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화) 조절 장애,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요즈음 화가 나면 스스로 참는다는 게 어렵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이다.
지금 하는 일이 특별한 전문지식이 필요함에 나이 먹어 다른 기관, 다른 팀들의 직원보다 조금 더 오래도록 현업을 해야 한다. 짬밥이 어느 정도는 쌓일수록 조직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대체가 어려운 현업을 오래 한다는 것의 장점이라면 다른 직원보다 현업 생명줄(?)이 조금 길다는 것이고 단점은 점점 연차가 늘어남에 힘이 부족해 실무를 하기에 종종 체력과 정신(멘털)이 탈탈 털린다는 것이다.
보통 회사에서 실무 일을 한다면 과장급 정도의 직급으로 40대 전후의 나이가 될 터인데 지금 그 들과 같이 움직인 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일든지 업무를 하다 보면 그렇다. 항상 좋은 일만이 있을 수 없고, 의도치 않는 실수를 하는 일도 있을 수 있고, 또한 필요에 따라 해명을 해야 할 일도 생기고, 때론 조직을 위해 나서고(총대를 메고) 참아야 하는 일도 간간히 생긴다.
그럴 경우 십중팔구 을의 입장에서 협조와 선처를 바라는 상황임으로 보통 직장에서 “깨진다 “라는 표현대로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이 어릴 때는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일을 배워야 하고 전쟁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도 있을뿐더러 하나둘 배워가며 점점 전문가로 변모해 가는 성취의 욕구가 있었기에 그랬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점점 젊은 사람들에게 깨지고 나면 하루 종일 화를 참기가 어렵다. 쥐어짜는 듯한 가슴 답답한 기분이 이틀이고 삼일이고 지속이 되기 때문이다.
회사 내 인사발령이 있는 모양이다. 인사란 어떠한 곳이 건 섭섭해하는 사람과 만족하는 사람이 서로 교차하기 마련인 아주 고약한 사회적 제도이다. 인사권자는 회사를 위해 동원 가능한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결과를 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한 성과의 성취도에 책임을 지는 역할이고, 직원은 훌륭한 자원에 포함되어 동참하고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회사가 원하는 자리는 언제나 한정되고 또한 인사권자는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이용하여 적합한 직원을 찾아 선택하기에 상반된 입장임에 인사발령 후는 뒤숭숭하다. 선택받은 자와 그러지 못한 사람들의 정신적 경계선이 그어지는 것이다.
언젠가는 닥쳐오고 준비해야 할 일이었지만 조금 빨리 왔다. 능력치나 회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연차의 역전 현상에 대한 충격은 심히 크다.
나이 듦에 남들은 관심도 없는데 우리 스스로가 자괴감 붕괴에서 오는 위축과 서러움일지도 모르겠지만 충격을 흡수하는 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겠다. 돌이켜 보면 안과에서 노안 판정을 받았을 때, 희긋 한 흰머리가 막 머리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았을 때, 이마가 점점 M모양으로 변해감을 알아차렸을 때 며칠간 우울증으로 전전긍긍하였고, 하나둘 받아들이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거부하고 싶지만 받아들여야 할 주변의 일들, 신체의 원하지 않는 현상들이 점점 늘어날 것인데 무엇이 또 놀라게 할 것인지 긴장된 하루하루가 고비이다. 갱년기 인가 보다. 나이 듦, 그 서러움은 가히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