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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O Aug 09. 2021

골프채가 왜 14개인지 잊지 말자.

라운딩과 리더십의 평행이론

리더가 될수록 골프를 쳐보라고 하는 이유?

 

직장 생활을 할수록 ‘골프를 치냐?’라는 질문과 ‘골프를 빨리 배워라.’라는 권유를 듣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 같다. 가끔 골프를 권하는 분들께 ‘골프를 왜 배우라고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드리면, 네 가지 정도의 의견을 주신다.


1. 필드에 나가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가끔 공을 상사라 생각하고, 후려 갈기는 분들도 있다카더라.)

2. 직장 생활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 배워야 한다.

3. 주중에 운동할 시간이 없으니, 주말에 골프 치면서 운동을 한다.

4. 골프가 직장 생활과 꽤 공통점이 있어 배울 게 있다.


1, 2, 3번은 충분히 대체할 수단이 있다고 생각되나, 4번은 골프만의 장점일 수 있다. 대부분의 리더 분들께서 골프와 직장 생활의 공통점에 대해서는 ‘멘탈 게임’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시지만, 필자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바로, ‘리더십과 라운딩의 평행이론’이다.


한 개의 클럽으로 18홀을 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본인이 7번 아이언샷이 아무리 자신 있어도, 티샷부터 퍼팅까지 모든 스윙을 7번 아이언만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골프는 풍향, 풍속, 그린 상태, 지형 등등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7번 아이언샷을 고집하면, 실타로 이어져 게임을 망칠 수 있다.


조직 내 ‘에이스’ 구성원은 리더의 생각을 훤히 꿰뚫고 있고, 일도 마음에 쏙 들게 잘한다. 이들은 업무의 수렁에서 리더들을 자주 구해주기 때문에 리더의 총애를 받고, 인사 평가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한다. 때로는 리더가 임원 혹은 상위 관리자에게 받아온 숙제 메일을 재전송만 해줘도 그들은 그 숙제를 깔끔하게 해결한다. 리더 입장에서야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이렇게 모든 일을 에이스 구성원에게만 맡기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이내 조직 전체를 망치게 된다.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 에이스 직원에게 일이 몰리면 다른 구성원은 성과를 낼 기회를 잃게 된다. 직장에서는 골프보다 더 심각한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다른 동료 직원들이 점점 조직의 방관자가 된다는 점이다. 어차피 에이스가 다 알아서 할 거니까. (심지어 팔짱 끼고, ‘네가 이번에도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겠어.’ 하는 심리로 에이스가 요청하는 일들을 건성으로 하거나, 답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두 번째, 에이스 직원이 Burn-out 된다. 클럽도 정비를 안 하고, 계속 치다 보면, 성능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서 웨지는 연습과 라운딩을 돌다 보면, 웨지의 그루브가 닳아 똑같은 스윙을 해도 비거리와 스핀이 달라진다. (실제로 동일 회사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125번의 라운딩을 거친 웨지와 신상품 웨지로 실험한 결과 2,000 rpm 이상의 스핀 차이로, 굴러가는 거리가 2배 넘게 차이가 났다는 Data도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자신을 아무리 알아준다 해도, 훌륭한 역량과 멘탈을 가졌다 해도 1년 내내 회사 일에 전력투구 할 수는 없다.


어려운 숙제를 받았을 때, ‘아, 이번에도 A에게 시켜야겠다.’ 혹은 ‘A에게 의견을 물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자주 들면, 내가 인지적 게으름(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혀 별 고민을 하지 않는 상태)에 빠져 쉽게 일을 치우려고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 익숙함은 인지적 게으름을 만들어 내고, 그 인지적 게으름이 결국은 조직을 망가트리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상황에 따라서 쓰는 클럽이 다르다.


골프에서는 상황에 맞게 클럽만 잘 골라도 5타는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골프는 본인의 몸 상태를 포함하여 라운딩 코스, 그리고 코스에서의 주변 상황(풍속, 풍향, 잔디 등등)에 따라서 클럽을 바꿔가면서 칠 줄 알아야 한다.


필 미켈슨은 2006년 마스터스에 드라이버 2개를 들고 출전했다. 하나는 페이드(오른손잡이 기준 오른쪽으로 휘는 샷), 하나는 드로(오른손잡이 기준 왼쪽으로 휘는 샷)를 구사하는 드라이버였다. 이 대회에서 그는 우승을 했다. 반면, 2013년에 그는 드라이브 샷 난조로 고생하게 되었다. 결국 그는 메이저 대회에 나갈 때, 아예 드라이버 대신에 3번 우드 두 개를 들고 출전했다. 하나는 일반 우드였고, 하나는 티샷을 위한 Customized 우드였다. 미켈슨은 이 Customized 우드를 이용하여 디 오픈 우승, US오픈 2등을 했다. 만일 필 미켈슨이 계속 드라이버를 고집했다면,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리더들이 새로운 조직으로 부임하여 본인 조직의 구성원을 파악할 때,  '그들이 어떤 학교 출신이고, 고과가 어떻게 되고, 어떤 업무를 해왔는지'를 보는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들이 어떤 업무에 동기가 부여되는지'까지 파악이 필요하다. 구성원의 업무 성향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동기 부여와 성취감을 느끼는 요소도 전부 다르다. 그 동기 부여와 성취감을 느끼는 방식이 리더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나와 맞지 않는 혹은 무능력한 직원이라고 착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방식이 다른 것이지 동기 부여와 성취감의 수준이 다른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허시와 브랜차드의 상황적 리더십'에 따르면, 모든 상황에 효과가 있는 리더십은 없다. 상황에 맞게 여러 전략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리더는 구성원의 성향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가 상황에 맞게 그들을 배치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서 일은 잘 하지만, 타인과의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원이 있다. 이런 직원에게 프로젝트 리딩을 맡기면 그 친구는 주도적인 성향이 아니기 때문에 리더가 생각한 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구성원에게는 오히려 여러 프로젝트의 'Unsung Hero'의 역할을 맡기고, 인정과 격려를 해준다면,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구성원 전체를 활용하고, 편애하자.


도박에서 돈을 잃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자본이 부족해서 졌다’고 하는 것과 유사하게, 리더들 대부분은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본인 조직에 쓸만한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이는 리더로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답변이다. 자신의 구성원도 깎아 내림과 동시에 자신의 관리자로서의 능력도 매우 별로임을 ‘셀프 인증’하는 답변이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 쓸만한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특징과 장점에 맞게 업무 분장이 되어 있는지 의심해야 한다.


리더라면 자신의 구성원의 장점과 특징을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특출한 직원을 제외하면, 사람의 잘나고 못나고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사람을 어떻게 활용하여 최고의 효율을 낼지는 리더가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시카고 불스와 LA 레이커스에서 총 11번의 우승을 만들어 낸 필 잭슨은 팀의 중심 선수를 주축으로 선수들 모두가 우승에 기여하도록 팀을 만들었지, 팀의 중심 선수가 모든 것을 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 필 잭슨의 리더십의 핵심은 ‘모두를 편애하자’였다.


골프를 칠 때, 나에게 익숙하다고, 내가 가장 자신 있다고 같은 클럽만 들고, 골프를 치다가는 클럽도 망가지고, 라운딩도 망칠 수 있다. 모든 클럽을 나에 맞게 활용하는 법을 익히고, 상황에 맞게 클럽을 선택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골퍼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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