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6.18
포항 치과를 오가며 해안 도로를 달렸다.
난 바다를 바라보면 쪽빛, 출렁이는, 풍요로움 등
뭐, 이런 것들은 적당히 떠올라야 하는데
그런 건 없고 마냥 좋다.
전날,
아무개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봤던 게 생각났다.
그 작가의 작품에는 유독 물과 바다가 많았다.
하나하나가 작가 자신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아낸 느낌이었다.
무척 인상 깊었다는 품평을 남겼다.
난 눈팅만 했을 뿐인데
사람 참 야박하게
너도 사진 찍어 올려 달라는 댓글이 달렸다.
서울에 살아서 그런지 깍쟁이답게 대리 만족하겠다고 한다.
억울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세상엔 공짜가 없으니.
좋은 장소가 보이면 수시로 차를 멈춰 중얼거리며 바닷가 사진을 찍었다.
‘보기만 하지, 품평은 왜 남겨서 귀찮게….’
돌아오니 낮 1시였다
그새 비가 올지 몰라 창문을 모두 닫고 갔다.
문을 열자마자 덥고 답답한 실내 공기가 느껴졌다.
이리저리 창문을 모두 열었다.
창문 넘어 작은 뒤뜰에 산딸기가 조롱조롱 매달려있는 게 보였다.
그것을 안주 삼아 마실 요량으로 냉장고에 맥주 한 캔을 얼른 집어 들고나갔다.
바로 옆 수로에서 들리는 맑은 물 졸졸 거리는 소리가 시원스럽다.
술이 들어가니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도시에선 사업을 핑계 삼아 머리로 살았고
산골에 틀어 박혀 농사지으며 몸으로 살더니
이젠 여행하듯 바다를 보며 가슴으로 산다.
감성을 꽁꽁 숨겨두고 산다는 게
지나올 땐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러려고 했나 하는 다행스러운 심정이다.
이럴 때는 거룩한 생각 다 집어치우고
소년처럼 유치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워야 한다.
어디서 내 또래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