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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Jun 01. 2020

일탈을 꿈꾸는 출근길에서......

유월 첫날은 이랬습니다.

유월의 첫날이 공교롭게 월요일과 겹치는 아침입니다. 그래서 딴 생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기예보에 비 예보가 있었지만 늦게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비가 오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은 아마도 어두움이 깊은 밤에 내렸나 봅니다. 비가 미세먼지를 씻었는지 하늘은 맑고 투명했고, 멀리 인천 송도의 높은 건물들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비 온 다음 날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미세먼지 투성이인 이 곳 인천에서 그나마 숨쉬고 있음을 느껴 볼 말한 몇 안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송도


집에서 직장까지 8km의 길을 쉬는 휴일, 출장일을 제외하고는 동일하게 반복되는 일상으로 달린지가 벌써 12년째 입니다. 8시 15분에 집에서 출발하면 8시 35분 도착, 8시 25분에 출발하면 9시 도착하는 길지 않은 길입니다. 동일한 길을, 일을 기계적으로 하고 있는 매너리즘은 가끔은 지방 발령이라도 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본사가 인천에 있을 뿐이고 굳이 지방이라 치면 그곳이 남극이라 가면 1년을 월동하고 살아야 하므로 쉽지 않은 선택이라 미루고 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주차장에 도착해 차 시동을 걸고 부터 8km의 길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어디서 속도를 줄여야 하고, 어디서 차선을 변경해야 하는지 눈에서 핸들을 잡은 손으로 자동 명령이 주어 집니다. 12년째 동일한 길을 다닌 결과로 얻어진 학습 효과입니다. 달인 되었습니다. 어떨 땐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다 보면 차가 엉뚱한 곳을 가있기도 합니다. 신라 화랑 김유신의 말(馬)이이라면 목이라도 칠 텐데 차라서 그러지도 못하고 언젠가는 엔진 연료관이라도 뽑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차창 밖의 지하철 통로는 바쁜 걸음 사람들이 분주하게 나, 들고 있으며 버스 정류장에는 마스크를 한 사람들이 저마다 무료한 버스 도착 시간을 기다리기 위해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시선을 고정하고 있습니다. 한 달 사이로 사람들의 옷은 더 가벼워졌고, 가로수의 잎은 나날이 넓어지고 커져 나뭇가지는 풍성해 처지기 시작했고, 나뭇잎들은 사람의 눈이 방심하는 어느 사이에 연두에서 녹색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변화가 없는 익숙함과 일상에서 살아가는 법은 무료함과 지겨움에 자칫 지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가끔 6월의 첫날, 월요일처럼 의미를 부여하고 이 날만 다른 날, 다른 길, 다른 생각을 해보는 것이 간단한 일탈의 한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유월입니다.  놀기 딱 좋은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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