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방을 잠깐 버렸다

오늘은 불금

by 바다 김춘식

불금으로 통용되는 금요일입니다. 금요일이 좋은 점은 머니머니 해도 주말 이틀을 쉴 수 있다는 기대감이겠죠. 부담 없는 사람과 부담 없이 술풀 수도 있는 날이 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주 40시간만 채우면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제도가 활성화되어 말 그대로 Fire friday, 불이 타는 요일입니다. 굳이 슬픈 함정을 꼽자면 꼰대인지라 일찍 퇴근해도 마땅히 갈 데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름엔 에어컨, 겨울엔 난방이 빵빵한 사무실이 좋았어요"라고 하는 이상형의 꼰대가 된 건지도 모릅니다.


어깨 가방이 없이 출근을 했습니다. 평소 가방에 민생고 해결용 도시락이 주된 고객이고 가끔 책, 노트북 등 잡다한 물건들이 들어가게 되는 데요. 도시락 배달이 주된 용도라 출근하는 날에 대부분 멥니다. 그런데 오늘은 가방 없이 출근을 합니다.


직원들과 점심 약속이 있어 도시락이 없는 날입니다. 아침에 아내에게 오늘 도시락 불요라고 했더니 입이 귀어 걸리도록 좋아라 했습니다. 도시락이 뭐라고~. 하던 거 안 하면 찝찝함을 느끼는 강박관념을 극복하고 과감하게 결단하여 두고 출근하기로 한 것입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기껏 도시락과 잡품들의 무게가 얼마나 나갈까 생각했는데 가방 없는 출근길 어깨가 왜 그리 가벼운지요. 홀가분하다고 표현될 만큼 몸이 가벼웠습니다. 그러네요. 얼마지 않는 무게가 어깨에서 내려온 것에 불과 한데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세상에 가볍다 간과한 짐들을 나도 모르게 지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이거 하나 저거 하나 차곡차곡 내려놓는 다면 만사가 편안 해질 것 같은데 무거운 줄 모르고 늘 하는 데로 익숙해졌나 봅니다. 가끔 도시락을 안 싸야겠습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일석이조,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일타쌍피~


불금입니다. 퐈이야 ~~ 불태우는 날이 되면 좋겠습니다.