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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Nov 04. 2020

한물간 것을 좋아하는 이유

냉장고 깊숙한 곳을 뒤졌습니다.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 꼬불쳐 놓은 필름을 찾습니다. 음식재료 보관용만으로도 저장공간이 부족한데 필름을 냉장고에 보관한다는 것은 여간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깊숙이 숨긴다고 제일 안쪽에 두지만 아내는 알면서도 모른체 해주는 것 같습니다.


컬러필름은 거진 소모하여 보이지 않고 흑백 필름만이 남았어요. 시대가 변해도 흑백사진의 주는 감성은 변함이 없지만 가을이라면 역시 알록달록 색들을 담기에 적합한 컬러색이겠지요.


오랜만에 필름 온라인 판매처를 방문했습니다. 계정이 일시 정지로 되어 있을 정도의 간만의 접속입니다. 좋아하는 필름은 코닥 포트라입니다. 좋아한다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긴 한데 결과로 나오는 사진의 색이 마음에 쏙 든다는 것입니다. 코닥 포트라는 가을에 참 좋은 색을 내어 줍니다. 코스모스, 단풍에 잘 어울립니다. 3개 45,000원에 배송비가 붙으니 47,500원이 됩니다. 이번 주말이 즐거울 것 같네요.


포트라 필름 3종 세트를 언 듯 보고는 아니 놀랄 수가 없습니다. 가격 말입니다. 36장짜리 1 롤이 15,000원에서 19,700 원 합니다.  찍어서 현상하고 필름 스캔을 하면 비용은 꽤나 더 들어가게 됩니다. 점점 좋아서 하는 취미가 고급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필름이 없어 사진 못 찍은 일이 없겠지만 돈이 없어 사진 못 찍는 날이 올 듯합니다.


아날로그적 감성과 느림을 좋아해 시대를 늦게 간다는 것은 상그럽고 불편한 게 꽤나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한물간  옛 것을 좋아하는 것은 비용으로 가늠할 수 없는 감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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