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 김춘식 May 24. 2020

여수, 돌산에서의 작은 인연들

계획보다 일찍 출장일이 마무리됨에 여수 돌산을 돌아보기로 했다. 미세먼지에 뿌연 하늘의 인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하늘은 맑고 바닷바람이 쏠쏠 불어 봄을 넘어 여름으로 가는 즈음치 고는 제법 공기가 차가웠다.

 

이 시기에는 어느 곳이건 가는 곳마다 감탄하지 않을 곳이 없겠냐 마는 바다를 낀 한적한 시골 도로를 달리는 여유로움은 평온한 마음 시작이다. 차의 속도를 적당히 줄이고 창문을 열면 간간한 어촌의 비린내와 따가운 햇살, 바다 그리고 바람이 조화를 이루어 여기는 무릉도원이다.

화태도

가고자 하는 길은 두 번째다. 돌산과 화태도를 잇는 화태대교를 지나 계속 달리다 막다른 길이 나옴에 왼쪽으로 중앙선이 없는 길로 들어 서면 멀리 알록한 색이 입혀진 건물이 눈에 띈다. 화태초등학교 건물이다. 멀리 서건 가까이 건 이탈리아의 산토리니와 비교해보아도 이쁘다고 생각해 본다. 사진보다 실제가 더 이쁘다.

화태초등학교

4년 전 돌산을 막 돌아다니다 막다른 길에서 우연히 학교를 만났고 한눈에 반해했다. 그때 전교생이 13명인 초미니 학교였던 기억이다. 그래서 13명 모두를 인천에 있는 연구소와 아라온에 초청하고 싶어 주변분들에게 도움을 받아  시행키로 계획을 했지만 성사 단계에서 아쉽게도 세월호 여파로 학생의 이동 중 사고에 대한 염려로 무산되었다.


맑은 하늘 아래의 학교는 이쁘게 그대로다. 교문에 들어 가 사진 두어 장 찍고 나왔다. 그때에 세월호의 충격이라면 지금은 코로나로 여전히 거리를 둘 때이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 아직 숙소로 돌아가지 않을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지만 기름이 없다고 계기판에 주유소 불이 깜박이기에 마음이 급해 학교를 뒤로 하고 급히 주유소를 찾아 나섰다. 그 때 멀리서 여학생 3명이 손을 들어 차를 태워 달라고 한다. 엔간하지 않으면 손을 들면 누구나 관계없이 태워주는 성격이라 목적지는 묻지 않고 일단 타라 했다.


여학생들 세명이라 겁나지 않냐고 묻고 가급적이면 남학생도 포함하라고 했더니 세명이라 괜찮다고 하면서 선생님이 알면 혼난다 했다. 차를 태워주면 여수시까지 30분이 소요되고 기다렸다 버스를 타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했다.


3학년이라 혹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까 부랴부랴 급하게 마스크를 하고 창문을 열었다. 마에스트고 3학년 19살이라 했다. 여수로 오는 중 학교이야기, 진학이야기, 꿈이야기, 취업이야기, 장래이야기, 남자친구 이야기 등 짧은 시간에 대화를 했다. 떨어지는 낙엽만 보아도 까르르 웃는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 듯 많이들 빵빵 터지게 웃는 게 좋았다.


왕복 하루 두, 세 시간의 시간을 버스에서 보냈을 생각에 세명이서 왜 자취를 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부모님들이 불안해서 반대했다 한다. 주로 취업, 장래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는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에 걱정하는 모습에 집 적은 애를 보는 듯하여 애틋함에 짠해졌다. 이왕 태워 주기로 마음먹은 거 의리를 지키고자 일정을 줄여 그녀 들이 원하는 낭만포차 앞에 내려 주기로 했다. 그랬더니 또 까르르 웃는다.


낭만포차 앞에 도착하자 또 짠해져서 차 거울로도 내리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 다만 멀어지는 녀석들에게 어른이 되면  훌륭한 사람보다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라"라고 했고 그러겠다 했다.


이런저런 우연스런 작은 인연들이 참 좋다.
작가의 이전글 감성을 숨기고 살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