지금까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번 정도의 증설만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수의 증류소를 소유한 대기업들은 기존 증류소의 증설을 꾀하기보다는 아예 새로운 증류소를 만드는 것을 선호합니다. 클라이넬리시의 쌍둥이 증류소, 브로라와 스트라이스아일라의 이웃 증류소, 글렌키스, 아예 서로 붙어있는 글렌로시와 마녹모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즉, 싱글몰트 증산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싱글몰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였고, 과거에는 상위 1퍼센트의 캐스크가 싱글몰트로 출하되었다면 이제는 상위 1퍼센트, 혹은 20퍼센트의 위스키가 싱글몰트로 출하된다는 것입니다. 즉, 캐스크들의 모집단 수준이 비슷하다면 싱글몰트로 출하되는 캐스크들의 평균적인 품질은 상대적으로 하락했을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곧 위스키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1980년대의 ‘위스키 로흐’ 로 인해, 비축되었던 캐스크들이 (예정에 없게) 추가적으로 숙성되며, 더 좋은 원주가 되었을 가능성 또한 있습니다. 1980년대 위스키 재고의 공급 과잉, 영국 경제의 불황, 오일 쇼크 등으로 얼어붙은 수요, 위스키를 외면했던 주류 트렌드 때문에 일어난 위스키 로흐는 수많은 증류소를 폐쇄로 이끌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위스키의 재고들이 숙성 창고에서 더 숙성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당시 위스키 로흐를 설명하는 디아지오(Diageo)의 위스키 홍보 디렉터인 니콜라스 모건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1970년대 과잉 생산 이후, DCL은 1983년을 전후하여 증류소 폐쇄 프로그램을 시행했습니다. 특정 증류소가 폐쇄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는 다양했지만, 기본적으로 업계 전반에서 재고 과잉 상태였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희귀하고 가치 있는 싱글 몰트 위스키로 평가받는 포트 엘런(Port Ellen)*조차 당시 DCL의 블렌더들이 요구하는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간주되었습니다."

현재의 포트 엘런이 받는 대우를 생각해 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던 캐스크들이 위스키 불황으로 인해 창고에 잠들어 있다가, 위스키 불황이 끝나고 난 뒤 시장에 출시되면서 좋은 원액들이 풀렸다는 것이죠. 현대의 위스키는 늘어난 싱글몰트 수요로 인해 재고가 부족해 숙성고를 증설하고 있다는 글렌알라키 증류소의 현상황과 반대인 셈이죠.

xwwS9JLREChQQZstaVfszd.jpg 전설급이라면서요

위스키 불황으로 인해 장기 숙성된 원액이 위스키 호황기에 출시되고 재조명되면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경우는 스코틀랜드 뿐만이 아니라 옆 일본에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야마자키 증류소가 최초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계기는 태평양전쟁 이후 일본의 경제 재건기였습니다. 전시 동안 급갑한 위스키 수요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생산을 통해 재고를 비축했었고, 이때 숙성된 양질의 재고가 시장에 풀리며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죠. 일본 위스키가 메인스트림에 올라서게 된 시기 또한 버블 붕괴 이후 24년 만인 2015년, 짐 머레이가 위스키 바이블에서 야마자키 셰리 캐스크가 1위를 차지하면서였습니다.

즉, 불황으로 인해 축적된 캐스크가 빛을 보게 되면서 그 영향으로 불황이 막 끝나던 시기의 위스키들이 좋은 품질로 출시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올드 보틀 위스키가 맛있는 이유가 위스키 자체, 그리고 위스키 시장의 두 가지 요소에 의해 충분히 설명될 수 있습니다. 단지 ‘너는 못 먹어본 거, 나는 먹어봤다’ 같은 스노비즘이 아니라, 실제로 ‘더 맛있을 수 있다’ 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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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정진하시지요! 비싸지만, 충분히 마셔 볼 가치는 있을 테니까요.

p.s 다음 편에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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