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란 다들 느리다 합니다. 진짜 느리죠. 한 계절을 늦게 가는 것은 예사입니다. 퇴역인 줄 알고 있지만 아직 현역에서 왕성하게 사용되는 필름 이야기입니다. 거의 6개월을 모아 충무로에 녀석들을 보내고 오늘에야 스캔된 파일 받았습니다.
한통은 안 찍힌 생짜를 보내는 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순간의 실수로 만 오천 원 날렸습니다. 머 어떻습니까? 웃고 넘기면 그만 이죠.
필름값, 현상과 스캔 비용을 포함하면 이 정도의 수량이라면 10만원이 넘어가는 솔솔찮은 푼돈이 들어갑니다. 그래도 냅따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느리니깐 뭐가 찍혀 들었는지 며느리도 모르기 때문에 막연한 호기심도 좋고, 필름마다의 독특한 색들이 좋다고 해야 할까요?
현상소로부터 사진을 웹하드에 올렸다는 문자를 받으면 괜히 퇴근시간이 즐거워집니다. 궁금증이 풀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멀리 보이는 오이도에서 본 송도, 비 온 후 구름이 좋은 날이었네요.
다운된 폴더 하나씩 열 때마다 잊은 과거의 시간이 소환됩니다. 아 ~~ 여기 통도사
실미도도 갔다 온 모양이네요
봄날은 떨어진 꽃잎을 남기고 갔네요.
코로나 19로 잠겼다 잠시 풀린 인천 대공원, 올해는 참 아쉽게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장소가 되어 아쉽습니다.
세월은 연어처럼 강물을 거스럴 수 없지만 감성은 시간을 거슬러 지금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